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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반창고

두려움과 친밀함 사이에서

by 루비

나는 여전히 사람들이 두렵다. 사람들은 나를 질투하고 멀어질 것만 같다. 그런데 어쩌면 방어기제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조금은 들기도 한다.


오늘은 점심시간에 여행과 영화와 피아노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눴다. 일본 여행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다가 오타루에 관한 이야기가 나왔고 영화 <러브레터>에 대한 이야기까지 이어졌다. 그러면서 그 영화가 얼마나 많은 여운을 남겼는지 얼마나 아름다웠는지 감정을 공유했다. 하지만 난 이내 불안해졌다. 그 분은 자신과 취향이 비슷한 것 같다며 자신은 애니메이션도 좋아한다고 했다. 하지만 난 나도 그렇다고 말할 수 없었다. 친밀해지기가 싫었기 때문이다. 친해진 관계는 언젠가 멀어진다는 생각이 든다. 과거에도 그랬었기 때문이다.


내가 자기방어기제가 심한 걸까? 예를 들어 내가 무엇을 잘못했다고 치면, 누군가는 ‘네가 이런 잘못을 해서 네가 싫어.’라고 말하겠지? 그래서 나는 솔직하게 물어봤었다. “내가 뭘 잘못했어? 잘못한 게 있으면 고칠게.” 하지만 그들은 “잘못한 거 없어.”라고 말하고 나를 차단했다. 그래서 난 더 공포심에 휩싸였다. 내가 무엇을 잘못했는지도 모른 채 절연 당했다. 그리고 기억나는 건, 그냥 난 꾸미는 걸 좋아했다. 어느 날 내가 늘 하던 귀고리가 아닌, 시내에 갔다가 우연히 새로 산 귀고리를 하고 갔다. 그러자 친했던 여자애가 날 노려봤다. 난 그런 것들이 너무 무서웠다. 그뿐만이 아니다. 난 그저 옆자리에 앉은 남자동료에게 오랜 만에 봐서 반갑다고 인사를 했을 뿐인데도 노려봤다. 그 상황에서 대체 난 어떻게 해야하지?


솔직히 세상에 나를 이해하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것 같다. 그러면서 나는 남들과 다르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된 것 같다. 그때 찾아봤던 책은 쑥스럽지만 영재에 관한 책이었다. 남다른 감수성과 재능으로, 많은 공격을 받으며 고통 받는 아이라고 했다. 하지만 웬만하면 밝히지 않는다. 존재를 드러내는 것만으로 공격을 당할 테니깐. 그래서 글을 썼다가 비공개로 돌리기도 했다. 여전히 나라는 정체성은 암중모색이다. 나는 계속해서 나를 이해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고 세상과 친밀해지기 위해 노력할 것이고 두려워서 뒷걸음질 칠 것이고 세상에 상처받을 것이고 다시 한걸음 앞으로 나아갈 것이다.

그래도 나는 나를 아주 많이 사랑할 것이다. 나는 나와 함께 있는 시간이 편안하고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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