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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빙워터 Nov 05. 2023

자녀 한 명과 두 명 차이

아이 두 명 장단점 비교


자녀 한 명과 두 명은 하늘과 땅 차이다.

육아의 진수는 둘째부터다. 두 배가 아닌 세제곱으로 힘들다. 둘째가 태어난 후 1년 반의 시간을 돌아보며 두 명 육아의 장, 단점을 3개씩 뽑아봤다.


힘든 점

1. 예측불가능

자녀가 생기면 삶의 중심이 내게서 아이로 바뀐다. 가장 크게 느낄 때가 중요한 약속(결혼식 등)을 취소할 때다. 꼭 중요한 날이 있을 때 아이가 아프다. 약속을 취소한 당일 집에 있으면 앞으로 돌발상황은 늘 생각하고 계획해야겠구나 다짐한다. 근데 두 명이 되면 매 순간이 돌발상황이다. 약속은커녕 당장 언제 잘 수 있을까만 생각한다. 순간이 영원 같고 빨리 하루가 지나갔으면 하는 생각만 든다.


2. 훨씬 높은 강도의 육아

연년생의 요구조건은 상상초월한다. 혼자 있을 때면 아내와 내가 돌아가며 담당가능했다. 물 달라하면 아내가 물을 주고 기저기는 내가 가는 등 여유롭게(때론 재밌게) 육아했다. 그러나 두 명이 되는 순간 전투로 내몰린 병사가 된다.  아침 30분 과업이 대충 이렇다

첫째 물컵대령 -둘째 기저귀 갈기- 첫째 밥먹이기- 둘째 물컵- 첫째 반찬투정훈육- 둘째 밥먹이기- 첫째 화장실- 둘째 음식 던지기 대응-첫째 씻기기-  둘째 옷 갈아입히기- 음식물 치우기(식탁아래위로)- 설거지- 등원준비


간단히 말해 일이 너무너무 많다.


3. 아이들 간 싸움

제일 고전했고 예상치 못했던 부분이다. 아이들끼리 싸우면서 크는 거지  라며 쉽게 생각했었다. 근데 이게 보통일이 아니더라. 싸우고 울고 하는  어찌어찌 대응하는데, 문제는 중재  훈육이다. 누가 잘못했고, 사과시키고, 벌을 주고 하는 과정이  힘겹다. 가장 힘든  이런 훈육이 하루에  번씩 반복되는 거다. 어떨  진이 빠지고 아무 대응도 안하고 싶어 진다. 카페에서 자매가 엄청 싸우는데 엄마아빠는 아무  없다는  휴대폰만 보던  기억난다. 그때는 어떻게 저럴  있지 했는데 요즘은  부모의 마음이 공감된다.


 

좋은 점

1. 시끌벅적 집 분위기

영국에서 지낼 때 가정집에 초대받아 간 적 있다. 집에 들어서자마자 느낀 건 고요함이었다. 심지어 5명 식구였는데 식사-대화-후식-게임(영국인들은 실내놀이의 대가들이다)까지 모든 게 조용하게 흘러갔다. 기침소리도 민망할 정도로. 우리 집은 그 반대다. 문을 열고 들어가는 순간부터 청각보호모드로 전환해야 한다. 뛰어다니는 두 아이와 고함소리, 웃음소리, 울음소리 등 갖은소리가 난무한다. 근데 난 이게 참 좋다. 생명력이 역동 치며 날아가는 광경을 보는 것 같다. 물론 내 생명은 깎이고 있지만.


2. 자매 간 Interactoin

둘째가 좀 크고나서부터 둘이서 묘한 케미가 흐르기 시작했다. 한 번은 둘째의 웃음소리에 가보니 첫째가 둘째를 굴리며 놀고 있더라. 더 웃긴 건 둘째가 그게 좋다고 깔깔 웃는 거다(참고로 둘째는 언니 바라기다) 둘이 같이 있으면 늘 긴장상태로 대기조처럼 지냈는데(첫째가 둘째를 많이 꼬집고 때렸다) 그때 처음 내 온몸이 이완되며 편안하게 둘의 케미를 감상했다. 아 이래서 둘 이상은 낳으라고 하구나


3. 단단한 가족

첫째가 태어나면서 진짜 가족이 된 느낌이었다. 둘만의 연애, 결혼생활이 끝나고 새로운 챕터가 열렸다. 우리 세 사람을 잇는 보이지 않는 실이 생겨 새 로운 관계가 태동한것이다. 말할 수 없는 안정감과 기쁨을 느꼈다. 둘째가 태어나니 이 관계가 더 단단해졌다. 깊은 곳까지 뿌리내려 단단하게 선 소나무처럼. 우리를 잇던 실이 두텁게 꼬아진 밧줄로 변했다할까. 하나가 된다는 것. 혼자서는 결코 경험할 수 없는 축복이다.


글을 쓰면서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온다. 신기한 건 좋은 것보다 힘들었던게 주 웃음포인트다. 추억은 고난과 헌신에서 피어나는 꽃이라더니, 딱 맞는 말이다. 오늘 하루 최선 다해야 할 이유가 또 하나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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