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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활공작소 Aug 20. 2020

그녀는 어떻게 생활공작소 디자이너가 되었나?

스타트업 4년차 디자이너는 무슨 생각을 할까

디자이너이자 생공의 고인ㅁ.. 아니! 정령! 최정은 대리


바야흐로 생활공작소에 아직 직원이 없을 때, 그러니까… 대표님과 해치지 않는 전무님과 아이디어 좀 달라는 이사님, 그리고 뭐든 다 만들어 준다는 상무님, 연극 영화과 전공의 전 팀장이 회사 인원의 전부 일 때 입사한 생공인이 있다. 바로 최정은 대리. 입사한지는 만 3년 차. 이제 4년 차가 다 되어가는 고인ㅁ..아니, 생공의 정령!이라 불리는 디자인팀의 최정은 대리를 알아봤다.  


생활공작소에서 처음 하게 되었다는 제품 디자인, 자세히 보면 미묘하게 다른걸 확인할 수 있다.
디자인 분야에 대해서 넓게 배웠죠.


처음 회사를 골랐을 때 무조건 가까운 곳에 가야겠다는 생각으로 찾았단다. 그 덕에 이제 막 첫발을 내디딘 생활공작소를 만날 수 있었고 그녀는 모든(?) 디자인을 접하게 됐다고. 그러니까 제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제품이 출시되고, 판매되기 직전까지 모든 분야의 디자인을 도맡아 하게 됐다.


이전에는 광고 대행사에서 일을 했어요. 웹디자인 쇼핑몰 위주의 시각적인 디자인 업무를 했죠. 대부분의 업무는 이곳에서 처음 시작한 게 많아요. 편집, 제품, 웹, 인쇄물 구분 없이 다양한 디자인 분야를 했죠.” 이런 그녀에게 당연히 힘든 점도 있었다. 처음 시도한 것들이 많은데 물어볼 사람이 없어서 답답하고 힘들었다고. "경험해 본 적 없는 디자인이라 이렇게 해도 괜찮을까? 하는 생각도 많이 했죠. 특히 제품 디자인을 하면서 박스 종류가 이렇게 많은지 처음 알았어요.(웃음) 그나마 다행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힘든 진행과정을 통해 알게 된 것들이 많아 도움이 됐어요.”

 

디자인 업무에서 가장 중요한 건…


디자인을 하면 할수록 감각이 없나? 하는 생각을 많이 한다는 그녀. 좋은 아이디어, 반짝이는 아이디어를 내야 하는 회의 자리에서 그런 생각을 많이 한다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디자이너는 어떠해야 하는가 하는 질문에는 사뭇 진지하게 임했다.


“디자이너라면 실제로 배울 때 가장 많이 듣는 이야기인데요. 일단 많이 보는 거예요. 그런데 저는 어떤 디자인이 더 예쁘고 더 좋은 디자인인지 아직 판단하기가 어려워요. 디자인은 주관적인 측면으로 사람마다 다르게 느끼잖아요. 디자인 영역은 하루가 다르게 변하기 때문에 감각이 있어야 하는 것 같아요. 생활공작소처럼 흰색과 검은색으로 특별한 패턴 없이 깔끔하게 글씨만 들어가도 보는 사람들에겐 감각적으로 보여야 하는데.. 참 말하면서도 어렵네요(웃음).” 


업무적으로 팁이 있다면 알려달라는 말에 그녀는 무조건 스케줄링을 잘하는 게 중요하다고. “디자인팀은 보통 프로젝트 마지막까지 붙잡고 있어야 하는 경우가 많아요. 시간적으로 촉박할 때가 허다하죠. 이것저것 확인하고 협업 부서와 계속 크로스 체크하는 부분이 피로도를 높여요. 만드는 내내 바뀌거든요. 요청하는 쪽도 힘들 거라는 생각이 드니까 스케줄링에 많은 노하우가 생겼죠.”

 

내 취미를 갖는다는 것, 삶의 중요한 부분이에요.


꼼꼼한 스케줄링으로 그녀가 얻은 것은 칼퇴, 그 칼퇴가 그녀에게 미치는 중요한 영향 중 하나는 삶의 밸런스가 맞춰진다는 것이다. 개인으로서 목표를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그녀는 일한 지 2년쯤 됐을 때 허무하단 생각을 많이 했단다. 회사에서 일하는 평일 내내 주말이 오기만을 바랐지만 막상 주말이 오면 집에서 티비만 보고 잘 쉴 줄 몰랐다고. “어느 날 문득,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문득. 문득이라는 단어처럼 변화를 야기하는 순간이 어디 있을까. 그녀는 그날 이후, 삶에 좀 더 적극적인 태도를 가지기로 결심했다. 좋아하는 아이돌인 방탄소년단의 콘서트부터 시작했다고. “저는 의욕이 없는 상태로 꽤 긴 시간을 보냈어요. 방탄소년단 콘서트를 시작으로 삶의 큰 활력을 얻었죠. 꼭 아이돌 덕질일 필요는 없어요. 다만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실행하는 순간 삶에 들어오는 활기에 영향을 받았어요.” 


