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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살아가는 튜브 Apr 06. 2024

R&D는 정치의 영역이 아니다

2024년 4월 첫째주 과학기술 관련 오피니언

지난 해 과학기술계를 뒤흔들었던 사건은 "R&D 예산 삭감"입니다. 33년 만의 과학 예산 삭감으로 정말 많은 말들이 오고갔었는데, 4월 3일 [긴급] 혹은 [속보]로 갑자기 대통령실은 내년 R&D 예산을 역대 최고 수준으로 편성하겠다는 뉴스가 올라옵니다.


우리나라의 국가 R&D 예산은 2019년 20.5조원을 기점으로 매년 높은 증가율을 보이며, 2023년 31.1조원까지 급격하게 증가했습니다. 그러다가 갑자기 과학계 카르텔, 나눠먹기식 R&D, 뿌려주기식 R&D를 운운하며, 2024년 25.9조원으로 대폭 줄어듭니다.

그동안 정부 R&D사업은 R&D 사업의 혁신성과를 정말 측정할 수 있는 지, 사업화와 실증 단계의 연구와 개발 연구는 어떻게 구분할 것인지, R&D 사업이 중소기업 보조금으로 전락하는 것 아닌지 많은 논란이 있어왔으니까요. 


그래서 2022년에는 30조 규모로 커지는 R&D 예산을 어떻게하면 효율적으로 집행할 수 있는지 '중장기 투자전략'을 수립합니다. 중장기 투자전략은 향후 5년간 국가연구개발예산의 전략적 투자목표와 방향을 제시할 수 있는 최상위 투자전략으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수립하는 주요 과학기술정책(과학기술기본계획, 국가전략기술 육성전략 등)을 효과적으로 이행하기 위해 수립되는 법정계획입니다. 이 중장기 투자전략의 초안의 비전은 2030년 과학기술 5대 강국 도약입니다. 비전을 이행하기 위한 4대 전략은 다음과 같습니다. △민관협업 기반 임무중심 투자 강화 △선택과 집중으로 혁신역량 강화(디지털 혁신, 기업역량 강화 등) △미래대응 과학기술 기반 확충(기초연구, 인력양성, 지역혁신 등) △투자시스템 혁신 입니다. 초안을 바탕으로 대국민 공청회를 진행하고,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를 거쳐 확정되어 수립한 중장기 투자전략은 2023년 3월에 공식적으로 발표됩니다. 그러면서 정부R&D에 5년간 170조 원을 투입하기로 하기로 발표했는데, 갑작스레 6개월 뒤 2023년 9월 R&D 예산을 축소하겠다고 발표하고, 약 5조 2천억 원(▽16.6%) 줄어든 26조원 가량입니다. 한 마디에 최상위 투자전략도 소용이 없어져버렸습니다.


우리나라의 정부R&D사업 예산 수립절차는 대략적으로 '정부연구개발 투자방향 및 기준'이 바탕이 되어 진행됩니다. 각 부처별로 국가연구개발사업의 투자 우선순위를 제출 한 뒤 신규사업과 주요 계속사업에 대한 중기사업계획서를 제출하고 이 사업계획서를 검토하고 과학기술자문회의 심의를 거쳐 정부연구개발 투자 방향과 기준을 기획재정부를 비롯한 중앙행정기관에 제출합니다. 그리고 기획재정부에서 예산안편성 및 기금운용계획안 작성 지침을 통보하고, 각 부처별로 예산요구서를 5월 초에 제출합니다. R&D사업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내 과학기술혁신본부에서 진행하며, 제출된 예산요구서와 투자우선순위, 중기사업계획서 등을 과학기술자문회의 심의 등을 통해 조정 후, 6월 경 기획재정부에 국가연구개발사업 예산 배분·조정안을 제출합니다. 

(정부R&D 예산은 어떻게 결정되나: https://www.ksmcb.or.kr/webzine/2011/content/research_01.html)


이렇게 어렵게 수립된 예산이 갑자기 줄어드니 기초연구를 수행하고 있는 출연연, 대학은 물론이고 기업까지 타격을 받습니다. 2023년 당시에는 예산을 바로 줄이는 것이 아니니, 이 후폭풍은 2024년도 과제협약을 진행하는 1~2월에 들이닥칩니다.

저도 R&D 과제 기획을 해본 경험이 있지만, 가장 많은 예산이 드는 곳이 '인건비'입니다. 예산이 줄어들면 비중이 가장 높은 인건비가 타격을 받죠. 갑자기 내년도 과제를 진행하지 않거나, 대폭 줄어든 예산으로 인해 학위과정을 보장받을 수 없어지는 학생연구원도 생깁니다. 대학만 그럴까요? 연구자 개인이 수행하는 과제로 운영되는 출연연도 타격을 받겠죠. 출연연에서 박사후연구과정을 진행하는 계약직 연구원도 갑자기 계약이 종료됩니다. 기업도 당연합니다. 중소기업 R&D를 담당하는 중소기업기술정보진흥원은 협약변경팀을 신설하면서까지 기업의 원성을 들으며 사업별 협약 변경을 진행했습니다.


너무 폭발적으로 R&D 예산이 증가하는 것도 어느정도 제동을 가해야하는 시점이었지만, 갑자기 아무런 대비도 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예산삭감 폭탄은 현장의 연구자들 뿐만 아니라 관련된 기관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도 부담을 주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4월 3일 R&D 예산을 역대 최고 수준으로 편성하겠다고 발표합니다. 그것도 총선을 일주일 앞둔 시점에서요. 이미 3월에 투자방향이 다 결정되었는데요. 이쯤되면 과학기술 정책수립 프로세스를 대통령실이 알고 있는지도 의문입니다. 당연히 야권에서는 선거용이라고 비판합니다.

