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쉬가 선물하는 3가지 가치에 대하여
은은한 조명을 켜고 좋아하는 플레이리스트를 틀고 욕조에 따뜻한 물을 받아 입욕제를 풀어 넣는다. 투명했던 물이 뽀글뽀글 거품으로 채워지고 부드러운 향과 촉감을 즐기며 고단한 하루를 마무리한다. 유독 힘들었던 날 스스로에게 주는 선물 같은 시간이다. 내게 이 힐링의 시간을 선물하는 브랜드는 러쉬이다. 오늘은 러쉬의 브랜드 철학과 가치를 디깅해 보고자 한다.
러쉬는 '동물과 자연과 사람이 조화롭게 공존하는 세상'을 바라는 프레쉬 핸드메이드 코스메틱 브랜드이다. 1995년 영국의 항구도시 풀(Poole)에서 탄생했다. 러쉬의 역사는 1970년대 '친환경 제품'이라는 공통 관심사를 가진 모발학자 마크와 뷰티 테라피스트인 리즈가 헤어&뷰티 살롱에서 만나며 시작되었다. '콘스탄틴 앤 위어'와 '코스메틱 투 고'등의 사명을 거쳐 1995년 동물 애호가, 인권운동가, 조류 관찰자 등 여섯 명의 마을 주민이 러쉬를 공동 창업하게 된다. 현재 러쉬는 전 세계 50여 개국에서 900여 개의 매장을 운영하며 러쉬의 철학이 담긴 제품과 긍정의 에너지를 전하고 있다.
We Believe
(러쉬의 6가지 핵심 가치)
Fighting Animal Testing(동물 실험 반대)
Freshest Cosmetics Online(신선 기간)
Ethical Buying(윤리적 구매)
100% Vegetarian(100% 식물성)
Handmade(수제품)
Naked Packaging(포장 최소화)
러쉬의 브랜드 철학은 'We Believe'라는 6가지 핵심 가치에 담겨 있다. 이토록 진정성 있고 촘촘한 가치관을 가진 브랜드를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러쉬는 모든 선택 앞에 금전적인 이득보다 가치관을 앞세운다. 2021년 소셜 미디어 운영을 전면 금지한 것도, 그 흔한 TV 광고, 스타 마케팅, 할인, 증정 행사가 없는 것도 러쉬가 믿는 핵심 가치를 우선하기 때문이다. 러쉬는 흔한 광고 대신 환경, 동물, 인권을 위한 캠페인을 전개하며 브랜드를 알리고 있다.
극 E 집합체로 불리는 러쉬 강남점은 매장에 구경하러 들어갔다가 머리 감고 나온 썰, 몸에 바디 스프레이 뿌리고 나온 썰, 러쉬 직원과 인스타그램 맞팔하고 나온 썰 등 인싸력이 가득 느껴지는 방문 후기로 넘쳐난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되자 매장에서 '손 씻기 캠페인'을 펼치기도 했다. E는 반기지만 I는 온라인 구매를 결심하게 만든다는 이러한 전략으로 러쉬 강남점은 전 세계 매장 중 매출 1위를 달성했다. 러쉬가 이러한 전략을 펼치는 것은 브랜드 정책 중 하나인 '고객 경험(Customer Experience)'에 기반한 것으로 보인다. 매장은 단순히 '제품을 사는 공간'이 아닌 해피 피플(러쉬 직원을 부르는 말)들의 적극적인 시연을 통해 제품을 직접 경험해볼 수 있는 '체험 공간'인 것이다.
'블랙 팟의 환생'은 고객 경험 정책에 기반한 러쉬의 대표 친환경 캠페인이다. 러쉬의 대부분의 제품은 검은색 용기에 담겨서 판매되는데 이 검은색 용기를 '블랙 팟(Black pot)'이라고 부른다. 블랙 팟 역시 100% 재활용된 플라스틱으로 제작된다. '블랙 팟의 환생'은 다 쓴 5개의 블랙 팟을 매장에 가져가면 마스크 팩 등의 새 제품으로 교환해주는 제도이다. 이를 통해 고객에게 새로운 제품 경험을 제공하고, 재활용을 통한 폐쇄구조 형태의(Closed-loop) 자원 순환을 실현한다. 2013년 시작된 이 캠페인은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는 친환경 캠페인이다.
