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 여성의 날 기념 봄 산책
상하이 하면 우리나라 임시정부가 있던 곳으로, 독립운동가들의 자취가 곳곳에 남아있다.
지난 8일, 115주년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상하이의 한인 여성단체들 주최로 ‘여성독립운동가 발자취 봄산책’ 행사가 진행됐다. 산책 행사에서는 교민 40여 명이 참가한 가운데, 히어로역사연구회의 현장해설로 신천지 일대의 여성독립운동가 자취가 서려 있는 장소를 돌아보았다.
화려한 신천지의 뒷골목으로 들어서면 영경방 10호(黃陂南路 362 )가 있다. 이곳은 김구 선생과 가족들이 기거했던 곳으로 유명하다. 그러나 이곳에서는 김구 선생 가족들 외에도 임시정부 요인 중 최고령으로 임시정부 고문이었던 김가진 선생과 그의 아들 김의한 선생, 부인 정정화 여사를 비롯한, 김구 선생의 최측근이었던 최중호 지사의 가족들도 살았던 곳으로 역사적으로 더욱 의미가 있는 곳이다. 영경방 10호는 임시정부 핵심 요인 세 가족이 거주했던 곳이었다.
정정화 여사는 스무 살의 나이로 상하이에 도착 후 해방될 때까지 6번의 국경을 넘으며 독립운동가들의 암행을 주선하고, 독립자금 운반책을 하는 등 막중한 일을 수행했다. 또한 임시정부 활동가 중 정정화 여사의 밥을 얻어먹지 않은 사람이 없을 정도로 임시정부의 안 살림꾼 역할을 했다. ‘장강일기’라는 회고록을 써, 당시 독립운동과 임시정부의 생생한 생활사를 기록으로 남기기도 했다.
김구 선생의 어머니이자 임정의 어머니라고 불린 곽낙원 여사와 김구 선생의 부인 최준례 여사도 영경방 10호에서 빠질 수 없는 독립운동가이다.
몇 년 전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의 등장인물 고애신의 모델이 된 윤희순 의병장에 대해서도 설명을 들었다. 윤희순 의병장은 온 가족이 함께 독립운동에 참여했고, 최초의 여성 의병장으로 유명하다. 글과 노래로 의병 활동을 독려하는 것은 물론, 여성 의병대를 조직하고 남자 의병들과 함께 군사훈련을 했다.
김해산의 집(元昌里13号)은 윤봉길 의사가 의거 당일 김구 선생과 함께 소고깃국으로 든든하게 아침을 먹었던 집이다. 김해산의 집 앞에서 여성독립운동가 이화림 지사에 대한 생생한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다. 이화림 지사는 윤봉길 의사와 함께 훙커우 공원을 정찰하고 거사를 지켜본 사람이었다. 이 외에도 이봉창이 폭탄을 넣어 숨기고 간 속옷을 직접 만들어 준 사람으로, 독립운동 역사에 남을 두 차례 사건에 모두 가담했었다. 그러나 이화림 지사가 사회주의자이고, 북한과 중국에서 여생을 보냈다는 이유로 그동안 우리에게 알려지지 않았다고 한다.
2020년 우리나라에 등록된 독립운동가 1만 5천 명 중에 여성은 350명 밖에 안 된다고 한다. 남성들처럼 적극적으로 앞으로 나서서 독립운동을 한 여성들도 있지만, 많은 수는 그림자처럼 무명으로 남성들을 뒷바라지하면서 직간접적으로 독립운동을 도왔을 것이다. 그녀들의 삶 역시 충분히 치열했고, 가치 있었음을... 이렇게 잊혀져가는 것이 안타깝다.
상하이에 살지 않았다면 평생 모르고 살았을 수많은 여성독립운동가들...
정정화, 최준례, 곽낙원, 윤희순, 이화림, 남자현, 안경신, 오광심, 박차정, 신정숙, 권기옥, 동풍신, 유관순... 잊지 않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