 

대통령실에서는 R&D다운 R&D로의 개혁과 예산 증액은 윤석열 정부의 지속적이고 일관된 입장이라고 강조합니다. 구체적인 수치 없다는 비판에는 8월까지 R&D 편성 절차 이후 구체적 수치가 나올 예정이라고 하죠. 그러면서 R&D 지원 방식의 개혁을 꾀하며 R&D 예산을 대폭 증액하겠다고 말합니다.


여전히 찝찝한 것은 왜일까요. 아마도 '사실은 이렇습니다'에서 얘기한 내용이 쉽게 와닿지 않아서겠죠?

예산 증액이 일관된 입장이었으면 줄어들었던 예산은 어떻게 설명할 것이며, R&D다운 R&D로 개혁을 하겠다면 카르텔 문제는 해결된 것일까요? 그렇다면 R&D다운 R&D는 무엇일까요? 줄어든 5조 2천억원이 R&D다운 R&D를 만드는 금액이었을까요? 8월까지 R&D 예산을 편성하는 절차에도 단순 투자방향이 아닌 어느정도 예산 규모의 틀은 있어야 부처에서도 사업계획서 상의 예산을 재조정할텐데 말입니다.


사전투표는 시작이 되었고 이제 각 부처에서 예산요구서를 제출해야하는 5월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부디 정부가 다시 R&D 예산을 증액하고, 과학기술분야를 지원하겠다는 기조가 야권의 비판을 받은 것 처럼 총선을 위한 보여주기가 아니길 바랍니다. 과학은 정치적으로 이용되어서는 안되고, 정부 R&D 예산은 빨간색이냐 파란색이냐의 영향을 받는 영역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어떻게 잘 배분할 지, 어떻게하면 성공적인 R&D 결과물을 만들어 내도록 지원할 수 있을 지, 어떻게하면 그렇게 외치는 퍼스트무버가 될 수 있는 영역을 찾을 지, 좀 더 좋은 평가와 효율적인 집행체계를 고민해야하는 데 단순히 돈만 깎는다고 그동안의 고질적인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니까요. 가뜩이나 인구도 줄어들고 있는 나라가 과학기술 경쟁력이라도 있어야지, 영원히 패스트 팔로워로 남을 수는 없습니다.



2024년 4월 첫째주 주요 신문사의 읽어보면 좋을 과학기술 관련 오피니언


1) 240401 글로벌 R&D 협력, 급하면 체한다(디지털타임스)

(https://www.dt.co.kr/contents.html?article_no=2024040102102269650001)

 - 그동안의 국제공동연구개발사업은 실제 R&D 측면이 강한지 비판을 많이 받았습니다. 이번 정부 들어서 글로벌 R&D 협력이 집중적으로 진행이 되고 있는만큼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면 좋을 지, 그동안의 문제점은 무엇인지 생각해 볼 수 있는 오피니언 기사입니다.


2) 240402 기술주권 확보, 과학기술인 성장 지원이 해답(전자신문)

(https://www.etnews.com/20240401000132)

 - 현재 우리나라 과학기술인 인재양성 시스템의 한계를 되돌아 볼 수 있고, 인구구조가 크게 변화하는 시점인 만큼 어떻게 하면 과학기술인을 더 육성하고 지원할 수 있을 지 생각해 볼 수 있는 오피니언 기사입니다. 


3) 240404 1년 만에 "역대 최대 증액"으로 바뀐 국가 R&D 예산(조선일보)

(https://www.chosun.com/opinion/editorial/2024/04/04/XFF2LHUCS5AWRK43L7KMW5GXDU/?utm_source=naver&utm_medium=referral&utm_campaign=naver-news)

240404 대폭 삭감 역대 최고 증액, R&D가 고무줄인가(한겨레)

(https://www.hani.co.kr/arti/opinion/editorial/1135114.html)

240404 삭감 뒤 역대 최대로 돌아선 R&D 예산… '총선용 카드'아니길(디지털타임스)

(https://www.dt.co.kr/contents.html?article_no=2024040402102369061001)

 - R&D 예산 삭감 뒤 증액 발표 이후 나온 칼럼들입니다. 신문사별로 비교해가면서 어떠한 부분을 집중적으로 비판하고 있는 지 차이를 파악하면서 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 


4) 240404 "공공정책에 과학연구 활용"… 생물학-의학-심리학서 답 얻는다(동아일보)

(https://www.donga.com/news/Opinion/article/all/20240403/124308027/1)

 - 흥미롭게 읽은 기사인데, 논문 요약글 같은 느낌을 받습니다. 정부-언론-특허에 정말 많은 과학 연구가 인용되고 있고, 과학기술이 얼마나 우리 생활과 밀접하게 맞닿아있는지 알 수 있는 오피니언 기사입니다. 생각보다 과학은 멀리 있지 않습니다.


5) 240405 디지털 미래 50년, AI정상회의가 출발점(매일경제)

(https://www.mk.co.kr/news/contributors/10982665)

 - 우리나라가 IT강국인 것과 AI 기술 수준이 높다는 것은 다른 말입니다. 우리나라의 AI 기술 수준은 미국이 100일 때 중국, 유럽에도 뒤지고 있으니까요. 요즘 과학기술 뉴스는 인공지능 기술이 시시각각 등장하므로, AI 정상회의에서 어떤 내용들이 논의되는 지 살펴보면 좋을 오피니언 기사입니다. 관련 사설도 매일경제에 함께 있으니 같이 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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