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에 붙어라 붙어
몇천 년을 살아남는 책이 있고, 1년을 채 못 가는 책이 있다.
갑자기 궁금해서 검색을 해봤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영어'.
20여 년이 넘은 지금, 아직도 팔리고 있다. 블로그 검색을 해보니 아직도 이 책으로 공부를 하는 사람들이 있다. 어릴 때 이 책을 보던 사람들이 이 책을 사서 아이들에게 보여주는 경우도 있었다.
출판이 되었다가 몇 달 안에 사라지는 책도 많은데, 20여 년이 지난 지금도 판매가 되고 있다니 신기할 따름이다. 소설책도 아니고 영어 교재인데 말이지.
학교에서 배우는 방식의 딱딱한 영어 공부에는 정을 붙이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어떻게든 꼼수를 찾아 헤맸고, 그렇게 발견한 책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영어' 시리즈였다.
단순히 영어 단어와 뜻을 알려주는 교재가 아니라, 영어 어원 및 문화 얘기를 그림과 함께 풀어낸 책이었다. 백과사전 같기도 하고, 만화책 같기도 한 책이어서 영어 공부를 하고 있다는 느낌 없이 술술 읽었던 기억이 난다. 나름 유용하면서도 흥미로운 꼼수였다.
과학 만화 전집 안에 들어 있던 영어권 문화 관련 책에서 시작되었던 영어에 대한 열망이 여기에서도 반짝거리고 있었다. 다른 문화권, 다른 세계에 대한 삶의 호기심을 그 시절, 이 책이 충만하게 채워 주었던 것 같다.
어원과 역사 설명 속에서 영어를 조금씩 배울 수는 있었지만, 직접적으로 영어 실력에 큰 영향을 미친 책은 아니었다.
영어로 말하는 입이 트이기 시작한 건 이로부터 한참 후 고등학교 졸업을 할 때쯤이었지만, 꼼수를 찾는 과정에서 접했던 이런 책들이 영어에 대한 관심의 싹에 지속적으로 물을 주었던 게 아닌가 싶다. 어느 정도는 영어 실력의 밑바탕이 되기도 했고 말이다.
그렇게 꼬리에 꼬리를 물고 추억 놀음을 이어간다.
[삽질 복기]
- 꼼수를 찾을 시간에 영어 말하기 연습을 했으면 좋았을 텐데.
- 50%의 시간만 떼서 썼어도 실력이 많이 늘었을 텐데.
- 그래도 저거라도 본 게 어디람.
- 꼼수가 꼭 나쁜 것은 아니지, 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