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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문 Jul 31. 2022

생애최초가 중요한 이유


1999년 7월 31일 토요일
4학년 근면반 7번 '작은 나'의 일기장




2022년 7월 31일 일요일
'큰 나'의 일기장


초등학교 4학년 근면반 7번 어린이가 생애최초로 롯데월드에 간 해는 “롯데월드 10주년”으로 떠들썩한 때였다. 덕분에 더 신기하고 희귀한 장면을 더 보았을 것이다. 어렴풋이 기억난다. 일기에도 적은 ‘신밧드의 모험’이 특히나 너무 너무 재미있었다. 그다지 낮지도 높지도 않은 언덕 사이로 굽이굽이 펼쳐진 거대한 신밧드의 연극 무대를 가로지르는 느낌이 좋았다. 게다가 물살을 타고 서늘한 공기의 시원함과 어둑한 사위의 긴장감을 제대로 느낄 수 있고. 그래서 36살 먹은 지금도 ‘롯데월드=신밧드의 모험’이란 공식을 변함 없이 가지고 있다. 27살 무렵에 다시 간 롯데월드에서 ‘신밧드의 모험’을 탔고 지루하기 짝이 없다고 실망도 했지만 그래도 그 공식을 지울 수 없었다. (물론 재미 없을 수밖에 없다는 이유도 안다.) 내 생애최초의 “재미있는 놀이기구”가 갖는 힘은 강하다. 


전후 일기를 살펴보니 서울할머니(증조할머니), 엄마, 언니, 나의 2박 3일 서울여행이었다. 서울 고모할머니집(서울할머니의 둘째딸)에 서울할머니를 모셔다 주러 간 것 같다. (한동안 서울할머니가 서울에서 지내다 오신다는 내용이 다음 장에 나온다.) '작은 나'는 첫날 63빌딩에, 둘째날 롯데월드에 다녀왔다. 63빌딩에서 가면전시관, 수족관, 전망대를 다녀오며 구슬아이스크림을 먹었다고 “즐거운 하루”라고, 롯데월드에서 온갖 놀이기구를 타고 짜장면을 먹었다고 “재미있는 하루”라고 말하고 있다. 높아봐야 고작 2층 짜리 건물이 다이고 화려해봐야 횟집 네온사인 등이 전부인 노량리 어린이에게는 매 순간이 글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황홀한 장면이지 않았을까. 이제야 알겠다. 내가 서울을 좋아하는 이유를. 내 생애최초로 본, 놀 것 많고 맛있는 거 많은 도시이니까.


사라졌거나 퇴색됐으면 왠지 슬펐을 것 같은데, 롯데월드나 63빌딩이나 늠름하게 오늘도 건재하다. 물론 서울여행의 넘버원 여행지란 아성은 많이 약해진 듯 하지만 여전히 어린이의 신나는 여행지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나는 서울에 산다. 심지어 출퇴근길에 늘 63빌딩을 볼 수 있다. 이 소식을 ‘작은 나’가 들으면 아주 좋아죽겠지.




1999년 '작은 나'는 롯데월드에 처음 갔다. 참 재미있는 하루를 보냈다.
2022년 '큰 나'는 마음 먹으면 얼마든지 롯데월드에 갈 수 있는 사람이 됐다.
근데 그때만큼 재미있을 수 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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