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동요 부르며 노를 저었던 시절을 돌이켜 본다

Row, row, row your boat

by 이보라



학교에서 정규 과정으로 영어를 배울 수 있었던 건 중학교 때부터이다(나 옛날 사람이더라고).


방 책장에 전집을 잔뜩 집어넣어 주는 것 외에 사교육 같은 건 전혀 관심 없는 엄마였지만, 과학 만화 전집에서 영어 관련 책을 들추며 흥미를 보이니 엄마가 통 크게 사교육에 돈을 써 줬다.


그렇게 초등학교 때 시작한 윤선생 파닉스.


교재가 알록달록하고, 그림도 많고, 테이프에서 나오는 목소리도 경쾌해서 기분이 좋았다.


그리고 빠질 수 없는 게 있었지. 영어 동요.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교육 자료이니 빠질 수 없지, 절대.


동요 종류는 많았겠지만 기억에 남는 곡은 'Row, Row, Row Your Boat'이다.


그냥 영어를 배우는 것도 재미있는데, 노래로 배우니 빠져들고 말았다.


아무리 동요라고 해도 영어 말하기 훈련이 별로 되지 않은 어린이가 따라 부르기에 마냥 쉽지는 않았을 텐데도 재미는 있었다.


이제는 주변에 아이들이 많다.


친구들도 아이를 키우고, 조카도 내가 나이 드는 만큼 빠르게 자라고 있다.


그런 환경을 경험하면서 보니, 전에는 전혀 생각지 못했던 것들이 눈에 보인다.


집에서 영어 동요를 틀어 놓고 신나게 따라 부르고 있는 나의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바쁘고 힘든 삶을 살고 있었을 우리 부모님에게 얼마나 큰 청각적 시련이었을까.


시끄러우니까 그만 좀 부르라고 차마 말도 못 하고 그 모든 걸 들으면서 얼마나 정신적으로 피곤했을까.


그때는 보이지 않았던 것이 이제 보이니 마음이 숙연해진다.


그래도 어린이의 영어 교육에 있어 영어 동요는 정말 좋은 것 같다. 즐겁게 놀면서 노래를 부르고,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듣기와 발성 훈련도 되며, 부모에게는 삶의 고난을 극복하며 성장하는 고행의 기회를 제공할 수도 있고 말이다.


다른 가사는 생각나지 않고 'Row, row, row your boat' 부분만 생각나는 이 동요를 한 번 찾아서 불러볼까.


그 시절 시련을 이겨냈던 부모님에 대한 고마운 마음을 담아.


꽥꽥.





[삽질 복기]

- 가사를 외울 정도로 불렀으면 더 좋았을걸.

- 가사를 천천히 또박또박 읽었으면 더 좋았을걸.

- 엄마, 미안해.

- 귀 많이 아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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