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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반창고

나를 토닥여주는 여행

겨울 속초 바다

by 루비


1월(작년)의 겨울여행. 처음에는 인제 자작나무 숲을 가려고 했었지만 생각보다 준비할 것들이 많았다. 그래서 다음을 기약하고 파주 임진강을 갈까 생각했었지만 거리가 너무 멀었다. 그렇게 해서 최종적으로 낙찰된 곳은 ‘속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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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은 어디로 가느냐보다 누구와 가느냐도 중요하지 않던가? 이번 여행은 남동생과 함께 하게 됐다. 싸우기만 하던 우리가 좋은 추억을 쌓을 생각을 하니 기대가 되었다.


여행을 알차게 하려고 사전에 블로그 검색을 해보았다. 그리고 눈에 들어온, 대게 단 돈 9,900원! 지금 생각하면 말도 안 되고 어이없는 일인데 그때는 그만 그 미끼를 감쪽같이 물어버렸다. 남동생은 한사코 그럴 리 없다며 말렸지만 나는 오직 대게를 생각하며 전투적으로 식당을 검색했다. 속초터미널에서 버스를 타고 15분을 달려서 도착한 영금정 앞에 한 횟집. 대게를 9,900원에 먹을 수 있나 하고 들어갔는데, 9,900원은 상차림비! 실제 가격은 한 사람당 십여 만원. 이걸 대체 누구를 탓해야 하나? 욕망에 눈이 멀어 꼼꼼히 읽지 못한 내 잘못이 제일 크다. 결국 터덜터덜 문을 나와서 우리가 찾아간 곳은 한산한 어느 식당. 그곳에서 꼬막 비빔밥과 오징어순대를 시켜 먹었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더니 예산안에서 최적의 식사를 한 것 같아서 만족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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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으로는 바로 영금정으로 가서 시원한 동해바다의 풍경을 온몸으로 느꼈다. 1년 전 강릉바다와는 또 다른 속초바다. 이래서 보고 또 보고 오고 또 와도 바다에 대한 그리움을 지울 수가 없구나란 생각이 들었다. 방파제와 등대가 가리키는 곳을 바라보면 속초바다가 나에게 알려주는 무언의 메시지가 있는 것만 같았다. 그건 바로 ‘지금 이 순간을 즐겨. 새롭게 시작해!’ 실패한 적도 많고 억울한 적도 많고 눈물을 펑펑 쏟아낸 적도 많지만, 까짓것 다시 일어서서 나아가면 되는 거잖아. 푸르른 바다의 손길이 나를 어루만졌다.


여행은 실수투성이인 나도 괜찮다고 토닥여준다. 그래서 또다시 여행을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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