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나에게도 “괜찮아”

누군가에게 했던 ‘괜찮아’, 그리고 나에게 건네지 못한 ‘괜찮아’

by 소소

취직만 하면 모든 게 끝날 줄 알았던 30대는, 예상치 못한 수많은 시련을 다시 내게 가져다주었다.


나는 평소 다른 사람의 고민을 잘 들어주는 편이다. 내 이야기를 하는 것도 좋아하지만, 타인의 이야기를 듣는 것 또한 즐거웠다. 상담의 끝에는 늘 습관처럼 덧붙였다. “괜찮아, 지금부터 괜찮아질 거야.” 어쩌면 큰 의미 없이 건넸던 이 한마디가 누군가에게는 가슴 깊이 남는 위로가 되었다는 말을 전해 듣기도 했다.


그런데 정작 나는 나의 이야기를 듣지 못했다. 내 마음이 보내는 소리들을 철저히 외면했다. 듣지 않았기에, 나 자신에게는 차마 괜찮다는 말조차 건네지 못했다. 스스로를 돌보지 못했던 나의 30대, 그 연애와 결혼은 결국 실패로 마침표를 찍었다.


내 마음의 상태를 미처 몰랐을 때 만났던 사람은 나의 에너지를 착취하는 사람이었다. 그는 언제나 자신의 말이 옳다고 믿었고, 갈등이 생길 때마다 결론은 늘 나의 잘못으로 끝이 났다. 어느새 나는 마음이 불편하고 지금 이 상황이 싫어도 내 감정을 살피기보다 그의 기분과 눈치를 먼저 보게 되었다. 스스로 전혀 괜찮지 않은 상황 속에서도 나는 여전히 괜찮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마음은 서서히 병들어갔고, 내면의 빛은 조금씩 꺼져갔다. 그 무렵 나의 유일한 취미는 외국어 공부였다. 아마도 낯선 언어 속으로 파고들면 현실과는 다른 세계로 도피할 수 있다는 느낌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렇게 초라해진 나를 감추고 사라져가는 자존감을 외국어 뒤로 숨기고 있을 때, 스티브 잡스의 스탠포드 대학 졸업 연설문을 보게 되었다.


"Don't let the noise of others' opinions drown out your own inner voice."

(타인의 의견이라는 소음이 당신 내면의 목소리를 잠재우게 두지 마십시오.)


그 문장을 마주한 순간, 내 마음은 SOS 신호를 보내듯 더 이상 이렇게 살고 싶지 않다고 외쳤다. 내 마음이 안 괜찮다고, 이제는 이 관계에서 벗어나야만 한다고 비명을 지르는 것 같았다. 나는 비로소 내 마음을 똑바로 들여다보았다.


그해, 나는 그에게 결별을 선언했고 이혼을 했다.


이제 나는 더 이상 타인의 슬픔에만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 매일 아침 거울을 보며, 예전엔 남들에게만 아낌없이 해주던 그 말을 나 자신에게 가장 먼저 건넨다. “괜찮아, 이제부터 정말 괜찮아질 거야.”


이혼은 내 인생의 실패가 아니라, 내 마음의 목소리에 응답한 첫 번째 시작이자 성공이었다. 꺼져가던 내 마음의 빛은 이제 조금씩, 그러나 분명하게 다시 밝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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