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다 대학생이 되면서 수많은 일들로 연락이 끊겼는데 그 점이 아쉬워 최근에 다시 시작하게 됐다.
몇 년 전에는 앱스토어에서 검색하면 쉽게 찾을 수 있는 앱을 사용했었는데 사용이 복잡하고 인플루언서들처럼 뭔가 팔로워도 많아야 하고 인기도에 따라 차등이 주어지는 것 같아서 금방 탈퇴했다. 그러다가 몇 달 전에 다시 펜팔을 시작하고 싶어 다른 앱을 알아보다가 슬로울리 Slowly라는 앱을 알게 됐다. 그리고 지금까지 쭉 쓰면서 세 명의 펜팔친구와 편지를 교환하고 있다.
내 친구는 45살의 미국인 친구, 독일 함부르크에 사는 41살의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온 친구, 영국에 사는 24살 친구가 있다. 세 명 다 너무 친절하고 마음이 따뜻하다. 미국인 친구는 최근에 첫사랑을 만나 재혼했는데 자녀들을 아주 사랑하며 아이를 키우는 것에 행복을 느끼는 소녀감성의 친구다. 그녀의 남편은 주한미군으로 평택에서 근무했었다고 해서 더 이야기가 잘 통했다. 독일 사는 아프리카 친구는 딩크 부부로 나 말고도 수많은 펜팔 친구가 있다고 한다. 예쁜 엽서를 교환하는 게 취미이다. 영국에 사는 친구는 아직 어리지만 대학생은 아니고 간단한 일을 하면서 꿈을 키우고 있다고 한다. 나와 주로 영국 문학에 대해서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덕분에 예전엔 겁이 나서 주저한, 셜록 드라마도 보게 됐다.
독일 사는 친구하고는 둘 다 물고기자리로 생일이 비슷해서 실제 항공우편도 주고받았다. 나는 쿠팡에서 혼례복을 입은 남녀 인형을 선물로 보냈고 친구는 내게 예쁜 우표를 붙인 정성스럽게 쓴 엽서를 보내주었다. 앞으로 다른 친구와도 우편엽서도 교환하고 싶다. 일상의 작은 기쁨이다.
슬로울리앱의 가장 큰 장점은 전 세계 예쁜 우표를 모을 수 있다는 점이다. 비록 실물 우표는 아니지만 앱상에서 새로운 대륙이나 나라의 친구를 사귈 때마다 우표가 추가된다. 직접 해외 국가를 여행해도 우표가 추가되어서 편지를 주고받을 때 우표를 직접 붙여서 보낼 수 있다. 여러 가지 우표를 교환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또한 장점인지 단점인지 모르겠지만, 재밌는 포인트는 주고받는 메일이 사는 지역에 따라 배달 소요시간이 다르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가까운 일본은 3~4시간이면 편지가 배달되지만 멀리 떨어진 유럽은 14시간, 미국은 이틀이 걸리는 식이다. 아날로그 감성이 물씬 묻어나서 기다리는 재미가 있다.
언젠가는 직접 미국이나 영국, 독일에 방문해서 친구들을 꼭 만나고 싶다. 지금은 편지 쓸 때 초안은 직접 쓰지만, 챗gpt를 통해서 영어로 윤문 해서 보낸다. 직접 만나기 전까지 일단 외국어 실력을 많이 키워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언젠가 만날 날이 너무 기대된다. 그때까지 나의 일상을 행복과 기쁨, 새로움으로 가득 채워나가며 꾸준히 외국어 공부에 전념해야겠다. 이 글을 읽는 독자분들도 새로운 언어와 문화를 즐기며 해외 친구들과 소통하는 경험을 해보길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