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로 오는 비행기 안에서 내가 인상 깊게 들었던 수학자 허준이 님의 서울대 졸업 축사를 노트에 받아 적었다. 그중 마지막 말씀이 타인에게 친절하고, 나 자신한테 친절해라고. 그리고 그 친절을 미래의 우리에게 잘 전달해 달라고 하셨는데 거짓말처럼 몇 시간 지나지 않아 친절의 순환을 겼었다.
시드니 도착한 비행시간은 3일 저녁 7시 50분쯤이었고 내가 사는 곳으로 돌아가야 하는 비행은 4일 아침 8시 40분이었다. 시드니에서 시간을 좀 보내야겠다 싶어 공항 밖으로 나와 친구와 시간을 보낸 후 공항에서 눈 좀 붙여야지 싶어 새벽 3시쯤 공항에 도착했다. 심지어 공항 오픈 전이었다(4시 오픈인걸 몰랐지만) 그렇게 오픈까지 기다리고 화장실에서 간단히 세수 양치만 한 후 7시 알람까지 맞춘 다음 내가 체크인해야 할 항공사 데스크 바로 옆 소파에서 눈을 붙였다. 중간에 잠깐 깨니 6시였고 좀 더 자도 되겠다 싶어 눈을 감았다 뜨니 8시 34분이었던 거다. 비행 이륙 시간이 8시 40분인데… 쪼그려 앉아 자서 쥐 난 다리를 이끌고 눈도 덜 뜬 채로 데스크로 향했지만 이미 늦었단 말만 돌아올 뿐. 적잖이 멘붕이었다. 진정하고 다음 비행시간과 가격을 물었는데 약 5시간 후인 오후 2시 비행에 $392라고 했다. 고작 편도 1시간 반 거리가..
너무 바보 같은 짓을 한 나 자신한테 너무 화가 나서 한숨만 푹푹 쉬었고, 나와 얘기를 나누고 있던 직원분께서는 인터내셔널 비행을 타고 온 거냐, 딜레이 되거나 이런저런 상황 때문에 놓친 건지 묻는 느낌이라 상황을 설명해 주었다.
“공항 오픈 전에 왔는데, 알람도 맞춰놨는데 못 듣고 자다가 놓친 거다” 라며.
사실 이 분들 잘못이 아닌 걸 알기에 내가 해결해 보겠다 하고 멋쩍게 애써 웃으며 괜찮다고 돌아서는 순간,
그 직원분께서 내가 안쓰러웠는지 잠시만 하시고 다른 직원한테 내 상황을 설명하시며 다른 방법이 없을까? 대신 여쭈어주셨다. 그러더니 $55 부가적으로 내면 다음 비행을 탈 수 있는데 괜찮냐고 물으시길래 55불?? 놀란 눈을 하며 되물었고 맞다고 하셨다. 난 그러면 너무 고맙지 하며 얼른 엑스트라 차지 계산을 하고 고맙다고 커피라도 사겠다고 했으나 괜찮다며 자기도 오픈할 때 출근한 거라 내가 자고 있는 모습을 봤다며 ‘저 여자아이는 몇 시 비행을 타길래..‘ 하며 계속 궁금했다고. 자기가 깨웠어야 했는데라고 하셨다.
참.. 나도 비행기를 여러 번 타면서 항상 시간적인 부분도 엮여있고 가끔은 조금의 수하물 초과도 엑스트라 차지가 붙게 되는 상황이 여럿 있었어서 꽤나 예민하게 굴었던 적이 몇 번 있었다.
오늘은 ‘그래 내가 여기서 화난 표정하고 있어도 달라지는 것 없고 내 잘못으로 일어난 일을 남한테 괜히 그러지 말자.’ 하고 최대한 웃으며 돌아섰는데, 그 순간에 친절이 돌아온 게 정말 신기했다. 내가 남한테 한 발짝 아니 반 발짝이라도 친절하면 그 친절은 더 크게 돌아오는구나 느낀 날이다. 어렴풋이 항상 되새기려 했던 부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글로 옮겨 적은 지 몇 시간 만에 직접 겪으니 신기하고 글의 힘인가 싶었다.
친절하고 또 친절해야겠다. 친절이 습관이 되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