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첫째주 과학기술 관련 오피니언
지난 해 과학기술계를 뒤흔들었던 사건은 "R&D 예산 삭감"입니다. 33년 만의 과학 예산 삭감으로 정말 많은 말들이 오고갔었는데, 4월 3일 [긴급] 혹은 [속보]로 갑자기 대통령실은 내년 R&D 예산을 역대 최고 수준으로 편성하겠다는 뉴스가 올라옵니다.
우리나라의 국가 R&D 예산은 2019년 20.5조원을 기점으로 매년 높은 증가율을 보이며, 2023년 31.1조원까지 급격하게 증가했습니다. 그러다가 갑자기 과학계 카르텔, 나눠먹기식 R&D, 뿌려주기식 R&D를 운운하며, 2024년 25.9조원으로 대폭 줄어듭니다.
그동안 정부 R&D사업은 R&D 사업의 혁신성과를 정말 측정할 수 있는 지, 사업화와 실증 단계의 연구와 개발 연구는 어떻게 구분할 것인지, R&D 사업이 중소기업 보조금으로 전락하는 것 아닌지 많은 논란이 있어왔으니까요.
그래서 2022년에는 30조 규모로 커지는 R&D 예산을 어떻게하면 효율적으로 집행할 수 있는지 '중장기 투자전략'을 수립합니다. 중장기 투자전략은 향후 5년간 국가연구개발예산의 전략적 투자목표와 방향을 제시할 수 있는 최상위 투자전략으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수립하는 주요 과학기술정책(과학기술기본계획, 국가전략기술 육성전략 등)을 효과적으로 이행하기 위해 수립되는 법정계획입니다. 이 중장기 투자전략의 초안의 비전은 2030년 과학기술 5대 강국 도약입니다. 비전을 이행하기 위한 4대 전략은 다음과 같습니다. △민관협업 기반 임무중심 투자 강화 △선택과 집중으로 혁신역량 강화(디지털 혁신, 기업역량 강화 등) △미래대응 과학기술 기반 확충(기초연구, 인력양성, 지역혁신 등) △투자시스템 혁신 입니다. 초안을 바탕으로 대국민 공청회를 진행하고,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를 거쳐 확정되어 수립한 중장기 투자전략은 2023년 3월에 공식적으로 발표됩니다. 그러면서 정부R&D에 5년간 170조 원을 투입하기로 하기로 발표했는데, 갑작스레 6개월 뒤 2023년 9월 R&D 예산을 축소하겠다고 발표하고, 약 5조 2천억 원(▽16.6%) 줄어든 26조원 가량입니다. 한 마디에 최상위 투자전략도 소용이 없어져버렸습니다.
우리나라의 정부R&D사업 예산 수립절차는 대략적으로 '정부연구개발 투자방향 및 기준'이 바탕이 되어 진행됩니다. 각 부처별로 국가연구개발사업의 투자 우선순위를 제출 한 뒤 신규사업과 주요 계속사업에 대한 중기사업계획서를 제출하고 이 사업계획서를 검토하고 과학기술자문회의 심의를 거쳐 정부연구개발 투자 방향과 기준을 기획재정부를 비롯한 중앙행정기관에 제출합니다. 그리고 기획재정부에서 예산안편성 및 기금운용계획안 작성 지침을 통보하고, 각 부처별로 예산요구서를 5월 초에 제출합니다. R&D사업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내 과학기술혁신본부에서 진행하며, 제출된 예산요구서와 투자우선순위, 중기사업계획서 등을 과학기술자문회의 심의 등을 통해 조정 후, 6월 경 기획재정부에 국가연구개발사업 예산 배분·조정안을 제출합니다.
(정부R&D 예산은 어떻게 결정되나: https://www.ksmcb.or.kr/webzine/2011/content/research_01.html)
이렇게 어렵게 수립된 예산이 갑자기 줄어드니 기초연구를 수행하고 있는 출연연, 대학은 물론이고 기업까지 타격을 받습니다. 2023년 당시에는 예산을 바로 줄이는 것이 아니니, 이 후폭풍은 2024년도 과제협약을 진행하는 1~2월에 들이닥칩니다.
저도 R&D 과제 기획을 해본 경험이 있지만, 가장 많은 예산이 드는 곳이 '인건비'입니다. 예산이 줄어들면 비중이 가장 높은 인건비가 타격을 받죠. 갑자기 내년도 과제를 진행하지 않거나, 대폭 줄어든 예산으로 인해 학위과정을 보장받을 수 없어지는 학생연구원도 생깁니다. 대학만 그럴까요? 연구자 개인이 수행하는 과제로 운영되는 출연연도 타격을 받겠죠. 출연연에서 박사후연구과정을 진행하는 계약직 연구원도 갑자기 계약이 종료됩니다. 기업도 당연합니다. 중소기업 R&D를 담당하는 중소기업기술정보진흥원은 협약변경팀을 신설하면서까지 기업의 원성을 들으며 사업별 협약 변경을 진행했습니다.
너무 폭발적으로 R&D 예산이 증가하는 것도 어느정도 제동을 가해야하는 시점이었지만, 갑자기 아무런 대비도 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예산삭감 폭탄은 현장의 연구자들 뿐만 아니라 관련된 기관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도 부담을 주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4월 3일 R&D 예산을 역대 최고 수준으로 편성하겠다고 발표합니다. 그것도 총선을 일주일 앞둔 시점에서요. 이미 3월에 투자방향이 다 결정되었는데요. 이쯤되면 과학기술 정책수립 프로세스를 대통령실이 알고 있는지도 의문입니다. 당연히 야권에서는 선거용이라고 비판합니다.
