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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스승이 되는 자세

by 루비



ebs <선생님이 달라졌어요> 동영상을 두 편 보았다. 그 두 편 속 선생님의 모습은 내 모습이기도 했고 한편으로는 내 모습이 아니기도 했다. 그동안 나도 많이 성장한 탓일까? 어느 지점에서는 겹쳐지다가 어느 지점에서는 또 멀어지는.

영상 속 선생님들처럼 나 또한 지난 3년 동안 많이 울고 좌절하고, 고뇌하는 과정 속에서 교사로서의 상을 정립해 나갔었다. 그리고 오늘 보게 된 이 다큐를 통해 다시 한번 내 교사상을(좀 더 구체적인) 정립해 보는 시간을 갖게 되었다.


참 스승이란 어떤 교사를 말하는 걸까? 참 스승이란... 그가 만나는 아이들에게 삶을 부여하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삶이란 곧 살아있다는 뜻이고, 아이들이 생동감 있게 살아있기 위해선 선생님이 어떤 역할을 하느냐가 중요하다는 것이 내가 찾은 답이다.

아이들은 아이들이라는 그 이유하나만으로 순수하고 고결하며 깨끗한 존재이다. 내 생각이 맞는지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내가 지금까지 만나온 아이들은 그랬다. 그래서인지, 너무 깨끗해서인지 그만큼 주변의 영향을 많이 받는 것도 아이들이었다. 내가 죽은 지식을 주면 아이들도 맥 빠진 모습으로 내가 전수한 지식을 달달달 외울 뿐이었고, 내가 살아있는 지혜를 전달할 때 아이들 또한 깨달음의 기쁨을 내게 몸소 보여주었다. 내가 아이들을 판단하고 가르치려들면 아이들은 그 자신의 본연의 모습을 잃은 채 내게서 멀어져 갔고, 내가 있는 그대로의 아이들을 바라봐주고 사랑을 나눌 때 아이들 또한 내게 더 큰 사랑으로 보답해 주었다.


이런 일련의 경험들을 통해 난 교사란 정말로 참 스승이 되어야 하며(비록 표현 어휘 자체는 달랐지만), 그런 본보기가 되어 아이들 삶 속으로 뛰어들 때 아이들 또한 살아 움직이는, 꿈을 지닌 우리들의 소중한 존재가 되어 돌아온다는 것을 깨달았다. 결국 학생과 교사의 만남도 인간과 인간의 만남이며 그 만남사이에는 소중한 관계와 축복이 함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런 기본적인 전제가 있다면 아무 생각 없이 흘러갔던 시간들 속에서 갑자기 두려움이 엄습할 때가 있다. 내 수업, 내가 말하는 방식, 평소 아이들을 대하는 태도, 내 마음가짐 등등에서. 모두 다. 그리하여 다시 한번 나 자신을 부여잡게 된다. 아무리 바빠도 하루에 한 과목 이상은 수업연구를 철저히 하자! 상냥하고 친절하게, 그러나 때로는 단호하게 말할 수 있는 선생님이 되자! 단지 감정이 실린 말은 자제하도록 노력하자! 아이들과 눈빛을 교환하고 진심 어린 관심을 갖도록 하자! 교재연구라는 허울 좋은 명목아래 쉬는 시간을 지도서만 보지 않도록 말이다. 그리고 언제나 즐겁고 행복한 마음가짐으로 교실로 들어서기! (내가 이러면 아이들도 나를 웃으면서 반겨주더라!) 영상 속에서 전문가선생님들께서 해준 코칭 그대로, 그저 한 귀로 듣고 흘려버리는 것이 아니라 진지하게 실천할 수 있는 선생님이 되고 싶었다.


비록 아직은 이제 막 걸음마를 뗀 갓난아기 같은 부족한 점 많은 신참교사일 뿐이지만 하나하나씩 참 스승이 되기 위한 것들을 장전해나가려고 한다. 그것이 내가 아이들에게 받은 무한한 사랑에 대한 보답이며 또한 그 사랑을 계속해서 받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 아닌가 싶다. 두려움과 통제를 넘어선, 마음과 마음으로 이어진 소통을 할 수 있는 선생님. 그리하여 진정한 배움과 가르침이 함께할 수 있는 학교생활을 만들어주는 선생님.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더 강해지는 선생님. 그런 선생님이 되고 싶다. 그리고 늘 그런 자세를 잃지 않기 위해 흔들림 없이, 때론 흔들리더라도 다시 한번 일어서며 나아가는 그런 참 스승이 되어야겠다. 흔들렸던 나를 다시금 붙잡아 준 영상 속 선생님들의 모습에 감사하며 배워야겠고, 또한 그런 도전을 해낸 용기에 크나큰 박수갈채를 보내고 싶다.

마지막으로 세상의 모든 멋진, 훌륭한 선생님들을 생각하며..

무엇보다 우리 반 아이들이 무척 보고 싶다.



스물일곱 살 때 1급 정교사 연수 과제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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