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의 시간 여행 1화 - 고양이 버스

by 루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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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이는 고등학생이 되었다. 그런데 아직도 중학생 시절만 생각하면 화가 부글부글 끓는다. 그것은 중학생 시절 3년 동안, 지독한 왕따와 괴롭힘을 당한 것이다. 그로 인해 정신과치료를 받고 있던 연이는 어느 날 집에 돌아오다가 이상한 버스 정류장에 도착하게 되었다. 분명 늘 오던 병원 앞 버스 정류장인데 그날따라 오싹한 기분이 들고 평소의 버스 정류장이 아닌, 뭔가 모양도, 색깔도 다른 정류장처럼 느껴졌다. 게다가 이상하게도 그날따라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은 연이 말고 아무도 없었다. 시계가 저녁 7시를 가리킬 때 즈음 막 버스가 도착했다. 이런, 그런데 버스마저도 고양이 모양이었다. 연이는 버스를 탈까말까 망설이다가 귀여운 고양이 모양에, 운전기사는 빵모양 머리를 한 요리사 아주머니여서 타고 말았다.


“어서와~ 학생. 어느 시간으로 여행하고 싶어?”

“네?”

“이 버스는 학생이 원하는 시간으로 데려다 줄 거야. 혹시 후회되거나 속상하거나 꼭 반드시 다시 바꿔놓고 싶은 순간은 없어?”

“아... 있긴 한데...”

“그럼 마음속으로 상상해봐. 어느 순간 도착해있을 거야.”


연이는 반신반의하며 순간적으로 중학생 시절을 떠올렸다. 그리고 어느새 연이는 예전의 중학교 교복차림으로 중학교 앞 분식집에 앉아 있었다.


“나는 천공의 성 라퓨타를 아주 재밌게 봤어.”

“나도 좋아해. 나는 토토로,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귀를 기울이면, 원령공주도 재밌게 봤어.”

“하.”


연이의 대답에 정연이가 노려보며 포크를 책상에 탁 내려놓았다. 그러더니 자기는 집에 가겠다고 한다. 그때 당시 연이는 이유를 몰랐었다. 그런데 고등학생이 된 지금은 알 것 같다. 그래서 서둘러 정연이를 불렀다.


“정연아. 너무 내 얘기만 한 것 같네. 사실 너랑 네가 좋아하는 영화 얘기를 더 하고 싶었는데, 그만 나도 지브리를 너무나 좋아해서. 내가 지브리 영화를 정말 좋아하거든. 내가 DVD 몇 개 빌려줄까? 그리고 다음엔 너무 내 얘기만 하지 않을게. 미안해.”

연이는 정연이는 다음에 다음처럼 이야기할 거라고 상상했다.


“아니야. 사실 그럴 수도 있지 뭐. 나는 그렇게 많이 보다니 좀 놀라서 당황스러워서 그랬어. 다음에 학교 동아리실에서 같이 볼래?”

“좋아.”


그러나 현실은 와장창 깨졌다. 정연이는 연이의 말에 바로 쏘아붙였다.

“야, 너 지금 내 앞에서 잘난 척 하는 거야? 네가 아는 것 많고 게다가 착하기까지 하다고 뽐내는 거야? 완전 불쌍하게 생겨가지고는...”


연이는 순간 머릿속이 마구 헝클어진 실타래처럼 복잡해지기 시작했다. 왜 갑자기 시간 여행을 오게 된 건지, 이게 무슨 의미인건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무언가 깨달음을 얻기 위해서 온 거라면 정연이의 저런 반응은 더 상처만 되고 골치 아프기만 한데... 아직도 내가 모르는 게 있나? 나는 왜 이렇게 바보 같나, 나는 왜 이렇게 인간관계를 못할까 자책하는 마음이 들었다.


‘음... 정연이는 나를 왜 이렇게 싫어하지? 시간 여행 와서도 마찬가지네...’


연이의 눈에서는 닭똥 같은 눈물이 방울 방울져 흘러내렸다. 서럽고 마음이 아픈데, 어디서부터 문제를 해결해야할지 답이 보이질 않았다. 이대로 털퍼덕 주저앉고 싶었다. 유리조각으로 가슴 한 구석을 콕콕 찌르는 거 같았다. 하는 수 없이 연이는 분식집에서 정연이 비용까지 지불하고 집으로 향해 걸었다. 걷다가 집 근처에 다 와서 이상한 간판을 보았다.


‘모든 건 반복된다.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변화를 주는 것이다.’


연이는 호기심이 일었다. 모든 건 반복된다라, 변화를 주어라라고? 정말 그랬다. 정연이와는 과거 중학생 시절처럼 또다시 앙숙이 되고 말았다. 나는 진심어린 사과를 했다. 했다? 그렇다. 이것도 반복이다. 나는 그때 당시에도 사과를 했다. 그럼 변화를 주어라? 이건 사과를 하면 안 된다는 뜻인가? 어째서지? 상대에게 상처를 주고 기분 나쁘게 만들었으면 사과를 하는 게 당연한 거 아닌가? 연이는 혼란스러워지기 시작했다. 서둘러 문을 열고 집에 들어가 침대에 몸을 던졌다. 그리고 골똘히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때 창밖으로 큰곰자리가 보였다. 연이는 큰곰자리의 전설처럼, 자신은 비극적인 운명을 타고난 건가? 절망했다. 하지만 아름다운 별자리가 되어 슬픔을 희석시키는 큰곰자리와 작은곰자리처럼, 연이도 차라리 별자리 같은 존재가 되면 어떨까라는 생각에 문득 잠기는 것이었다. 그러다가 까무룩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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