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의 큰 전환점

유럽 여행 뒷이야기

by 루비

'인생은 B(Birth)와 D(Death)사이의 C(Choice)다'라고 사르트르가 말했었던가. 정말로 어떤 선택을 하냐에 따라 인생의 전과 후가 극적인 변화를 맞이하기도 한다. 내 인생의 큰 전환점이 된 선택은 바로 2016년에 다녀온 유럽 여행이었다.


이전에도 가까운 일본이나 마카오, 홍콩 등으로 짧게 여행을 다녀오긴 했었지만, 열흘 이상, 그것도 혼자서 비행기로 12시간 이상 떨어진 지역을 여행하기는 처음이었다. 나에겐 엄청난 도전이었고 모험이었고 용기가 요구되는 일이었다. 하지만 어머니는 “여행이라도 다녀와야 기운을 차릴 것 같아. 다녀와 봐.”라며 나를 부추기셨고 SNS의 유명 셀럽들의 여행 스토리가 나를 끌어당겼다. 그렇게 난 아시아나 항공 비행기표를 예매하고 있었다.


난 그저 열심히 살아온 게 전부였는데 세상이 나에게서 등을 돌린 기분이었다. 삐걱거리는 인간관계, 직장에서의 고충, 계속되는 우울감으로 힘겨운 시간을 보냈었다. 바로 전해에 동유럽으로 여행을 가고자 했지만 취소됐던 일도 한몫을 했을 것이다. 그래서 2016년에는 더는 미룰 수 없다는 각오로 기필코 런던행 비행기에 몸을 싣게 되었다.


사실 여행은 비행기를 타기 전, 여행 준비 단계에서부터 시작된다. 두 달 전부터 <유럽 여행 백과사전>, <오늘부터 여행작가>란 책을 구매해 읽으면서 설레는 마음으로 여행을 준비했다. 생애 처음으로 미용샵에서 속눈썹 연장술을 받기도 했다. 원래 내 속눈썹과 다르게 길고 짙은 속눈썹이 눈을 깜박일 때마다 눈 밑에 내려앉아 묘한 기분이 들게 했다. 직장 상사분도 나에게 “눈이 정말 예쁘네요.”라며 내 마음을 더 들뜨게 해주었다. 그렇게 나름 완벽하게(?) 셋팅하고 여행길에 올랐다.


16박 17일간 우여곡절을 겪으며 무사히 한국으로 돌아왔다. 연신 찍어댄 사진은 분실한 스마트폰과 함께 사라지고 새로운 아이폰이 내 손에 쥐어져 있었다. 다행히 클라우드에 올린 사진들과 가족, 친구들에게 보낸 사진 몇 장을 건질 수 있었다. 여행을 다녀온 후 영국, 프랑스, 스위스, 이탈리아 여행기를 독립출판으로 펴냈다. 판매 실적은 좋지 않다. 일단 제목부터가 유치했던 것 같다. <병아리 유럽 산책>.


책은 절판시키고 브런치에 <유럽 세레나데>란 제목으로 다시 올렸다. 나름 조회수가 폭발하며 25,000여명이 내 브런치북을 읽고 갔다. 몇몇 독자분들은 댓글로 소통을 이어갔다. 하지만 만족스럽지 않았다. 이런걸 두고 욕심이라고 하나보다. 더많은 사람들이 읽었으면 좋겠고 더 많은 반응을 받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려면 글을 더 매력적으로 써야 함은 분명하다. 그렇게해서 각종 글쓰기 책을 구매했다. 스티븐킹의 <유혹하는 글쓰기>, 유시민의 <표현의 기술>, 김은경의 <에세이를 써보고 싶으세요?> 등.


여행을 다녀온 후 나는 삶을 더 열정적으로 살게 되었다. 그건 내가 무언가를 해나갈 콘텐츠를 마련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작은 세계 안에서만 살다가 예술과 문화와 자연이 살아 숨 쉬는 유럽 세계를 다녀온 것은 내가 세상에 눈을 뜨게 해주는 계기가 되었다. 그렇게 유럽 여행은 내 인생의 전환점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