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보고
아이들이 집에 왔다.
언젠가부터 영화관 가기보다 넷---로 편하게 집에서 치킨 시켜 먹으며 영화 보기를 택한다.
남편이 찜해 둔 영화가 있다고 한다.
이유는 자기랑 너무 닮아서라고 한다.
제목은 ‘오토라는 남자’ 톰 행크스가 주연이라 더 관심이 갔을지도 모르지만
본인을 잘 알긴 하네 싶었다.
그런데 시작부터 어디서 본 장면 같다 했더니 역시 ‘오베라는 남자‘ 의 리메이크작이다.
같은 내용이지만 또 집중해서 볼 수 있었다.
오토라는 남자를 남편인 듯
‘저렇게 부정적으로 반응하니 사는 게 힘들지 ‘
남편 들으라고 말하며 열심히 보는데 코 고는 소리가 들린다.
정작 보고 싶다던 본인은 자고 오베라는 남자를 본 우리만 또 열심히 봤다.
그러면 어떠랴.
남편도 조금은 자신을 객관적으로 보려 하고
우리는 또 재미있게 봤으면 된 것이다.
영화는 밧줄을 사며 원리원칙을 따지는 오토라는 남자로 시작된다.
오토는 눈에 보이는 모든 일에 간섭이 심하고 심지어 보이지 않는 것까지 찾아 순찰을 돈다.
그러니 이웃들과 갈등을 자주 일으키게 된다.
늘 화가 나 있다.
말을 시켜도 무뚝뚝하게 날카롭게 부정적 반응을 할 뿐이다.
ㅡ어쩜 이리 모든 것이 울 남편과 어찌 이리 닮았는지...ㅡ
오래 근무하던 직장에서 반강제 퇴직할 상황이 되자 자살을 생각하게 된다.
전화. 전기를 끊고 거실 바닥에 종이를 깔고 벽에 못을 박고 밧줄로 자살하기로 한다.
죽으면 그만인데 전기, 전화요금도 다 정산하고 끊는 철저함.
그러던 중 앞집으로 이사 온 못마땅한 이웃 마라솔과 엮이게 되고
무뚝뚝함과 부정적이고 까칠한 속의 부드러운 오토의 진심 관심과 사랑이 나오게 된다.
‘소냐를 만나기 전 내 삶은 흑백이었어. 소냐는 컬러였지’
원하는 거 다 사주고 싶었던 소냐가 죽은 뒤 더욱 외롭고 쓸쓸했던 오토.
죽기 전 두껍던 갑옷을 벗고 소냐가족과 정을 나누다 죽었고
이웃을 위해 투쟁하고 가진 것을 하나씩 나눠준 삶에 큰 위안을 느끼며
삶을 돌아보게 된다.
울 남편은 언제쯤 갑옷을 벗고 부드러운 속살 친절과 사랑을 보여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