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 영어 회화 동아리 활동의 즐거웠던 추억

그런데 왜 눈물이...

by 이보라



대학교에 들어가면 선배들이 눈에 불을 켜고 달려온다. 멋모르는 애들을 빨리 꾀어서 동아리로 끌어들여야 하니까.


선배들이 사주는 밥 먹고, 술 먹고, 밤을 지새우며 젊음을 탕진하다가 정신을 차려 보면 동아리 방에 가 있는 것이지, 그런 것이지.


그렇게 나는 영어 회화 동아리를 들어갔다.

영어 회화 동아리요? 대학 신입생인데?


그렇다.


남들은 볼링, 영화, 스쿼시 동아리처럼 듣기만 해도 재미가 넘쳐 밖으로 흐르는 모임에 들어가, 놀러도 다니고 연애도 하고 잘 살던데 나는 왜 영어 회화 동아리 같은 누린내 나는 모임을 들어가고 그랬는지 모르겠다.


아직도 누린내가 안 빠진 것 같아. 킁킁.


이런 사달을 일으킨 범인은 뇌 혈류 활동에 제한을 가하는 상당한 수치의 혈중알코올농도였던 것으로 의심되는데, 심증만 있고 물증이 없다. 하, 물증이 있어야 하는데 그게 없네. 그게. 증인이라고 1명 있는 것도 역시나 혈중알코올농도 때문인지 "기억나지 않습니다"라는 진술만 반복하고 있는데 이를 어쩐담.


영어 회화 동아리 모임은 다른 '신나고 재미있는' 동아리 모임과 달리 학교 도서관 그룹 스터디 룸 같은 곳에 모여서 했다.


그때 그 장소를 보고 바로 도망쳤어야 하는데, 이미 나의 배에 각종 산해진미를 집어넣은 선배님들의 눈빛이 예사롭지 않아 차마 도망칠 수가 없었다. 왜, 그런 게 있잖아? 여기서 잘못하면 내 목숨에 위협이 있을 것이라는, 그런 내장 기관에서 올라오는 직감?


영어 회화 동아리 모임은 주제를 미리 준비하고 토론을 하는 방식이었다.


요새 학교에서 제일 인기 많은 얼짱은 누구인가, 어떤 연예인이 어떤 연예인과 사귀나, 캠퍼스 근처에서 제일 맛있는 고깃집은 어디인가 같은 주제였으면 좋았을 것 같은데, 무슨 경제가 어쩌고 정치가 어쩌고...


그 자리는 나를 위한 자리가 아니었다.


미래에 외국에서 교수 자리를 차지할 똑똑한 선배님들을 돋보이게 하려고 마련된 자리였다.


나는 그저 내 차례가 오면 버벅거리는 역할을 담당해 그 선배님들의 광영에 빛을 더하고, 그 선배님들이 유려한 영어로 말씀을 하실 때 열렬하게 박수를 치는 관객에 불과했다.


그리고 오글거렸다.


한국인과의 영어 회화란 정말 손은 오글오글 속은 부글부글하단 말이지.


어휴, 아직도 오글오글 부글부글.





[삽질 복기]

- 똑똑한 선배들이 많아서 배울 점은 많았다.

- 영어가 뭐 늘긴 늘었나? 끝나고 술 먹은 기억 밖에...

- 연애도 못 했다. 흑.

- 누린내는 어떻게 빼나. 킁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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