그 이후로 그녀에게 많은 변화가 생겼다. 전부터 관심 있던 분야인 커피와 베이킹을 배우기 시작했고, 자격증도 준비하고 있다고. 창업을 목적으로 두고 시작했냐 묻자 그녀는 “아직도 배우고 있는 과정이니까요(웃음). 역시 남이 해주는 걸 사 먹는 게 제일 맛있고 좋은 것 같아요(웃음).” 집에서 쉬기만 할 때보다는 훨씬 알찬 시간을 보내고 있어 전보다 활기찬 삶을 체감한단다. “조금 더 나은 삶을 만들기 위해 시간을 쏟는 것은 참 좋은 일이에요. 그동안의 시간을 되돌릴 수 없으니 앞으로는 목표를 가지고 뜻깊은 날들을 보내고 싶어요.”


근로자의 날, 동료들과 함께 간 성수동의 데어바타테
회사요? 사람들이 좋은 곳이라고 느껴요.


별 다섯 개 중 네 개를 주고 싶다는 그녀는 즐겁게 일하고 싶지만 그렇지 못할 때가 많아서 하나를 뺐다. 그래도 좋은 곳이라고 말할 수 있는 건 사내 복지와 사람들 덕이라고. “회사 끝나고 집에 가는 길에 편하게 저녁 먹고 가자 말할 수도 있고, 가끔이지만 휴일에 회사 사람들과 약속을 잡기도 하죠. 기억 안 나요? 우리 근로자의 날에도 봤잖아요.”


그렇다. 근로자의 날, 최정은 대리와 몇몇이 모여 전시회를 보러 갔었다. 성수동을 종일 휘저었고. 우리는 그만큼 멀어졌다! 는 농담이고, 더 친밀해졌다. ”일할 때 불협화음이 있을 순 있어요. 다들 잘하고 싶어서 예민해지는 거라 생각해요. 모든 사람과 다 맞을 수도 없고요.” 그래, 세상에 나쁜 강아지가 없으면 나쁜 사람도 없을 테지. 


근로자의 날에도 동료를 만난 그녀 역시 고민은 있었다. “제가 못한다고 생각하는 것 중 하나가 함께 일하는 동료들의 이야기를 듣는 거예요. 함께 일하는 동료들이 고민을 이야기하면 제가 어떻게 반응을 하고, 해결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들으면서 그럴 수 있겠다, 속상하겠다, 힘들겠다 생각하면서도 입으로 말하기가 어려워요.” 고민을 말하면서 어떻게 해야 할지 아는 사람이 있으면 꼭 좀 알려달라더라. 누구 하나 아는 사람 있으면 최정은 대리에게 말을 걸어보자. 아마 커피 정도는 그녀가 쏠 테니까.

 

저에겐 구세주 같은 곳이죠.


최정은 대리에게 생활공작소란?이라고 물었을 때, 그녀는 구세주 같은 곳이라고 했다. 네? 뭐라고요? 왜 그러세요, 대리님… 했더니 웃는다. “제가 불만이 많아 보이죠?(웃음) 입사 후 초반은 분명 힘들고 어려운 시간이었어요. 하지만 제 스스로 찾아서 하지 못했을 경험과 기회를 준 회사라고 생각해요. 또, 입사 전에 몸이 안 좋아서 1년 정도 쉬었는데 다시 일하고 싶은 타이밍에 함께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준 곳이기도 하고요. 그런 의미에서 구세주죠.”


그녀는 처음 생활공작소에 들어왔을 때와 지금, 달라진 게 있냐 물었더니 “인원이 늘고, 회사가 예뻐진 거죠. 먹는 것은 그때나 지금이나 비슷해요. 자유롭게 먹었으니까요(웃음). 지금은 회사가 예쁜 게 마음에 든다는 사람이 많잖아요. 그때는 예쁜 건 고사하고 그냥 작았어요(웃음).”


그녀가 구세주 같다고 한 이 회사에 원하는 게 있냐고 물었다. 그녀는 어렵게 입을 뗐다. “굳이 말을 해보자면... 생일 연차 제도가 있으면 어떨까 생각해봤어요(웃음). 매년 생일에 연차를 사용하고는 있는데, 하루 연차까진 아니어도 반차나 조기 퇴근 제도라도 있으면 좋겠다 생각해요. 아니면… 요즘은 리프레시 휴가가 많잖아요! 3년 이상 근무자에게 15일 유급 휴가를 준다든지(웃음).” 들으면서 공감의 박수와 이루어져라~ 마법의 박수를 스무 번은 친 것 같다. 이미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는 우리 회사라 당장은 힘들어도 언젠가는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최정은 대리는 첫 서면 질문지를 내게 넘기고 나서도 여러 번 답변을 수정하고 추가했다. 그리고 대면 인터뷰에서도 신중을 기했다. 첫 설문지에선 한 줄로 간략하게 적은 내용을 두 번째 설문지에선 세 줄, 네 줄로 길게 썼다. 시작 전에는 분명, 할 이야기가 없다고 딱 잡아뗐던 그녀인데 질문지를 보며 많은 시간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고. 인터뷰를 진행하며 지난 힘들고 무기력했던 시간이 다시 떠올라 앞으론 더 열심히 살고 싶다더라. 앞으로 더 잘 살게 될 최정은 대리를 응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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