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내 인생의 정답: 가족

시간을 되돌려 보고 싶은 얼굴들

by 다감


“Family is not an important thing, it’s everything.” – Michael J. Fox

가족은 그저 중요한 것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 모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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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투 더 퓨처(Back to the Future)>라는 SF 영화를 기억하는가?

어릴 적 참 재미있게 보았던 영화인데 이제는 가물가물하다. 마이클 J. 폭스는 그 영화에서 시간 여행을 하며 가족을 비롯해 사랑하는 이들을 지켜낸다. 꼭 가족만을 지킨 것은 아니지만, 나에게는 "과거로 돌아가서라도 지키고 싶은 존재"가 곧 가족으로 떠오른다.


“서방님한테 수저 놔줘.”

“저희 아버지세요.”


나는 순간 정색하다가 이내 웃어버렸다. 식당 아주머니는 당황한 듯 다시 나를 바라보고는 멋쩍게 웃으셨다. 아버지와 함께 떠난 제주도 여행, 해물탕집에서 아버지를 남편으로 오해받는 굴욕 아닌 굴욕을 겪은 순간이었다. 세월이 흘러도 아버지가 여전히 잘생겨 보였던 걸까. 주변에서도 아버지가 한때 인기가 많았다고들 했다. 아마도 부녀가 함께하는 여행이 드물다 보니, 사람들에게는 더 신기해 보였을 것이다. 38살에 겪은 황당한 굴욕이었지만, 다행히 해물탕이 맛있어 금세 잊을 수 있었다.


값을 치른 해물탕을 뒤로하고, 우리는 제주도의 해안도로를 달렸다. 바다는 특유의 빛깔을 품고 일렁이고 있었다. 어머니와 함께 왔다면 좋았을 텐데. 그랬다면 아버지가 ‘서방님’이 되는 웃지 못할 상황은 없었을 텐데 말이다.


어머니는 내 20대 시절에 큰 병에 걸리셨고, 곧 세상을 떠나셨다. 나는 그때 준비하던 일들을 다 마무리하지 못했다. 어머니의 병원비로 학원비를 내고 교재를 사는 것이 죄스러웠다. 결국 나는 공무원 시험 문제집을 들고 방구석으로 숨어들었다. 지긋지긋하면서도, 어쩌면 해방구 같기도 했던 시험 준비. 지금은 웃으며 떠올리지만, 그 당시 나를 챙겨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나 역시 그저 죄스러울 뿐이었다.


“엄마와 왔다면 좋았을 텐데.”

“후회하지 마라.” 아버지는 나지막이 말하셨다.


아이들은 알까? 누군가 자신을 위해 대신 버텨주기에 본인들이 안온하게 학원에 다니고 공부할 수 있다는 것을. 누군가의 희생이라는 기회비용 위에 미래를 쌓아가고 있다는 것을. 나는 과연 그런 아이들에게 내가 받은 수업료의 값어치만큼 돌려주고 있는 걸까.


어쨌거나, 아버지와 단둘뿐이었지만 그래서 더 소중했고 행복한 여행이었다. 문득, 제주도의 바다가 다시 그리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