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근마켓은 스스로 ‘이웃과 더 가까워지는 따뜻한 동네를 만든다’고 말한다. 단순히 지역 기반 중고거래 앱이라고 생각했는데, 당근마켓이 추구하는 방향은 '이웃과 함께 소소한 일상을 나눌 수 있는 따뜻하고 풍요로운 동네 생활을 꿈꾼다는 것'이다.
기업 소개 글에 써놓은 가치대로 실제로는 구현하지 않는 회사들이 많은데, 당근마켓의 최근 활동들을 살펴보니 기업 가치관에 따른 활동들을 하고 있었다. 앱에 ‘동네생활’이라는 메뉴가 있다. 동네 이웃끼리 유용한 정보를 나눌 수 있는 소통의 장이다. 동네 사건 사고나 분실, 실종 센터, 동네에 대한 질문 등을 나눈다.
MBC <놀면 뭐하니?>에서 유재석이 당근마켓으로 만난 동네 주민분의 자전거를 가르쳐주는 장면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같이 해요’라는 지역 커뮤니티 서비스를 통해 ‘자전거 가르쳐주실 분’, ‘가게 잠깐 봐주실 분’, ‘같이 등산해요’등과 같이 동네 이웃끼리 소소한 일상을 나눌 수 있다. 따뜻한 동네를 만들겠다는 당근마켓의 가치관에 따른 서비스인 것이다.
창업자 김용현, 김재현 대표는 인터뷰에서 좋은 아기 침대를 동네 이웃이기 때문에 기꺼이 싸게 팔고, 또 고맙다고 사신 분이 과일 바구니를 들고 찾아오는 '따뜻한 거래'를 보면서 당근마켓이 고객을 위해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를 배웠다고 한다. 이와 같은 맥락으로 브랜드 광고나 앱 설치 광고 문의가 많이 들어오지만, 지역 광고를 메인으로 고수하고 있다. 당근마켓은 누적 가입자 수는 3,000만 명을 넘어섰고, MAU 역시 1,800만 명에 달한다.
하지만 당근마켓은 매년 영업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대한민국 국민 절반 이상이 당근을 써봤을 정도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적자 운영이라는 점이 놀라웠는데, 그렇다고 돈 되는 광고보다 '기업 가치에 맞는 수익 모델'을 구상 중이라는 사실이 더 놀라웠다. 당근마켓은 당근페이, 브랜드 프로필 등 수익성을 늘리기 위한 다양한 서비스를 시작하며 손실을 메우기 위해 노력 중이다.
당근마켓의 마케팅 활동 중에 눈길을 끈 건 ‘지구에 좋은 거래, 당친소(당신 근처의 친환경을 소개해요)’등 친환경 관련 활동이다. 그들은 중고거래를 하는 것 자체가 이미 환경을 위한 행동이라고 말한다. 중고거래를 통해 물건을 재사용하면서 만들어낸 환경 가치가 지구에 5천240만 그루의 나무를 심은 것과 같다는 것이다. 중고거래가 친환경 행동이라고 생각해 본 적 없었는데 생각의 전환이다. '동네'를 넘어 '지구'에도 선한 영향력을 전하는 것이다.
앱 내에서 사용자들이 직접 환경 팁을 공유하고, 우리 동네 친환경 가게를 소개하도록 유도한 뒤 참여자들에게는 친환경 활동 배지가 발급되는 이벤트를 했다. 동네 친환경 리필 스테이션, 제로 웨이스트 샵, 다회용기를 장려하는 가게 등 친환경 가게를 선정해 ‘우리 동네 친환경 지도’도 만들었다. 친환경에 관심은 있어도 막상 실천하기는 어려운데, 이렇게 기업 차원에서 친환경을 장려하는 회사를 보면 박수 쳐주고 싶다. 당근마켓의 친환경 활동은 이웃들이 가까운 일상에서 친환경을 조금 더 가까이하도록 함께 만들어간다는 점에서 더 의미 있다.
또 창업자 인터뷰에서 말했던 ‘따뜻한 거래’ 에피소드들을 '당근소식'으로 콘텐츠화시켜 소개하는 점도 이웃과 더 가까워지는 따뜻한 동네를 만든다는 당근마켓의 가치관에 따른 마케팅 활동으로 보인다. 마케팅 팀장은 한 인터뷰에서 ‘우리 사용자들은 어떤 것에 공감할지 끊임없이 고민을 하고 있다. 사용자 중심으로 사고하며 당근마켓 브랜드와 사용자 사이에 정서적인 연결을 만들어내는 일만큼 지속할 수 있는 성장의 가치와 재미를 전달해 주는 일이 있을까 싶다’고 말했다. 마케팅을 '브랜드와 사용자 사이에 정서적인 연결을 만들어내는 일'이라고 표현한 점에 공감한다.
당근마켓은 단순 중고거래 앱이 아닌, 다양한 활동들을 통해 따뜻한 동네를 만드는 지역 생활 커뮤니티 서비스이다. 나는 내가 경험한 것을 나누고, 그것이 도움이 될 때 기쁨을 느끼고, 따뜻한 즐거움을 선물하고 싶다는 가치관을 가지고 있는데 나의 가치관이 중고거래 앱과 연결되는 느낌을 받을 줄은 몰랐다. 따뜻한 이웃을 선물하는 당근마켓, 중고거래만 하지 말고 '동네생활' 탭에도 한 번씩 들어가 보는 게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