대통령실에서는 R&D다운 R&D로의 개혁과 예산 증액은 윤석열 정부의 지속적이고 일관된 입장이라고 강조합니다. 구체적인 수치 없다는 비판에는 8월까지 R&D 편성 절차 이후 구체적 수치가 나올 예정이라고 하죠. 그러면서 R&D 지원 방식의 개혁을 꾀하며 R&D 예산을 대폭 증액하겠다고 말합니다.
여전히 찝찝한 것은 왜일까요. 아마도 '사실은 이렇습니다'에서 얘기한 내용이 쉽게 와닿지 않아서겠죠?
예산 증액이 일관된 입장이었으면 줄어들었던 예산은 어떻게 설명할 것이며, R&D다운 R&D로 개혁을 하겠다면 카르텔 문제는 해결된 것일까요? 그렇다면 R&D다운 R&D는 무엇일까요? 줄어든 5조 2천억원이 R&D다운 R&D를 만드는 금액이었을까요? 8월까지 R&D 예산을 편성하는 절차에도 단순 투자방향이 아닌 어느정도 예산 규모의 큰 틀은 있어야 각 부처에서도 사업계획서 상의 예산을 재조정할텐데 말입니다.
사전투표는 시작이 되었고 이제 각 부처에서 예산요구서를 제출해야하는 5월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부디 정부가 다시 R&D 예산을 증액하고, 과학기술분야를 지원하겠다는 기조가 야권의 비판을 받은 것 처럼 총선을 위한 보여주기가 아니길 바랍니다. 과학은 정치적으로 이용되어서는 안되고, 정부 R&D 예산은 빨간색이냐 파란색이냐의 영향을 받는 영역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어떻게 잘 배분할 지, 어떻게하면 성공적인 R&D 결과물을 만들어 내도록 지원할 수 있을 지, 어떻게하면 그렇게 외치는 퍼스트무버가 될 수 있는 영역을 찾을 지, 좀 더 좋은 평가와 효율적인 집행체계를 고민해야하는 데 단순히 돈만 깎는다고 그동안의 고질적인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니까요. 가뜩이나 인구도 줄어들고 있는 나라가 과학기술 경쟁력이라도 있어야지, 영원히 패스트 팔로워로 남을 수는 없습니다.
1) 240401 글로벌 R&D 협력, 급하면 체한다(디지털타임스)
(https://www.dt.co.kr/contents.html?article_no=2024040102102269650001)
- 그동안의 국제공동연구개발사업은 실제 R&D 측면이 강한지 비판을 많이 받았습니다. 이번 정부 들어서 글로벌 R&D 협력이 집중적으로 진행이 되고 있는만큼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면 좋을 지, 그동안의 문제점은 무엇인지 생각해 볼 수 있는 오피니언 기사입니다.
2) 240402 기술주권 확보, 과학기술인 성장 지원이 해답(전자신문)
(https://www.etnews.com/20240401000132)
- 현재 우리나라 과학기술인 인재양성 시스템의 한계를 되돌아 볼 수 있고, 인구구조가 크게 변화하는 시점인 만큼 어떻게 하면 과학기술인을 더 육성하고 지원할 수 있을 지 생각해 볼 수 있는 오피니언 기사입니다.
3) 240404 1년 만에 "역대 최대 증액"으로 바뀐 국가 R&D 예산(조선일보)
240404 대폭 삭감 뒤 역대 최고 증액, R&D가 고무줄인가(한겨레)
(https://www.hani.co.kr/arti/opinion/editorial/1135114.html)
240404 삭감 뒤 역대 최대로 돌아선 R&D 예산… '총선용 카드'아니길(디지털타임스)
(https://www.dt.co.kr/contents.html?article_no=2024040402102369061001)
- R&D 예산 삭감 뒤 증액 발표 이후 나온 칼럼들입니다. 신문사별로 비교해가면서 어떠한 부분을 집중적으로 비판하고 있는 지 차이를 파악하면서 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
4) 240404 "공공정책에 과학연구 활용"… 생물학-의학-심리학서 답 얻는다(동아일보)
(https://www.donga.com/news/Opinion/article/all/20240403/124308027/1)
- 흥미롭게 읽은 기사인데, 논문 요약글 같은 느낌을 받습니다. 정부-언론-특허에 정말 많은 과학 연구가 인용되고 있고, 과학기술이 얼마나 우리 생활과 밀접하게 맞닿아있는지 알 수 있는 오피니언 기사입니다. 생각보다 과학은 멀리 있지 않습니다.
5) 240405 디지털 미래 50년, AI정상회의가 출발점(매일경제)
(https://www.mk.co.kr/news/contributors/10982665)
- 우리나라가 IT강국인 것과 AI 기술 수준이 높다는 것은 다른 말입니다. 우리나라의 AI 기술 수준은 미국이 100일 때 중국, 유럽에도 뒤지고 있으니까요. 요즘 과학기술 뉴스는 인공지능 기술이 시시각각 등장하므로, AI 정상회의에서 어떤 내용들이 논의되는 지 살펴보면 좋을 오피니언 기사입니다. 관련 사설도 매일경제에 함께 있으니 같이 보는 것을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