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의 별이 된 동생이 가르쳐준 ‘행복’

by 루비

하늘의 별이 된 동생이 가르쳐준 ‘행복’


법정 스님의 책을 처음 만난 건, 2010년 5월, 스님께서 입적하시고 몇 달 지난 후였다. 스님은 돌아가시기 전에 자신의 모든 책을 절판하라고 말씀하신 걸 뉴스를 통해 접했다. 그런 후, 내가 만난 책은 구미의 버스터미널 가판대에서 구매한, 류시화 시인이 엮은, <살아 있는 것은 다 행복하라>는 법정 스님의 잠언집이었다.


내가 구미에 간 것은 충북 옥천에 있는 동생을 만나기 위해서였다. 나는 영양에 살고 있었고, 동생은 옥천에서 대학을 다니고 있었기에 우리는 대전에서 만나기로 약속했다. 그리하여 구미 터미널을 거쳐 대전으로 향했던 것이다. 그때는 내 동생이 이렇게 세상을 빨리 떠날 줄 몰랐다. 언제까지고 영원히 함께할 것만 같았던 내 동생이 지난 4월 21일에 세상을 떠났다. 자신의 작품을 남기고…. 그는 살아생전 애니메이션과 웹소설을 창작한 창작자였다.


나는 <살아 있는 것은 다 행복하라>는 책에서 「삶에는 즐거움이 따라야 한다」, 「마음의 주인이 돼라」, 「삶의 종점에서」라는 잠언을 블로그에 적어두었다. 그만큼 와닿았기 때문이다. 「삶에는 즐거움이 따라야 한다」는 긍정적인 인생관으로, 감사하는 마음을 지니며 삶에서 기쁨을 찾아 건강하고 즐겁게 살 때, 홀로 사는 즐거움이 싹튼다는 내용이고, 「마음의 주인이 돼라」는 우리가 화가 날 땐 나도 걷잡을 수 없이 옹졸해지기 쉽다며 마음을 따르지 말고 마음의 주인이 되라는 내용이고, 「삶의 종점에서」에서는 죽고 나서 우리가 남길 수 있는 건, 오직 타인에게 나눈 친절과 덕행뿐이라며 선행을 나누는 것을 미루지 말자는 내용이다. 이런 의미에서 내 동생은 이 세 가지를 모두 실천한, 진정한 도인이자 군자가 아니었나 생각이 들 정도이다. 비록 내 동생의 삶은 비극적으로 끝났지만, 결국 그는 짧지만 의미 있고 행복한 삶을 살다 갔다는 생각이 들었다.


메멘토 모리라는 말이 있다. 죽음을 기억하라는 뜻이다. 내 동생의 죽음 이후, 나는 ‘행복’에 대한 개념이 바뀌었다. 오래 살고 싶다에서 짧더라도 의미 있는 인생을 살다 가고 싶다고. 내 동생은 애니메이터와 웹소설 작가를 꿈꾸면서 매 순간 열정적으로 자신의 일에 매진했지만, 수입으로 연결이 되지 않아서 힘겨워했다. 그럼에도 그는 넉넉지 않은 자신의 전 재산을 기꺼이 내어 산불 피해 기금에 보탰다. 그는 엄마와 누나와 갈등을 빚으면서도 그들에 대한 이해심과 평정심을 계속 유지했다. 소박한 식사를 하면서도 유튜브 구독자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한 치의 어긋남도 없이 자신의 다이어트 실천 영상을 꼬박꼬박 올렸다. 스케줄 노트에는 매일매일 자신이 해야 할 일 체크리스트를 빼곡히 적어놓을 만큼 성실했다. 너무 짧은 인생에 모든 걸 쏟아부어 그가 삶에 쉽게 지쳐버렸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는 살아있는 동안, 누구보다 열정적이고 모범적으로 살다 간, 이 시대의 귀인이었다.


동생이 드라마 <남자친구>에 나온, 박보검 배우가 주연한 ‘김진혁’과 정말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에 진심이고 순수한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낙천적이고 즐겁게 살다 간 아름다운 청년. 내 동생은 일과를 마치면 욕실에서 노래를 흥얼거리며 샤워와 목욕을 즐겼다. 그에겐 그것이 하루하루 사는 낙이자 즐거움이었을 것이다. 스스로 자신의 즐거움을 찾고 매일의 일상에서 실천한, 그는 ‘행복’이 무엇인지 정확히 아는 청년이었다. 비록 세상으로부터 물질적, 사회적으로 인정받고 명예를 얻은 건 아니지만, 그는 법정 스님이 말씀하신 진정한 ‘무소유’를 실천했다.


법정 스님이 입적하시고 한참을 지나 부산 보수동책방골목에서 <무소유>란 책을 구입할 수 있었다. 나는 조용히 용문사 템플스테이에 가서 그 책을 다 읽었다. <무소유>의 한 챕터에 ‘오해’와 ‘이해’에 관한 이야기가 나온다. 우리는 누군가를 사랑한다고 말하는 그 순간에도 철저히 상대방을 오해하고 있다고 한다. 완벽한 이해는 불가능하기에 모두가 타인이라고 말씀하신다. 어쩌면, 나 또한 내 동생을 오해하고 있었던 게 아닐까 싶다. 주말마다 함께 하고 어린 시절을 함께 공유한 가족임에도 나는 내 동생을 속속들이 알 수는 없었던 것 같다. 그건 나뿐만 아니라 우리 부모님도 마찬가지다. 동생이 하늘나라로 가고 나서 후회되고 슬피 우는 일들이 많은 것을 보면 말이다.


하지만 우리는 이제 동생의 삶을 추억하며 지금, 현재에 머물며 다시 행복을 찾아가고 싶다. 동생이 살아생전, 우리는 자주 다투고 서로를 오해하고 미워하기도 했던 것 같다. 하지만 법정 스님의 「삶의 종점에서」란 잠언처럼 죽음을 기억한다면, 누군가와 다툴 일이 뭐 그리 많겠는가? 살아만 있어 줘도 감사한데…. 우리 가족은 동생이 하늘의 별이 된 이후 더욱 돈독해졌다. 더 자주 통화하고 더 많이 이해하기 위해 노력한다. 더 많이 사랑을 표현하고 있다. 천국으로 들어간 동생이 우리 가족에게 남겨준 메시지는 명확하다. ‘지금, 이 순간을 살며, 더 많이 사랑하고 더 많이 행복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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