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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 번째 취미_ 음악 감상

소피 마르소와 reallity

by 루비


기차를 타고 어딘가로 떠나거나 자동차를 타고 창밖의 풍경을 바라보면서도 손쉽게 즐길 수 있는 취미는 바로 음악 감상이다. 귀에 이어폰만 꽂으면 내면의 일렁임은 저 먼 낭만의 세계로 우리를 이끌어준다. 때로는 뮤지컬 넘버를, 때로는 클래식 음악을, 때로는 영화음악을, 때로는 K-pop을 듣는다. 그때그때 분위기에 따라 어울리는 곡을 선곡하면 감정을 더 풍부하게 증폭시킬 수 있어서 좋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소설 <4월의 어느 맑은 아침에 100퍼센트의 여자를 만나는 것에 대하여> 중 ‘버트 바카락을 좋아하세요?’ 편에서 한 여자와 함께 버트 바카락의 음악을 듣던 경험에 대해서 쓰고 있다. (소설인지 에세인지 모호하다). 햄버그 스테이크도 텍사스식, 캘리포니아식, 하와이식, 일본식으로 나눠서 설명하고 있는데 명동에서 먹어본 게 전부인 나는 모두 먹어보고 싶다는 욕구가 일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이 소설을 읽고 크림 스프 포타주도 즐겨 먹게 되었는데 비록 소설 속 인물이지만 취향을 공유하는 건 꽤 멋진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여기서 소개된 프랑수아즈 사강의 <브람스를 좋아하시나요?>도 꼭 읽어보고 싶다. 버트 바카락이 누군지 몰라 검색해 보니 내가 사랑하는 영화 <브리짓 존스의 일기>에도 ost로 쓰였다고 해서 반가웠다. 영화 <내일을 향해 쏴라>의 Raindrops Keep Falling on my Head도 버트 바카락이 작곡했다고 한다.


하루키의 버트 바카락 이야기에서 나는 어떤 음악을 좋아하지?라는 생각으로 옮겨갔다. 한때 난 김광석의 포크송을 즐겨 듣기도 했고, 뮤지컬에 빠질 땐 <오페라의 유령>이나 <맘마미아>의 넘버를 하루 종일 듣기도 했다. 유키구라모토나 이루마, 스티브 바라캇의 음악과 같은 뉴에이지 음악을 좋아해서 연주회를 찾아가기도 하고, 고등학생 땐 팝송에 빠져서 지금처럼 저작권의 개념이 강화되기 전에는 홈페이지 배경 음악으로 올려두기도 했다. 난 언제나 음악을 사랑하며 즐겨왔는데, 과연 음악을 싫어하는 사람도 있을까? 궁금하기도 했었다. 그런데 정말 그런 사람이 있을까? 아직까지는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나도 소설 속 하루키처럼 카페에서 누군가와 함께 음악을 듣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추억을 쌓아가고 싶다. 그때 어떤 음악이 좋을까? 누군가가 옆에 있던 건 아니지만, 노량진에서 공부할 때 우연히 들어간 카페에서 빌리 조엘의 <피아노맨>이 들려왔었다. 그때는 그 곡을 몰랐지만 바로 스마트폰을 갖다 대고 음악 검색을 해서 제목을 알아낸 후, 내 플레이리스트에 저장해 두었었다.


만약 살면서 가장 좋아하는 음악을 딱 하나만 꼽으라고 한다면 다들 어떤 곡을 꼽을까? 며칠 전에 아파트 가든 콘서트 맨 마지막 곡은 영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의 오프닝이었다. 학생들과 음악 교과시간에 함께 들으면서 처음 알게 됐는데 영화를 보지 않아 제일 좋아하는 곡으로 뽑기가 무리가 있다. 내가 한때 즐겨 들었던 음악, 내 노래방 애창곡이기도 한, 애니메이션 <슬레이어즈> ost Somewhere도 너무나 좋아하지만 역시나 이 애니를 본 기억이 가물가물해서 최고로 뽑기엔 주저하게 된다. 그러고 나서 생각해 보니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음악, 딱 하나를 꼽자면, 나라면, 영화 <라붐>의 ‘Reality’를 꼽고 싶다. 소피 마르소와 남자친구의 헤드셋 신은 너무나 유명한...

그건 영화 스토리 자체가 아름다워서 OST인 Reality도 더 멋져 보이는 것 같다. 물론 음악도 정말 감미롭다. 다들 그런 아름다운 첫사랑의 기억이 있을까? 노래의 대부분은 사랑을 노래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사랑을 이루기가 어렵고 그만큼 소중하기에 노래로 많이 불려지는 게 아닐까? 하지만 딱 한 가지를 유념하자면 사랑은 힘들거나 괴로운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산뜻하고 행복하고 편안하고, 잔잔한 감정이라는 것. 슬픔을 감추려고 더한 슬픈 노래를, 분노를 해소하려고 더 폭발적인 록음악을 듣기도 하지만, 나는 그냥 잔잔하고 평화로운, 사랑스러운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듣고 싶다. 음악이란 건, 우리를 저 먼 로맨틱한 순간으로 데려다주곤 하니깐... Reality의 가사처럼 환상 같기도 한. 그러고 보니 음악을 듣는다는 건, 현실의 시름과 고뇌를 잊기에 정말 안성맞춤이다. 석기시대부터 사람들은 음악을 즐겨왔으니깐... 앞으로도 음악은 계속해서 사람들에게 최고의 힐링으로 자리 잡지 않을까? 나 또한 음악과 함께 더 많은 추억을 써 내려가고 싶다.



https://youtu.be/T5dnEKqOaHw?si=2w8-bYElty1p2wd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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