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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랑 Nov 26. 2023

다양한 실에 도전할 용기

합사와 연사

가디건을 뜨고 싶어 실을 주문했다. 당시 나는 ‘합사’와 ‘연사’의 차이점을 몰랐고 적당히 게이지가 맞는 것과 마음에 드는 색을 찾아 4합의 실을 샀다. ‘합사’은 얇은 실이 몇 가닥 합쳐져 있는 실을 말하는 것이고 ‘연사’는 그 합쳐진 실들이 꼬여져 있는 실을 말한다. 나는 그 차이를 생각할 만큼 다양한 실을 사용해 보지 못했기 때문에 아무 생각 없이 4합의 실을 주문했다.

합사와 연사


실을 받고 시작코를 잡으려 하자마자 깨달았다. 어? 왜 실이 안 꼬여져 있지? 이러면 뜨기 힘들 텐데. 하필이면 코를 잡는 방식도 처음 해보는 방법이었다. 처음 써보는 실과 처음 시도해 보는 코 잡기라. 살짝 멘붕이 오려했지만 그냥 원래 하던 대로 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뜨개는 새로운 작품을 만들 때마다 새로운 배울 것이 나오기에 이것도 그러려니 했다. 하지만 코를 잡던 도중 한 가닥이 끊어져 버렸고 나는 4합 실에 겁을 먹어버렸다. ‘아 이거 잘못하면 쉽게 끊어지는구나. 근데 작품 뜨는 도중에 끊어지면 어떡하지?’라는 생각에 압도되었고 결국 그 실을 사용하는 것을 포기해 버렸다.


이후 패키지 상품을 주문하면서 나의 선택과는 상관없이 4합의 실을 사용해야 하는 상황이 생겼다. 조금 겁이 났지만 너무 만들어보고 싶었던 작품이라 일단 시작했다. 웬걸, 연사보다 조금 조심스레 코를 잡고 뜨니 곧 그 실에 적응할 수 있었다. 코를 거는 것이 훌렁훌렁 되지는 않았지만 모헤어 두 겹을 합사해 썼던 기억을 떠올리며 합사의 특징이려니 하니 크게 신경 쓰이지 않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편물이 좀 더 고르게 나오는 느낌이어서 뜨는 재미가 있었다.


결국 두려움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실과 편물의 궁합은 항상 미지의 영역이라 같은 실을 써도 무엇을 만드냐에 따라 어울리기도, 어울리지 않기도 하니 직접 사서 사용해보지 않고는 모르는 일이다. 특히 실 사용 경험이 적은 초보자라면 더욱더. 초보일수록 패키지 또는 원작의 실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한 번쯤은 내가 사용해 보고 싶은 실을 써서 작품을 만드는 것도 뜨개의 묘미가 아닐까. 그러니 새로운 실에 도전해 볼 용기를 가지는 것도 뜨개인의 역량이란 생각이다. 여전히 패키지와 원작실을 더 잘 따라 하는 나지만 예쁜 실을 사고 그거에 맞는 도안을 찾는 것의 재미도 알아가고 있는 중이다. 그러다 보면 내 취향이 반영된 더 예쁜 뜨개 작품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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