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 입학 준비 (1) 배경

MBA 진학을 결심한 이유

by 라이블리데이즈

내가 고3일 때, 아버지는 스탠포드 EMBA 과정을 위해 미국으로 떠나셨다. 아버지는 수업을 따라가기 위해 밤을 새우고, 교수님 및 동기들과 토론하며 사고를 확장하고, 주말에는 골프를 치며 동기들과 교류했던 경험을 자주 들려주셨다. 그 이야기를 들으며 나는 ‘언젠가 MBA에 진학해 사고의 프레임을 넓히겠다’는 목표를 자연스럽게 품었다. MBA 이후 아버지가 회사에서 빠르게 인정받으며 경영자로 성장하는 모습을 보면서, 경영자 역할을 잘 수행하려면 MBA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더욱 확고해졌다. 한때 미국 풀타임 MBA를 진지하게 검토했지만, 회사 업무와 GMAT 준비를 동시에 소화하기엔 물리적·정신적 여력이 부족했다. 게다가 결혼을 앞둔 상황에서 국내에 근무 중인 남편의 커리어도 고려해야 했다. 결국 ‘현 생활권을 유지하면서도 경영 역량을 확실히 끌어올릴 방법’으로 국내 MBA를 집중 탐색하기로 방향을 틀었다.


나는 몇 년 동안 심리학 대학원, HR 특화 석사, 국내외 MBA 등 여러 옵션을 살펴보기만 하고 실제 지원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그러던 중 2024년에 회사가 급격한 성장 정체를 맞았다. 연간 매출이 더 이상 가파르게 오르지 않자 경영진은 비용 절감에 집중했고, 내가 담당했던 교육과 조직문화는 우선순위에서 밀려났다. 입사 후 3년간 매출과 인원이 매년 두 배씩 증가해 내 업무 범위와 역할이 커지는 즐거움을 누렸다. 하지만, 회사의 성장 정체가 시작되자 HRD 담당자인 나는 새로운 프로그램을 기획하기보다는 기존 제도를 유지하는 데 주력해야 했고, 조직 분위기는 ‘성장’이 아닌 ‘현상 유지’로 기울어졌다. 이는 회사의 성장 정체가 곧 나의 성장 정체로 이어질 것이란 위기감을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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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점에 "나는 결국 무엇을 하고 싶은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고 있었다. 결론적으로 ‘직장인의 정신적 웰빙을 돕는 힐링 커뮤니티’를 창업하고 싶다는 구체적인 목표를 세웠다. 대학에서 심리학을 전공했고 HR 현장에서 번아웃으로 퇴사하는 직원들을 수없이 봐 왔기에 문제의 본질은 분명했다. 강점 코치 자격증과 미술 심리 치료사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어, 동료 전문가들과 협업해 그룹 심리 치료 세션, 미술 치료 워크숍, 강점 기반 코칭 프로그램을 구성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그러나 이러한 아이디어를 현실적인 비즈니스로 구현하려면 HR 지식만으로는 부족했다. 매력적인 수익 모델을 설계하고, 성장 전략을 세우며, 투자자를 설득할 재무 로드맵을 그리기 위해서는 경영 역량이 필수였다. MBA의 경영 전략, 재무회계, 마케팅 등의 수업과 창업 지원·멘토링은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고 사업 아이디어를 시장에 안착시키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 판단했다.


또한 현대 경영 환경에서 데이터 분석은 필수지만, 심리학 전공 시 배운 통계 지식만으로는 업무 데이터를 충분히 활용하기에 한계가 있었다. 예를 들어 교육의 효과성을 분석하고 싶었지만, 내가 기존에 가지고 있던 조사 방법론이나 엑셀 활용 능력만으로는 데이터 기반의 누구나 납득 가능한 인사이트를 도출해 내기 어려웠다. MBA의 비즈니스 애널리틱스 교육은 내가 시대의 흐름에 걸맞은 역량을 가질 수 있게 도움을 줄 것으로 봤다. 당시 하버드 MBA 졸업생들이 구시대적인 회사를 구매하고 효율화시켜서 재판매하는 사업을 한다는 숏폼 영상을 보면서, 데이터 분석 역량 획득이 사업적인 기회로 바뀔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더 이상 ‘언젠가’라는 단어 뒤에 숨을 수 없었다. 2024년 성장 정체의 충격을 계기로 나는 안전한 커리어 경로에서 잠시 내려와, 스스로를 더 큰 트랙으로 옮기기로 결심했다.

목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