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안리에서의 꿈
새벽 5시 무궁화호 기차를 타고
부산으로 미끄러졌다
먼저 착석한 나는 아직 도착하지 않은
친구에게 문자를 했다
거의 다 와 간다는 말과 함께
출발 5분 전에 헐레벌떡 뛰어온 친구
우리는 6시간 뒤 부산역에 도착했다
끼룩끼룩 갈매기소리가 지천에서
들릴 것만 같은 푸르른 바다내음이
넘실거리는 부산역은 멀리서 파도소리가
귓가에 쟁이는 것 마냥
두근거리는 설렘으로 우리를 인도했다
자갈치시장, 깡통시장, 책방골목, 해운대를 거쳐
한 밤 지새우고 닿은 광안리의 물결
어느새 우리는 해변을 침대 삼아
모래를 이불 삼아 한낮의 고요를 즐겼다
세상은 이렇게 평화로운데 내 일상은
왜 이렇게 상처투성이고 엉망일까
울음을 모래알갱이와 밀려오는 파도에 씻어 보냈다
7년 뒤 다시 찾은 광안리, 곁에 있던 친구는
아스라이 멀어지고 하나둘씩 내게서 사라져 갔지만
내 마음만은 더욱 풍요로워지고 튼튼한 뿌리가
깊게 세워진, 반짝이는 서른 후반의 청춘
몇 년 뒤 다시 부산을 찾을 때 나는 어떤 사람이 되어있을까?
잠잠하게 소곤소곤 귓가를 간질이는 한강작가의 목소리가
나를 드넓은 꿈의 세계로 인도한다
상처와 트라우마 속에서 간직한 양심은
한 작가를 세계적 작가로 우뚝 서게 했다
파노라마로 직접 찍은 광안리 사진(2017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