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 다 창작자라는 점. INFP라는 점. 글을 써도, 예술을 창작해도 진심을 꾹꾹 눌러 담는다는 것, 여러 개의 닉네임을 썼다는 것. 그리고 사람과 세상으로부터 많은 상처를 받았다는 것, 이해받기가 쉽지 않았다는 것들...
하지만 나보다도 더 아프고 외로웠던 건 내 동생이었던 것 같다. 세상의 기준에 맞춰 공직자로 근무하는 나와 달리, 혈혈단신으로 세상의 거친 파도와 싸워나가며 창작자로서 서고자 했던 내 동생은 너무 외롭고 무섭지 않았을까? 그런 내 동생 마음도 헤아려주지 못하고, 버팀목이 되어주지 못한 것 같아서 가슴 아프다.
내 동생은, 드라마 <남자친구>에서 박보검이 주연한 '김진혁'을 닮았다. 비록 '김진혁'처럼 대기업에 입사해서 출중한 실력을 발휘하는 능력 있는 엘리트는 아니지만, 그의 성격과 결, 감수성, 사람에 대한 진심이 꼭 닮았다. 남동생이 아니라 처음 본 남자라면 한눈에 반할 만한.
그렇게 사랑하는 내 동생을 지켜주지 못하고 거친 세상에 홀로 버티도록 만든 것 같아서 마음에 돌덩이가 무겁게 쌓인 기분이다. 함께 싸웠던 세상의 파도를 이제 나 홀로, 내 동생 몫까지 싸워나가야 한다. 자주 외면받고, 자주 버려지고, 자주 혼자인 것 같은 그 순간, 그래도 분명 어디선가 내 곁에 함께하고 있지 않을까 막연히 생각해 본다.
나는 동생의 닉네임인 '구월화'가 뭔지는 모르겠지만, '봄'이나 '여름'에 피는 꽃과 달리 뒤늦은 '구월'에 피는 아름답고 성숙한 꽃이 아니었을까. 동생의 닉네임의 뜻대로 천천히 그윽하게 나도 나를 조금씩 꽃 피우고 싶다. 그리고 먼 훗날, 동생을 다시 만났을 때 '누나가 너의 보살핌 아래 천천히 꽃을 피웠어. 구월화의 누나니깐.'라고 말하고 싶다. '구월화, 넌 누구보다 멋지고 자랑스러운 내 동생이야.'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