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지기 전에
집에서 창문 밖 노을이 보기 좋아서
창문 턱에 앉아 창문 너머 노을을 한동안 쳐다봤다
노을이 보이지 않는 공간으로 이사를 간 후로는
그 노을이 참 귀하다
이제는 퇴근길 노을을 운이 좋아야 일주일에 한 번 볼까 말까 한다
그래도 그렇게 운줗게 해가지기 전 노을을 보면 그 날 하루를 누군가 고생했다고 토닥여주는 기분이 든다 그래서 무지개는 약속의 의미를 가지는 것처럼 개인적으로 노을은 ‘위로’라는 의미 같다.
이번 휴가에는 나 홀로 노을이 보고 싶어 우리나라에서 노을이 아름답다던 통영으로 여행을 갔다 그토록 바라던 노을을 힘겹게 도착해서 봤지만 생각보다 별로였다 새빨갛게 짙어진 노을이 있을 줄 알았는데 그저 일몰 전 조금 살짝 붉은 하늘 그게 전부였다
노을은 우연히 길을 가다가 하늘을 볼 때, 집에서 창문 밖을 내다볼 때 그때가 가장 아름답고 기억이 많이 남는다
그 노을을 오늘 마주한다면 오늘 하루의 노고가 바지에 묻은 모래 털 듯 훌훌 털어 날아갈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