간헐적 단식 성공의 핵심 요인

by 지놀 LittlePlanet

발리에 와서 의도치 않게 간헐적 단식을 하고 있다. 그리고 꽤 잘 지켜지고 있어서 놀랍다. 늦어도 7시에는 저녁 식사를 마치고, 다음날 오후 1시까지 아무것도 먹지 않으니, 18시간 정도 지켜지고 있는 셈이다. (18-6 간헐적 단식이라고 부른다)


솔직히 간헐적 단식을 시작한 이유는 방에 먹을 것이 없기 때문이다. 냉장고에는 생수 말고는 아무것도 없다. 아침에 뭔가 꺼내어 먹을만한 것이 없다. 당장 소득이 끊겨서 그런지 불필요한 지출은 굳이 하고 싶지가 않다. 한국에서와 달리 과자를 찾지 않게 되었다. 좋은 현상이다.


이렇게 하다 보니 아침에 무언갈 먹기가 점점 꺼려졌고, 이제 과일을 사놓더라도 아침에는 굳이 먹지 않게 되었다. 물론 아직까지는 마음이 평안하지는 않다. 점심을 먹기 전까지는 솔직히 좀 배고프다. 하지만 바쁘게 움직이다 보면 배고픔을 잠시 잊을 수 있다. 그렇게 오전에 해야 할 일을 끝내면 감사하게도 점심시간이 찾아온다. (잠시 잊고 있었지만 사실 이 점심시간만을 기다려왔다고)



배가 고픈 순간에도 음식을 찾아먹지 않고 버틸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 하나 더 있다. 그건 바로, 배가 고플수록 내 몸이 회복되고 있으며, 동시에 내 운이 좋아지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매일 아침 <절제의 성공학>이라는 옛날 일본 관상학자가 쓴 책을 필사하고 있는데, 그 책의 핵심 내용은 음식을 절제해서 먹을수록 인생의 운이 좋아진다는 것이다. 타고난 관상이나 운명보다 중요한 건, 평소 얼마나 음식을 절제해서 먹느냐다. 아무리 좋은 운을 타고난 사람이더라도 과식과 폭식을 일삼으면 자연에 빚을 지는 것이라 운이 나빠지고 병을 얻는다고. 나쁜 운을 타고났더라도 젊었을 때부터 음식을 절제하면 천록(하늘로부터 받는 식량)이 늘어나 건강하게 장수하고 성공한 삶을 살 수 있다고.


결론적으로, 배고픔을 느낄 때마다 곧바로 무언가를 먹기보다는 "내 운이 지금 좋아지고 있구나"라고 생각하고 있다.



근데 막상 점심은 또 간단히 먹는다. 위가 줄어들었는지 음식이 많이 안 들어간다. 그리고 점심부터 거창하게 먹기가 괜히 부담스럽다. 배불리 먹고 나서 나른하게 늘어져있기도 싫고, 매 점심마다 무얼 먹을지 결정하는 것도 귀찮다. 어디서 본 건데, 무언가를 결정하는 것은 무척 에너지가 쓰이는 일이다('결정 피로'라고 한단다)


그래서 지금은 매번 비슷한 걸 간단히 먹는다. 오늘 발리에 온 지 10일 차인데, 마음에 드는 미고렝 집을 찾아내어 여러 번 먹었다. 'Mie Gacoan'이라는 인도네시아 전국 체인점인데, 배달비 포함해서 1,500원 정도다. 맛도 좋고 먹기도 편하다. 매일 점심은 그냥 과일 한두 개 + 미고렝 정도면 깔끔한 것 같다. 뭐 먹을지 고민하느라 불필요하게 소비되는 에너지도 없고, 오후에 식곤증도 덜하다.(그리고 소득 없는 내 입장에서 1500원에 한 끼 해결하면 개이득이다)


(매일 점심에 같은 메뉴를 먹는 콘셉트를 유지하는 것도 꽤 재밌을 것 같다. 역시 나 약간 미친놈인 듯)



열흘 정도 실천하고 느낀 점은 단순하다. 매사 덜 피곤하고, 몸이 가볍고, 무얼 하든 집중력이 좋아졌다. 사실 이 글을 쓰는 지금(아침 8시)도 배가 어느 정도 고프다. 누군가 나에게 음식을 주면 무척 고마워할 것 같다. 하지만 스스로 다독이고 있는 중이다. '운이 좋아지고 있는 중'이라며. 그리고 음식 생각이 안 나도록 바쁘게 글을 쓴다.


오전에 바쁘게 생활하기, 그리고 스스로 운이 좋아지고 있다고 다독이기. 2개만 기억하면 발리 생활 내내 간헐적 단식을 잘하게 될 것 같다.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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