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나라에 유난히 서로를 아끼던 두 영혼이 있었어요. 서로를 너무나 사랑한 나머지 종종 해야 할 일을 잊어버리곤 했지요. 그 일이란 하늘나라 별들이 하루 종일 빛날 수 있도록 수시로 먼지를 닦아주는 일이었어요. 영혼들은 양손에 손걸레와 물동이를 들고 자신이 맡은 별들을 닦아주었어요. 그런데 사랑하던 두 영혼은 그것을 자주 빠트린 거예요. 별들이 빛을 잃으면 별똥별이 되어 땅으로 떨어져 어린 아기로 탄생하지요. 빛을 잃은 별들이 늘어나 밤하늘이 자꾸만 어둑해지자 영혼들은 화가 났어요. 그래서 사랑하던 두 영혼에게 벌을 내렸어요. 빛을 잃은 별들처럼 지상으로 내려가 어린 아기로 태어나야 한다고요. 두 영혼의 잘못으로 빛을 잃은 별들을 모두 만나 선행을 베풀어 다시 두 영혼이 만나 사랑하게 되면 하늘나라로 돌아올 수 있게 해 주겠다고요. 처음에 두 영혼은 싫다고 사정하며 빌었어요. 그러나 영혼들은 완강했어요. 결국 한 영혼은 지상으로 내려가 남자아기의 모습으로, 또 다른 영혼은 여자아기의 모습으로 새로 태어났답니다. 남자아기는 훈이, 여자아기는 슬이라는 이름을 갖게 됐어요,
훈이는 부잣집에서 자랐어요. 하늘나라의 일은 까마득히 잊고 많은 배움과 경험으로 아주아주 멋진 청년으로 자랐지요. 하지만 슬이는 어느 허름한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났어요. 어려서부터 총명하고 재주는 뛰어났지만 그가 빛을 잃게 만든 별들에 의해 많은 고난과 시련을 겪었어요. 따돌림을 당하기도 하고 폭언을 듣기도 하고 무시와 조롱, 경멸을 당하기도 했어요. 참으로 힘겨운 시간들이었어요.
그런데 참, 운명의 아이러니인가요. 슬이가 삶에 지쳐 울고 있을 때, 훈이와 우연히 만나게 됐어요. 훈이는 슬이의 사연을 몇 달 동안 계속해서 들어주었어요. 그러는 사이 둘은 어느덧 사랑에 빠지게 되었죠. 현명한 청년으로 훈이는 슬이에게 그 모든 사람을 ‘이해’와 ‘용서’하라고 일러주었어요. 모든 것은 악의가 아닌 오해에서 비롯된다는 말과 함께요. 처음에 슬이는 쉽게 받아들이지 못했어요. 그런데 훈이의 따스한 눈빛과 감미로운 말들에 사랑을 느껴 자신도 사랑을 베풀어보고자 했어요. 둘은 함께 하며 슬이가 만났던 모든 사람을 찾아가 화해를 요청했어요. 실은 바로 두 영혼이 하늘나라에서 빛을 잃게 만들어 세상에 태어나게 만든 그 별들이었죠.
마지막별을 만나고 돌아온 날, 훈이와 슬이는 영원한 언약식을 올리고 함께 살게 되었어요. 행복한 날들이었답니다. 빛을 잃고 땅으로 떨어진 별들도 평생의 친구가 되어주었어요. 인생의 황혼길에서 하나둘 생을 마감하고 하늘나라로 돌아가 다시 반짝이는 별이 되어 박혔어요. 마침내 훈이와 슬이, 즉 두 영혼의 마지막 날도 다가왔어요. 두 영혼은 두 손을 꼭 잡고 한날한시에 눈을 감았고, 다시 하늘나라로 돌아가 헤어졌던 별들을 만났답니다. 하늘나라는 영혼들과 반짝이는 별들로 예전보다 더욱 밝아졌어요. 두 영혼은 더는 게으름 피우지 않고, 성실한 별 청소부가 되어 서로 오래오래 사랑하며 행복하게 살았어요.
이 이야기에서 시작되어 판타지전래동화 <별을 청소하는 경우와 달을 노래하는 직녀> 이야기가 나오게 됐어요. 이 이야기는 액자식으로 구성되어 있어 더욱 재밌어요. 성우의 목소리도 실감 나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