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람이 흔들리면 다 같이 흔들린다
“가족은 모빌이다. 한 사람이 흔들리면 다 같이 흔들리기 때문이다.”
최근 들은 말 중에 가장 공감되는 말이다. 이 말에 공감하는 순간들이 주변에서 종종 보인다. 불안정한 환경에서 자라 심리적으로 힘들어하는 친구들을 보면, 그들의 가정사에 어려움이 깔려 있는 경우가 많다는 걸 느낀다. 어릴 때부터 부모와 충분한 애착관계를 맺지 못했다든가, 부모가 있어도 폭력적이거나 부재가 잦았다든가, 부모와 떨어져 홀로 지내야 했던 일 등이 누적되어 정신적 안정을 찾기 어려운 상태가 된 것이다. 내가 평소 불안정한 사람들을 자주 만나는 건지, 아니면 정말 많은 이들이 이런 어려움 속에서 살아가는지 확실치 않지만, 분명한 건 가정환경이 개인의 심리에 큰 영향을 준다는 사실이다.
일반적인 가정에서도 부모님이나 형제·자매 간에 작은 다툼이라도 있으면, 하루 종일 기분이 좋지 않다. 부부끼리 심하게 언쟁을 하고 나면, 그 여파가 밖에서 하는 일이나 대인관계에도 스며든다. 옛날부터 ‘가화만사성’이라고 했는데, 가정에 불화가 생기면 그 불편함을 밖에까지 안고 다니게 된다는 말이 틀리지 않다. 가족이라는 모빌에서 한쪽이 휘청이면, 다른 쪽도 계속 흔들릴 수밖에 없다.
이렇듯 가정이 주는 안정감은 사람의 정신적 건강과 직접적으로 연결된다. 부모와 자녀가 일상적으로 교감하고, 서로의 감정을 존중하는 집안에서 자란 아이는 안정적인 애착관계가 형성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자라면서 대인관계 능력, 자기 효능감, 도전 의욕 등에 큰 영향을 미친다. 반면에, 누군가가 여건이나 역량이 부족해 부모 역할을 제대로 해주지 못하거나, 부모 자신의 문제로 아이에게 폭력을 휘두르면, 그 아이는 어릴 때부터 심리적으로 불안정한 기반을 갖게 된다. 그리고 이런 기반은 결국 성인이 되어서도 사람을 불안하게 만든다.
좋은 가정환경에서 자란 사람은 운이 좋다고 볼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고 해서 모든 게 끝난 건 아니다. 성인이 된 후에도 내가 어떤 관계를 맺고 어떻게 상처를 치유할지 선택할 길은 열려 있다. 만약 환경이 좋지 않은 가정에서 태어났다면, 반드시 “내가 평생 이렇게 살아야 하나” 하고 체념할 필요는 없다. 우선 자신을 보호할 방안을 찾고, 불안정한 상황을 개선하거나 벗어나려 시도하는 게 중요하다.
대학 시절 심리학 수업에서 안정애착에 대해 배울 때, 떠올랐던 한 가지 의문점은 ’부모와 불안정 애착관계를 형성한 사람은 평생 타인과의 관계에서도 불안정할 수밖에 없을까?‘였다. 이런 내 질문에 교수님께서는 ”아니다. 연인 또는 부부와의 관계에서 안정애착을 다시 형성하면 된다.“라고 답변해 주셨다. 또한 “부모와 애착관계가 잘 형성되었다고 해도 연인 또는 부부 관계에서 불안정애착 관계가 형성될 수 있고, 이 또한 정서에 큰 영향을 미친다”라고 하셨다. 즉, 나만의 새로운 가정을 꾸릴 때, 새롭게 형성하는 애착 관계가 인생의 2막에서는 더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가정은 결국 함께 돌보고 이끌어야 할 공동체다. 누군가 흔들릴 때 “너 문제 아니냐” 하고 외면하기보다, “같이 잘 살아보자”는 마음으로 손을 내민다면, 가족이라는 모빌은 균형을 되찾을 수 있다. 그리고 그 균형이 개인의 삶을 안정적으로 만들어주는 든든한 기반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