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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안리에서의 꿈

창작시

by 루비
파란색과 흰색 사진 프레임 심플한 가을 여행지 소개 인스타그램 포스트 (467 x 1000 px).png

광안리에서의 꿈



새벽 5시 무궁화호 기차를 타고

부산으로 미끄러졌다

먼저 착석한 나는 아직 도착하지 않은

친구에게 문자를 했다

거의 다 와 간다는 말과 함께

출발 5분 전에 헐레벌떡 뛰어온 친구

우리는 6시간 뒤 부산역에 도착했다

끼룩끼룩 갈매기소리가 지천에서

들릴 것만 같은 푸르른 바다내음이

넘실거리는 부산역은 멀리서 파도소리가

귓가에 쟁이는 것 마냥

두근거리는 설렘으로 우리를 인도했다


자갈치시장, 깡통시장, 책방골목, 해운대를 거쳐

한 밤 지새우고 닿은 광안리의 물결

어느새 우리는 해변을 침대 삼아

모래를 이불 삼아 한낮의 고요를 즐겼다

세상은 이렇게 평화로운데 내 일상은

왜 이렇게 상처투성이고 엉망일까

울음을 모래알갱이와 밀려오는 파도에 씻어 보냈다

7년 뒤 다시 찾은 광안리, 곁에 있던 친구는

아스라이 멀어지고 하나둘씩 내게서 사라져 갔지만

내 마음만은 더욱 풍요로워지고 튼튼한 뿌리가

깊게 세워진, 반짝이는 서른 후반의 청춘

몇 년 뒤 다시 부산을 찾을 때 나는 어떤 사람이 되어있을까?

잠잠하게 소곤소곤 귓가를 간질이는 한강작가의 목소리가

나를 드넓은 꿈의 세계로 인도한다

상처와 트라우마 속에서 간직한 양심은

한 작가를 세계적 작가로 우뚝 서게 했다



부산 광안리.jpg 파노라마로 직접 찍은 광안리 사진(2017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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