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탐구노트 : 드니 빌뇌브 1

드니 빌뇌브 1. 대립을 그리는 감독, 드니 빌뇌브

by LIYU

한동안 바쁜 일이 많아 브런치를 등한시 했었다.

오래간만에 브런치에 글을 좀 써볼까 싶어서, 왓챠 피디아를 먼저 살펴봤다.

린 램지 다음으로 내 평균 별점이 가장 높았던 감독을 발견했는데...

바로 드니 빌뇌브였다.

202312090102456188_0.jpg 언제봐도 푸근하고 멋이 느껴지는 아저씨(?) 상...

학부 시절 린 램지와 드니 빌뇌브에 대한 찬양을 입에 달고 살던 때가 떠올랐다.

그래서 이번 감독탐구노트...

(조만간 이름을 바꿀 듯 싶다. 감독 시리즈로 하려니 부담스러워서 자꾸 글을 안쓰게 된다.

작품 리뷰 정도로 바꿀 듯...)

주인공으로, 드니 빌뇌브를 선택하기로 했다.


드니 빌뇌브는 캐나다 출신 감독으로, <지구에서의 8월32일>로 데뷔하자마자 '칸 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에 초청받으며 탄탄한 커리어를 쌓아오고 있다.

데뷔 이후, <폴리테크닉> (2009), <그을린 사랑> (2010), <프리즈너스>(2013),

<에너미>(2013), <시카리오 : 암살자들의 도시> (2015), <컨택트> (2016),

<블레이드러너 2049>(2017), <듄>(2021), <듄 part 2> (2024) 등을 연출하며

'차세대 거장', '할리우드에서 미래가 가장 기대되는 젊은 감독' 등의 수식어를 갖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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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드니 빌뇌브는 <듄> 시리즈를 영화화하며 전세계 많은 원작 팬들의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샀으나, 걱정이 무색할만큼 다시 한 번 자신의 연출력을 입증해냈다.


드니 빌뇌브의 영화는 <그을린 사랑>, <컨택트>, <블레이드러너 2049>, <듄> 시리즈처럼 원작을 각색한 작품이거나, 종교 대립과 모자간의 다른 행보를 그린 <그을린 사랑>, 아동 실종 사건을 다룬 <프리즈너스>, 서로 다른 자아의 대립을 그린 <에머니> 등 공통점을 찾기 어려울만큼 다양한 소재와 사건을 다루고 있다. (작품의 폭이 넓은 편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러나 그토록 폭넓은 작품 세계에도 불구하고, 나는 드니 빌뇌브의 영화에서 항상 '드니 빌뇌브의 영화'라는 느낌을 받아오곤 했다. 이를테면 외계와의 조우를 그린 <컨택트>와 FBI와 CIA의 대립, 멕시코와 미국, 전쟁과 폭력에 대해 그린 <시카리오 : 암살자들의 도시> 처럼, 완전히 다른 영화들 속에서 나는 대체 드니 빌뇌브의 어떤 모습을 발견했던 것일까.


이 물음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나는 <그을린 사랑> 부터 <듄 part 2> 까지의 영화들을 모두 다시 감상했다. 그리곤 나름의 답을 찾아냈다. 장르와 소재를 넘나들며 확고히 제 모습을 보이고 있던, 드니 빌뇌브의 연출 스타일에 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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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눈에 띄는 연출 스타일은 '대립'이라는 키워드에 있었다. 그의 영화 속에는 항상 대립하고 있는 인물 군상들이 등장한다. 폭력과 무질서 앞에 던져진 인간을 그리면서도, 그 인간들을 하나의 인물군이 아닌 다양한 입장과 서사를 지닌 인물군상들로 구성하고 있다. 그 구성 역시 단순한 선과 악의 대립을 넘어 현실적으로 공감하고 이해할 수 있는 캐릭터들을 만들어 다채로움을 더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그을린 사랑>에서는 뚜렷하게 보여지는 이슬람과 기독교의 대립을 발견할 수 있고, <프리즈너스>에서는 같은 사건을 서로 다른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는 형사와 아버지의 대립을 발견할 수 있다. <에너미>는 서로 다른 자아의 대립, <시카리오 : 암살자들의 도시> 에서는 폭력과 정의, 일상과 전쟁의 대립을 읽어낼 수 있다. <컨택트> 에서는 외계와의 조우를 위한 소통을 두고 물리학자(a.k.a 이과)와 언어학자 (a.k.a 문과) 가 대립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언급한 영화들에서 공통적으로 대립을 더욱 인상깊게 만드는 지점은, 인물들이 공통 된 목표를 가진 경우에도 서로 다른 방식을 택하는 모습들을 그리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연출 방식은 '대립'의 양상을 더욱 강화시키면서도, '같은 목표를 가진 인물들이 매번 같은 선택(행위)을 하는 건 아니다' 라는 감독의 생각을 읽어낼 수 있게 만드는 지점이다.


이번 감독탐구노트에서는 드니 빌뇌브 감독의 작품 중, 특히 '대립'이라는 키워드가 잘 드러나고 있는

<프리즈너스>, <시카리오 : 암살자들의 도시>, <컨택트>에 대해 이야기 해보고자 한다.


'대립'이라는 키워드 외에도 촬영적, 편집적인 측면에서 발견되는 공통점들이 있었는데 (부감, 픽스, 와이드 즐겨 사용 / 느리 ㄴ호흡 등) 이 부분은 각 영화별 챕터에서 조금 더 다뤄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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