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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은바이킹 Feb 17. 2023

오늘 꾸준한 사람

#1. 가능성



삼십에서 사십으로 가는 길의 중간 즈음에 만나게 되는 수많은 변화들 중 하나는, 더 이상 가능성이라는 것이 반드시 나를 앞으로 밀어주는 동력이자 오늘 치 고됨을 기댈 희망이기만 하지는 않다는 사실이다. 언젠가 가수 윤도현이 티비에서 그랬다. 마흔이 넘으니 많은 것들을 포기할 수 있어서 편해졌다고. 포기는 배추 셀 때나 쓰라지! 패기 넘쳤던 이십 대의 내게 그저 더 이상 '필승 넘치지 않는' 중년의 농담 같았던 이 이야기는, 삼십 대의 내겐 차차 곧 깨닫게 되겠구나 싶은 진담으로 다가오고 있다. 이것은 단지 삶에서 이제는 어쩔 수 없는 부분이 많아졌다는 자조적인 한탄이 아니라, 이제는 삶에서 '언젠가는 되겠지' 하며 근거와 우선순위 없이 모호한 가능성 하나에 기대서는 안 된다는 어른의 책임감이다. 수많은 것을 꿈꾸고, 수많은 것이 될 수 있을 것 같은 나이를 지나, 수많은 것을 신경 써야 하고, 수많은 것을 책임져야 하는 나이의 삶에서는 꿈의 가짓수보다 그를 실현하는 꾸준함이 소중하다. 막연히 지금과 다를 가능성에 기대 오늘을 유예하지 않고, 해야 하는 것들을 묵묵히 해내면서 와중에 그저 꾸준한 것. 그렇게 반드시 이룰 무언가, 어디선가 만날 기회를 '기다리는 사람'이 아니라 '오늘 꾸준한 사람'이 되는 것.


존경하는 지인과 올해의 다짐을 이야기하던 때, 그가 말했다. 올해의 목표는 '꾸준한 것', 그리고 3년 후 자신의 목표는 '그때도 바로 그 자리에 있는 것'이라고. 꾸준함조차 허락되지 않는 때가 오리라는 것을, 돌아올 수 없는 인생의 한 시기쯤을 보내 준 기억이 있는 삼십 대는 어렴풋이 알고 있다.




photo/ Copenhagen,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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