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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여름, 제주도

by 루비

Cover Image by Freepik




오랜만에 바다에 다녀오니, 잊고 있던 어린 시절이 시원한 바다내음처럼 밀려왔다. 초등학교 2학년 여름방학 때, 그러니깐 내가 만 7세 때, 우리 가족은 아빠 친구들과 제주도로 여행을 갔다. 난 그 해, 생애 처음 비행기를 타봤다. 치기 어린 나이에 친구들 앞에서 뽐내려고 자랑하기까지 했다.

친구가 우리 집에 놀러 와서 내 자전거에 앉았다. 심술이 난 나는 자전거에서 내리라고 했다. 친구는 싫다고 했다.


“자전거에 탄 게 아니라 그냥 앉아있는 거잖아.”

“그럼 비행기에 앉아있으면 탄 게 아니라 앉아있는 거야? 이것도 탄 거나 마찬가지야.”


지금 생각하면 유치하기 짝이 없는 대화지만, 이상하게도 그 장면만큼은 또렷하다.



그러고 보니 제주도 여행에서 또 하나 기억나는 건, 해수욕장에서 헤엄을 치다 손가락에 낀 해바라기 반지를 잃어버린 것이었다.


내 작은 손가락에는 노란색 꽃잎의 해바라기 반지가 끼어있었다. 가족들과 함께 튜브를 타고 헤엄치다 그만 손가락에서 반지가 빠져서 바닷물 속으로 사라지고 말았다.



“엄마, 내 반지!!”


나는 울상이 되어서 소리쳤지만, 결국 반지는 찾을 수 없었다. 내가 기억하는 내 인생 최초의 상실감이었던 것 같다.


그 해수욕장이 어디였는지 정확히 기억나진 않는다. 나는 중문해수욕장인 것 같은데 엄마는 이호해수욕장이라고 말하고 아빠는 함덕해수욕장이라고 말한다. 여러 군데를 가서 기억이 가물가물한 것일 수도 있다. 또 다른 제주도 여행의 기억까지 섞여버린 것일지도 모른다.


기억이란 본래 그렇게 희미하고 흔들리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럴 땐 메모를 하면 오래 기억하기 쉽지만, 덤벙거리는 나란 사람은 가끔 단어로만 메모를 해서 단어를 봐도 기억이 안 나거나, 급할 땐 전혀 엉뚱하게 메모하기도 한다.

하지만 명확한 건, 내가 해바라기 반지를 잃어버렸다는 사실만은 확실한 기억이란 것이다. 친구와 자전거에서 싸운 것도 또렷이 기억한다.




언젠가 내가 세상을 하직하기 전, 이 모든 것들이 눈앞에 펼쳐질까?


불완전하고 어슴푸레한 기억이지만, 내 인생 한편을 채색해 준 아름다운 수채화 같은 추억 이야기다. 해바라기 반지는 바닷속에 사라졌지만, 내 기억 속에서는 여전히 반짝인다.



https://youtu.be/q0_nV2GQqMk?si=NREB3mFGhtw2g0k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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