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탐구노트 : 린 램지(Lynne Ramsay) 1

린 램지1. 린 램지의 영화세계 엿보기

by LIYU

린 램지는 스코틀랜드 출신의 감독으로, 한국에서는 <케빈에 대하여>(2011)의 흥행을 통해 주목받게 된 감독이다.


그는 <Ratcatcher>(1999)를 시작으로 총 4편의 장편 영화를 연출했으며, 그 위에 <Small Death>, <Gasman>, <Kill The Day>, <Swimmer> 등의 단편 영화를 만들기도 했다. 특히 영국 국립영화TV학교 졸업 작품으로 연출한 (직접 촬영을 하기도 한) <Small Death>로 칸영화제 심사위원 특별상을 수상하고, 이후 <Gasman>으로 칸영화제 단편 부문 대상을 받으며 영화계에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린 램지의 단편 영화들 <Small Death> <Gasman> <Kill The Day> <Swimmer>

개인적으로 린 램지의 장편 뿐만 아니라 1990년대 제작 된 단편 영화들도 사랑하는 편인데, ‘시적인 영화’라는 수식어가 잘 어울리는 작품들이 많기 때문이다. 서사 중심으로 영화가 전개된다기 보다는, 인물의 심리적 상태를 이미지 (액팅, 오브제, 색채 등 모든 미쟝센을 포함), 사운드 등의 요소를 활용하여 ‘시적으로’ 표현하려는 시도를 읽어낼 수 있다.


이러한 연출은 장편에서도 이어지는데, 특히 <케빈에 대하여>를 보고 ‘감각적인 영화’라 평하는 국내 관객이 많았던 이유도, 이런 연출 방식에서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이러한 린 램지의 연출을 볼 때 마다, ‘영화가 종합예술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이유’에 대해 답을 얻는 듯 하다. 특히 린 램지 영화에서 보여지는 사운드의 역할을 볼 때 그런 생각이 강하게 든다. 그의 영화 속 사운드가 만드는 새로운 의미를 목도할 때면, 다시 한 번 영화는 시청(視聽) 하는 것임을 깨닫는다. 그렇게 나는 사운드의 활용과 린 램지 특유의 은유적 화법에 매료되고 난 후, 너무 당연스럽게도 그의 팬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또한 그의 영화의 특징으로, 등장하는 인물들이 주로 사회 소외 계층 (노동자, 여성, 아이 등) 이라는 점을 꼽을 수 있다. 린 램지는 그들이 겪는 일상과 사회 속 문제들을 지극히 개인적인 시선으로 풀어내면서도 모두가 공감할 수 있도록 ‘체험’하게 만들며, 영화가 왜 관객을 만나야 하는지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다. 사실적이면서도 몽환적인, 동시에 매우 비일상적인 컷들을 엮어, 사소한 일상으로 넘길 수 있는 순간들을 매우 가치있는 영화적 순간으로 만드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린 램지의 영화들 대부분에서 이미지, 상황과 어울리지 않는 음악 혹은 사운드를 활용해 해당 사건(순간)에 대한 의미를 강조하거나 부가적인 의미를 창출하는 연출 방식 역시 발견할 수 있다. 첫 장편 <쥐잡이꾼>부터 <너는 여기에 없었다>까지, 총 4편의 장편 영화에서 모두 발견되는 부분이다. 자신의 색깔을 명확하게 보여주는 화법을 고수하면서도, 이 화법에 관객들이 질리지 않을 수 있게 만드는 힘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이후 이어질 텍스트에서는 린 램지의 영화 중 3편을 선정하고, ‘죽음’이라는 공통적인 키워드를 꼽아 영화별로 린 램지의 화법이 어떻게 사용되었고, 어떤 의미를 창출했는지 살펴 볼 예정이다.


이번 시리즈 포스트에서는 린 램지의 첫 장편 <Ratcatcher 쥐잡이꾼>과 <모번켈러의 여행> 그리고 <케빈에 대하여>에 대해 다뤄보고자 한다. 가장 최근작 <너는 여기에 없었다>와 <쥐잡이꾼> 중 무엇을 고를까 고민하다, 린 램지의 영화 세계를 이야기하자면 데뷔작을 다루는 것이 좋을 것 같아 이렇게 선택했다. 또한 <너는 여기에 없었다>는 국내 정식 개봉작으로 자료가 많기도 하고, 많은 사람들이 찾아보기 쉬울 듯 해, 비교적 자료가 적은 <쥐잡이꾼>과 <모번켈러의 여행>에 대해 소개하는 것이 내게도 즐거운 일이 될 것 같았다. 세 영화는 모두 ‘죽음’이라는 키워드로 묶어볼 수 있는데, 이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각 영화별 포스트에서 조금 더 이야기해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