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한 번의 여행을 마치고

편지를 써요

by 김예지


결국 인생이란 게 그리울 순간들을 많이 쌓는 사람이 승자인 거 같아. 그리워하며 회상할 많은 순간순간들이 파노라마처럼 겹겹이 쌓이다 보면 얼마나 다채롭겠어. 그렇게 우린 순간들을 수집하며 다채로운 시각을 키워나가는 것 아닐까.


많이 경험하면-좋은 경험이든 나쁜 경험이든- 그만큼의 폭이 생긴다. 말 그대로 내 시야의 폭이 넓어지고 내 생각의 한계점도 확장되며, 그에 따른 선택지도 무수히 많아진다. 내가 말하는 경험이란, 크게는 다양한 사람들과의 관계, 혼자 보내는 시간, 열심히 번 돈으로 시간을 내서라도 떠나는 여행 등.

다양한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우리는 타인을 이해, 수용하기 수월해지고 그에 따라 나와 다른 타인에 생기는 미움도 사라지더라.

혼자 무언갈 하다 보면, 온전히 나로서의 독립성이 키워지고 자아가 확실해져서 나만의 옳고 그름, 가치관등이 확립된다. 나만의 기준이 확실하면 그 누구도 나를 함부로 대하지 못한다.

여행, 예전에 내가 해왔던 여행은 그저 관광에 불가했다. 물론 관광이 나쁘다는 건 아니다. 최근 들어 생긴 나의 ‘여행’이란 정의는 그저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흐름대로 하는 것. 관광을 하다 보면 일정 맞추며 돌아다니느라 우리가 놓치는 게 많다. 결국엔 기억에 잘 안 남더라고. 근데 정말 하고 싶은 대로, 내가 이 여행을 오기 위해 쓴 비용 이런 것들을 신경 쓰지 않고 자고 싶으면 낮잠도 자고, 그저 계획 세우지 않고 그 순간순간에 하고 싶은 것들을 검색해 찾아보고 하다 보니 아무 일정도 안 세운 백지에 그날그날 내 기분과 흐름에 맞춰 프리드로잉 하는 것 같았다. 무슨 그림이 그려질지도 모르고 무작정 선을 그어보고 배경도 칠해보며 얼떨결에 완성된 그림처럼 시간 지나고 보면, 그 그림 선 하나하나에, 배경색 하나하나에 내 순간의 감정들이 보이니까.

그런 게 여행의 묘미이지 않나 생각하는 요즘이다.

나중을 생각하며 현재의 나한테 너무 모질게 가혹하게 굴지 말자. 나 자신한테 친절을 베풀다 보면, 그 친절로 인해 생긴 순간들이 모여서 내 인생이 다채로워지니.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욱 친절해도 된다 나 자신에게


소중한 순간들을 모아 따듯한 시선을 가질 수 있길.


-케언즈 여행을 마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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