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삶 엿듣기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수없이 많은 단막극, 그게 우리의 인생이다.

카페에서 간간이 들리는 얘기들은 테이블마다 삶이 묻어나오는 것 같다. 올 가을에 개봉한 영화 '더 테이블'의 장면들이 꽤 호소력 있었던 이유도 그 곳에 삶이 녹아있기 때문이었으리라.


오늘 들른 카페에서 나는 테이블마다 들려오는 얘기들 때문에 책을 내려놓고 펜을 들었다.
영화 '더 테이블'에서는 사랑을 얘기하고 있지만 여기 카페의 사람들은 삶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1

아내의 목소리는 소프라노처럼 높고 가늘었다. 앞에 앉은 남편은 아무 말도 없이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일방적인 공격이다. 처음에는 부부싸움을 집에서 하지 왜 카페까지 와서... 이상했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남편은 몸이 불편해 보였다. 수 년동안 남편을 돌봐 온 아내가 꽤 지친 자신의 얘기를 주저리 주저리 얘기하고 있었던 것이다. 누구의 잘못도 아닌데 아내의 답답한 마음과 남편의 미안한 마음을 온전히 느낄 수가 있었고 그 대화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중년 부부애는 서로 아프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 전제되어야 하는구나. 다른 요인들이 풍성해도 건강하지 않으면 힘든 나이겠구나. 이런 생각이 들었다. 종종 친구들을 만나러 주말을 비우는 남편에게 섭섭하기도 했는데 건강하게 다니는 것에 감사해야겠구나. 이런 생각도 하고... 처음에는 하이톤으로 야단치듯 말하는 아내의 목소리가 거슬렸었는데 그 와중에 휴지로 남편의 입을 닦아주고 화장실 가는 남편을 일으켜 부축하는 모습에서 그들만의 사랑을 느낄 수가 있었다.


#2

예전에는 남자들끼리 카페를 간다는 것은 꽤 어색한 일이었다. 만나면 술을 한잔 해야지 무슨 커피냐고. 그런데 요즘엔 젊은 남자들도, 지긋이 나이든 할아버지들도 카페에서 자주 마주치게 된다. 오늘도 몇 테이블은 남자들의 수다가 이어지고 있었다. 50대쯤 된 친구인 듯 했다. 한 남자는 잔잔히 고민을 얘기하면서 잠깐씩 눈물을 보이는 듯 했다. 아들 이야기다. 대학까지 뒷바라지 했는데 사업을 한다고 몇 천을 가져가더니 망한 뒤로 두문불출 집에만 있단다. 자립할 생각을 하지 않고 계속 지원해 주기가 바라는 아들의 사고방식에 가슴이 답답하다는 것이다.


중년의 나이에 자식은 인생의 어려운 시험지 같다는 생각이 든다. 답을 잘 적었다고 생각했는데 정답이 아닌 경우가 생기기 때문이다. 그런 답답한 시기를 보내면서 마음을 낮추는 법을 배우고 인생 또한 배우게 되는 것 같다. 자신의 고민을 스스럼없이 얘기할 수 있는 친구가 있다는 것만 봐도 그는 인생을 나름대로 잘 꾸려왔을 것이고 그 모습을 보며 자란 아들은 조금씩 성장할 것이다. 분명히.


#3

대학생으로 보이는 무리가 들어왔다. 남자셋, 여자 하나.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카페에 들른 듯 했다. 온통 취업 얘기다. 계속 시험에 떨어져 급기야 점을 보러 갔다온 얘기도 들려왔다.

아직 아이가 고등학생이어서 직접적으로 느끼지는 못하지만 아마도 몇 년 후면 나의 아이도 겪게 될 지 모를 주제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우리 회사는 채용공고를 하면 지원자가 많지 않다. 아마 중소기업이어서 그럴지도 모르겠다. 대학도 서열이 있듯 취업도 여전히 대기업을 선호하는 것이 현실이니까.

하지만 회사생활도 인생의 한 부분이고 많은 시간을 보내야 하는 곳이니까 돈과 인지도보다는 재미있게 그리고 잘 할 수 있는 일을 찾는 것이 더 중요하다. 고민들이 많은 청춘이지만 또 충분히 해낼 수 있는 젊음이기도 하다.


누구나 어느 나이에서나 고민이 있다. 경중이 다를 것이고 주제가 다를 뿐 모두에게는 삶의 오른막과 내림막길이 있다. 그래도 우리 삶의 이야기는 해피엔딩일 것이다. 힘겹고 어려운 일들이 존재하지만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수없이 많은 단막극, 그게 우리의 인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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