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삶을 비추는 거울

by 루비

세상에는 수많은 글이 있다. 읽을거리가 넘쳐나서 글을 읽기 시작했는데 너무 진부하거나 공감이 안 가거나 불쾌감이 느껴지면 글을 거부하게 된다. 모름지기 작가라면 독자들의 사랑을 받는 글을 쓰고 싶을 것이다. <동물농장>과 <1984>로 유명해진 조지오웰은 생계 목적 외에도 4가지의 글쓰기 이유를 밝혔다. 그것은 순전한 이기심, 미학적 열망, 역사적 충동, 정치적 목적의 4가지이다. 작가지망생들 대부분은 이에 해당할 것이다. 이러한 글쓰기의 이유를 충족하면서도 아름다운 장르별 글을 소개하고자 한다.



먼저 시 부문.


멈춰 서서 바라볼 수 없다면


- 윌리엄 헨리 데이비스

근심으로 가득 차

멈춰 서서 바라볼 시간이 없다면

그것이 무슨 인생이랴.


나뭇가지 아래 멈춰 서서 양이나 젖소처럼

물끄러미 바라볼 시간이 없다면


숲을 지나다가 다람쥐가 풀밭에

도토리 숨기는 것을 바라볼 시간이 없다면

한낮에도 밤하늘처럼 별들로 가득 찬

시냇물을 바라볼 시간이 없다면


미인의 눈길에 돌아서서 춤추듯 움직이는

발걸음을 지켜볼 시간이 없다면


눈에서 시작된 미소가

입가로 번질 때까지 기다릴 시간이 없다면


근심으로 가득 차

멈춰 서서 바라볼 시간이 없다면

불쌍한 인생 아니랴.




나는 이 시를 임용고사 준비생이었던 대학생 4학년 때 처음 만났다. 처음 임용고사를 준비하면서 교육학과 교육과정 등 방대할 공부할 양에 압도되었던 기억이 선명하다. 선배 교사들이 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왔다고 생각하니 눈물이 나고 아찔했다. 재수, 삼수를 하는 선배 교사들은 얼마나 길고 긴 외로운 싸움을 거쳐 왔을까 생각하니 나도 눈앞이 캄캄하고 막막했었다. 그렇게 새벽같이 도서관으로 향해 자정이 되어 집으로 돌아오는 나날의 반복 속에서 이 시가 가슴에 아로새겨졌다. 비록, 어쩔 수 없이 소중한 청춘을 반납하고 공부에 매진하지만, 멈춰 서서 바라볼 여유를 갖자고 말이다. 하지만 누군가에겐 이 조차도 험담의 대상이 되긴 했지만...

나도 시를 쓰고 있지만, 시란 장르는 압축적인 형식 안에 절제된 아름다운 사상과 가치를 담는 장르라고 생각한다. 장문의 글에서는 표현되기 힘든, 짧은 시구 안에 마음을 간질이거나 폭발시키는 세련미와 서정성, 삶의 본질을 담고 있어야 한다. 그런 면에서 위 시는 인생의 본질을 잘 담고 있다고 생각한다. 바삐 사느라 삶의 소중한 가치를 잃어버린 사람들에게는 허무맹랑하게 보일 수 있지만, 진정한 삶이란, 계절의 변화를 느끼고 꽃의 향기를 맡는 여유를 갖는 것이라는 것...


두 번째 소설 부문.


제롬 데이비드 샐린저의 <호밀 밭의 파수꾼>을 꼽고 싶다. 최근에 좋아하는 작가의 책에서 <호밀 밭의 파수꾼>을 싫어한다는 의견을 듣고 놀랐다. 나는 이 책이 좋아서 작가를 모델로 한 영화 <파인딩 포레스터>도 찾아보았다. 은둔 작가와 작가지망생의 이야기가 마음을 따스하게 해 줬다. <호밀 밭의 파수꾼>이 좋았던 점은 뉴욕 사회의 위선과 이중적인 부문을 예리하고 신랄하게 평가한 부분도 좋았지만, 그의 책 속 문장들이 나의 마음을 움직였기 때문이다.


이를 테면,

‘같이 방을 쓰는 친구의 것보다 내 가방이 훨씬 고급일 경우에는 사이좋게 지내기가 어려운 법이다. 정말 똑똑하고 유머 감각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의 가방이 더 고급인지 따위에 신경 쓰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게 되기 어렵다.’


‘미성숙한 인간의 특징이 어떤 이유를 위해 고귀하게 죽기를 바라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반면 성숙한 인간의 특징은 동일한 상황에서 묵묵히 살아가기를 원한다는 것이다. - 빌헬름 스테켈’

이런 문장들이다. 사람들이 흔히 지나치기 쉬운 상황에서 순간을 포착하고 인간관계의 본질을 파악하고 그려내는 점이 삶에서 다치기 쉬운 마음을 보호해 줬다. 두 번째 문장은 죽고 싶던 나를 일으킨 강렬한 문장이었다.

소설은, 여러 등장인물을 내세워 허구의 이야기를 사실처럼 그럴듯하게 그려내는 이야기라고 교과서에서 배운다. 하지만 소설의 진면목은 바로 수많은 인생을 살아볼 수 있다는 점이다. 우리의 시간과 몸은 물리적 한계를 지니는데 소설은 이 모든 한계의 장벽을 깨트린다. 이렇게 다양한 삶을 소설 속 인물에 대입하며 살다 보면 상상력도 확장되고 세상에 대한 이해의 지평이 넓어진다.



세 번째 에세이 부문.


내가 생각하는 최고의 에세이는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월든> <소로의 일기>라고 생각한다. <월든>은 오래전에 읽어서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그의 자연에 대한 경이로움과 자급자족하며 사는 삶의 위대함에 대해 매료되었고, 최근의 읽은 <소로의 일기>는 너무나 아름다운 문장들과 철학적 사상에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소로의 일기>를 읽으면서 이토록 아름다운 문장을 쓸 수 있으면 얼마나 멋질까, 하고 동경하는 마음이 한껏 부풀어 올랐다. 내게 시간이 많이 주어진다면, 정말 <소로의 일기>를 여러 번 필사하고 싶은 생각이 굴뚝같았다. 아마 언젠가는 정말 하게 되지 않을까? 내 묘비명을 ‘문장가, 창조, 사랑의 사람’이라고 짓기도 했는데 점차 원하는 삶에 가까이 다가가고 싶다.

에세이의 매력은 자신이 성찰한 삶의 정수를 짧은 글 안에 표현낼 수 있다는 점 아닌가 싶다. 그냥 혼자만 간직하면 일기가 되지만, 누군가가 내 에세이를 읽어주는 순간, 나는 독자와 교감하는 작가로서 서게 된다. 피드백이 올 때도 있고, 없을 때가 더 많지만, 작가는 독자와의 상호작용을 통해 더 나은 글을 지향하게 되고 실천에 옮긴다. 그리고 에세이를 씀으로써 자신을 더 갈고 다듬고 더 나은 삶을 살아가도록 소망하게 된다. 에세이는 작가의 삶, 그 자체이다.




이상으로 시, 소설, 에세이에서 가장 추천하는 작품과 의미를 나눠봤다. 작가 지망생들이라면, 멋진 작품을 읽고 내면에서 담금질하며 더 나은 삶을 향한 반석으로 삼으면 좋을 것 같다. 작가는 글과 삶으로써 인생을 아름답게 만들어가는 창조자이다. 그냥 버려질 글이 아니라, 누군가의 가슴에 오래도록 남는 글을 부단히 써나갔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