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 살, 영어강사 길을 잃다.
“선생님, AI가 이렇게 영어를 잘하는데 왜 영어공부를 해야 해요?”
학원 영어강사인 내게, 한 아이가 던진 질문이었다.
말문이 턱 막혔다.
그러게나 말이다… 왜일까?
나는 켸켸묵은 이야기를 또 꺼내고 말았다.
“대학에 가면 더 좋은 세상이 열리니까, 대학에 가기 위해 공부해야 한다고…”
하지만 사실 그것은 거짓말이었다.
내가 진짜 하고 싶은 공부는 문법책에서 규칙을 외우는 것도,
시험 점수를 높이는 것도 아니었다.
“선생님, 문법 말고 영어독서가 하고 싶어요.”
또 다른 학생이 말했다.
정말 그러게나 말이다.
나 역시 문법이 아닌, 글 속에서 마음을 느끼고 싶었다.
단어 하나, 문장 하나가 주는 의미를 곱씹고,
읽고, 이해하고, 생각하는 그 과정이 좋았다.
문법은 마치 삶의 규칙 같았다.
조건절과 시제, 수동태와 가정법…
모두가 맞게 놓여야 문장이 살아나는 것처럼,
우리 삶도 정확히 계산되어야 한다는 강박이 있었다.
하지만 AI가 영어를 척척 배우고, 시험 점수를 자동으로 맞춰내는 세상에서
그 규칙들은 점점 무색해지고 있었다.
AI, AI, AI…
직업들이 사라지는 시대에
내 자리도 흔들리고 있었다.
20년 동안 문법과 시험 문제에 매달리며 쌓아온 경험이
한순간에 ‘대체 가능한 것’이 되어버리는 순간이었다.
도대체 왜 공부해야 할까.
무엇을 위해 공부해야 할까.
“선생님은 영어 선생님이 되셔서 행복하세요?”
“……너희들과 공부하는 나는 행복하지.”
사실은 거짓말이다.
나는 대학에도 큰 관심이 없고
그게 인생에서 대단한 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것이 성공의 척도라고도 믿지 않는다.
나는 거짓말쟁이 선생님이다.
어른들에게서 ‘꿈’이라는 단어는
이미 희미한 환상일지 몰라도
아이들에게서 ‘꿈’은 살아 있다.
“선생님의 꿈은 뭐예요?”
“나?”
곰곰이 생각해 보니,
나는… 세무사가 되고 싶다.
죽기 전에 단 한 번이라도
세무사가 되어보고 싶다.
그런데 왜 갑자기 세무사냐고?
문법책과 시험 문제 속에서 잃어버린 나만의 자리,
AI 시대에도 살아남을 수 있는 또 다른 나를 찾기 위해서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무엇보다, 나에게도 아이들처럼
진짜 꿈이 필요했기 때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