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종 의학드라마를 즐겨본다. 유능하면서도 인간적인 의사들의 활약이 권태로운 일상에 감동과 열정을 불러일으킨다. 재밌게 본 의학드라마 중에는 <굿닥터>와 <하얀거탑>, <괜찮아, 사랑이야>, <조선 정신과의사 유세풍>, <닥터 린타로>가 있다. 그리고 요즈음 보고 있는 <중증외상센터>도 정말 재밌어서 여러 편을 연달아보고 있다. 의학드라마가 재밌는 이유는 주인공인 의사들이 천재적이거나 출중한 능력을 가지고 있는 점이 무척 매력적인데 거기에 더해 여러 인간적인 고뇌와 갈등이 공감대를 형성하기 때문이다. <괜찮아, 사랑이야>는 정신과를 다룬 멜로 드라마지만 정신과에 대한 편견을 해소했다고 감사패도 받았다.
나도 트라우마 치료로 인해 정신과의사 선생님을 많이 만나게 되면서 의사 선생님들께 감사하고 존경하는 마음을 갖게 됐다. 정신과의사 선생님들의 특징은 따뜻하고 공감을 잘 해주신다는 점이다. 그리고 잘못된 생각은 바로 잡아주시기도 하다.
정혜신 박사님의 <당신이 옳다>를 읽었다. 그 책에서는 모든 사람의 감정은 옳다고 말씀하신다. 하지만 세상에서는 때론 특이하게 바라보거나 별종 취급하고 배척당할 때도 많다. 그 과정에서 상처를 입기도 한다. 그런데 정신과의사선생님은 나는 다르지 않다고, 스스로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말라고 말씀하셨다. 나는 그 말씀이 큰 위로가 되었다. 물론, 사람은 다 달라서 특별하고 개성있지만, 다르다는 것이 차별의 근거로 작용할 때는 상처가 된다. 그런 상황에서 나에게서도 평범한 사람들과의 연결점을 찾아주셔서 안심이 됐다.
사람은 누구에게나 조금씩 모난 부분도 있고, 이해 안가는 부분이 있을 수 있다. 세상에서는 그러한 모서리가 깎이고 깎여서 상처가 되고 눈물이 나고 가슴이 시리게 된다. 그러면서 나라는 존재는 가루같은 존재가 된다. 하지만 정신과의사 선생님은 그러한 나의 모난 부분, 나의 삐죽뾰족한 모서리 부분을 억지로 깎아버리지도 않으면서 둥그렇게 어루만져 주신다.
내가 좋아했던 이야기 중에 ‘별의 친구 만들기’라는 이야기가 있다. 다섯 개의 모서리를 지닌 별이 동그라미, 네모, 세모라는 친구를 차례차례 만나면서 똑같아 지려다가 점이 되어버렸다는 슬픈 이야기다. 나는 정신과상담을 통해서 나를 점으로 만들려는 사람들로부터 나를 지키면서도 함께 어울리는 법을 터득해나갔다. 물론 그 치유과정이 드라마틱하게 빠르진 않을지라도 나에게는 서서히 방을 데워주는 벽난로처럼 마음의 따스한 기운이 스며들어서 편안하고 안정감이 느껴졌다.
사람들은 쉽게 정신과환자들에게 낙인을 찍고 혐오의 대상으로 바라보며 폭언과 조롱을 쏟아내지만, 어쩌면 정말 그들이야말로 치료받아야 할 환자가 아닐까? 정혜신 박사님은 원치 않은 충(고),조(언),평(가),판(단)은 하지 말고 공감과 위로가 먼저라고 했다. 세상은 굳이 나를 가루로 만들어 점이 되지 않더라도 있는 그대로의 별의 모습도 어여삐 여겨주는 사람들과 함께할 때, 그리고 다르고 이상하다고 구별짓지 않고 나와 비슷한, 감정을 느끼고 소박한 하루를 소중히 여기는 사람들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따스한 마음으로 대할 때 아름다워지는 것 같다. 그 길을 정신과의사 선생님들이 함께 걸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