러쉬의 네이키드(Naked) 제품을 쓰는 것만으로 친환경을 실천할 수 있다. 네이키드 제품이란 배쓰 밤, 샤워 젤리, 고체 샴푸와 같이 불필요한 포장을 없앤 고체 형태의 제품을 말한다. 흔히 화장품은 플라스틱이나 유리 용기에 담겨 판매된다. 고체 샴푸바로 예를 들면 플라스틱병 3개에 해당하는 샴푸의 양을 1개의 고체로 압축한 제품으로, 연간 7.4톤의 플라스틱 사용을 절감한다. 2005년 출시 이후 무려 1억 2400만 개의 플라스틱 병을 줄일 수 있었다고 한다. 러쉬의 고객은 네이키드 제품을 사용하기만 해도 플라스틱 쓰레기를 줄이는 친환경을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2007년 부가세를 제외한 판매금 전액을 기부하는 바디로션 '채러티 팟(Charity pot)'을 출시했다. 전 세계적으로 채러티 팟을 통해 지금까지 기부된 금액은 한화 약 995억이 넘는다. 채러티 팟 수익금은 인권, 동물권, 환경 분야에서 사회적 변화 캠페인을 펼치는 단체에게 기부된다. 러쉬 코리아에서만 지금까지 105개 단체에 총 15억이 넘는 금액을 후원했다. 소비자는 채러티 팟을 사면 내게 필요한 바디로션을 가지면서도 세상을 더 나은 방향으로 변화시키는 데에 일조하는 경험을 하게 된다. 세상을 이롭게 만드는 제품을 사는 '미닝아웃(Meaning out)' 소비 형태를 보이는 MZ세대는 러쉬처럼 사회적 책임을 가진 기업들에 열광한다. 나의 작은 윤리 소비가 환경, 동물보호, 인권을 위해 세상과 맞서는 단체들을 돕는 선한 영향력과 연결되기 때문이다.
러쉬는 지난 2021년 소셜 미디어(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틱톡, 왓츠앱, 스냅챗)를 중단하겠다는 공식 성명문을 발표했다. 사이버 괴롭힘, 가짜 뉴스, 극단주의, 고립공포감, 조작된 알고리즘 등 많은 유해성 요소로 청소년들의 자살, 우울증, 불안을 증가시키는 데 크게 기여하고 있는 소셜미디어를 전면 중단하겠다는 것이다. 더욱 건강하고 윤리적인 소통 채널을 찾기 위해 노력하겠다며 앞으로는 유튜브 채널을 통해서만 러쉬를 계속해서 만날 수 있다고 말한다. 러쉬의 이러한 쿨하고도 파격적인 발표가 마케팅 업계에서 한때 크게 이슈화 되었다.
영리적인 기업인 러쉬가 소셜 미디어를 중단하면서도, TV 광고도 하지 않으면서도, 수백억의 수익금을 기부하면서도 매년 매출 성장을 보이며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이러한 강력하고 촘촘한 브랜드의 철학을 고집하고 있기 때문이다. 27년간 커머스보단 동물 보호, 친환경, 기부 캠페인에 집중하는 것도 모두 6가지 가치관에 따른 선택이다. 러쉬 코리아 매출은 코로나 팬데믹에도 불구하고 전년 대비 약 23% 성장했다. 가치를 선물하는 브랜드는 지속적으로 성장한다.
동물과 자연과 사람이
조화롭게 공존하는 세상을 바랍니다.
이는 환경, 동물, 인권을 위한
캠페인 및 윤리 소비로 이어지며,
우리가 사는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변화시키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