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담
_ 정정안
시골집에 갔는데 상중이라고 붙어져 있었다 누가 죽었나요? 할머니가 우리 집에 사는 사람 중엔 죽은 사람이 없다고 했다 그럼 설마 제가 죽어서 여기로 온 건가요? 우리는 마주보며 웃었다 죽을 만큼 재미있는 농담이라는 듯 배를 잡고 하하하 호호호 웃으면서 옛날이야기를 나눴다 내가 할머니의 돈을 훔친 일, 만삭인 엄마가 새벽마다 밭으로 나간 일, 거기서 나를 낳은 일, 엄마는 나를 보고 실망했대요 우리 모두가 실망했지 할머니와 나는 웃고 있었지만 이제 누가 진짜 죽은 사람인지 알아가고 있었다 할머니가 살아계셨을 때 우리는 웃으며 얘기한 적이 없어요, 할머니! 죽은 사람은 할머니에요 나는 탐정만화의 주인공처럼 손가락으로 할머니를 가리켰다 할머니는 어른한테 못하는 말이 없다며 손가락을 치우라고 했지만
못한 말은 이런 게 아닐까 나는 할머니가 지은 이름이 싫어 여자 이름에 아들 자를 넣어놨잖아 돈 주고 지었다던데 세상에 누가 그런 이름을 돈 주고 사지? 고치고 싶지만 엄마는 믿고 있어 그 한자가 내 동생을 낳았다고 내 이름이 바뀌면 동생도 사라진다고 엄마는 미신을 만들어내지 나는 그 미신을 떨쳐내지 못해 겁이 나서 지어준 대로
할머니가 그럴 줄 알았다며 웃는다 죽은 조상 꿈을 꾸면 복권을 사야 한다고 믿는 부모님에게 할머니를 만나서 한참 웃었다고 말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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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의 잠』은 51명의 다채로운 꿈 이야기를 담은 글모음 책이다.
감사하게도 나는 '농담'이라는 산문시를 실었다.
몇 번이고 다시 읽은 시는 권정연 시인의 '극장에서'이다.
마지막 문장이 마법 같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