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똥. 벌레여도 괜찮아. 나는 빛날 테니깐.

by 루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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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반딧불>이란 노래를 남동생을 통해 알게 됐다. 자신이 진짜 좋아하는 곡이 있다며 들어보라고 해서 듣게 됐다. “어, 좋네. 그런데 막 엄청 좋진 않아.” 이게 내 대답이었다. 개똥벌레가 자기가 별인 줄 알고 있었는데 알고 보니 벌레라고 여기는 부분이 딱히 와닿지가 않았다. 난 19살에 대학생 새내기가 되어서 23살부터 교편을 잡았으니깐. 나를 괴롭힌 사람들에 대한 분노와 억울함은 있어도 나를 초라하게 생각한 적은 많지 않았던 것 같다.


그런데 요새는 듣고 또 듣고 있다. 세상을 떠난 내 동생이 좋아한 이유가 더 크다. 그리고 얼마 전에 <나는 반딧불>을 부른 가수인 황가람 님의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제안을 받고 나서 더 좋아하게 됐다. 비록 결렬되긴 했지만, 그 후로 황가람 님의 유퀴즈 영상, 뉴스 출연 영상, 팬 페이지, 그 밖에 영상들, 황가람 님의 유튜브 채널 등을 계속 찾아보고 있다. 나도 정말 찐 팬이 된 것이다. 그리고 팬 카페에서 우연히 황가람 님이 쓰신 책이 출간됐다는 것을 알게 되고 책도 주문해서 읽게 됐다. 그런데 책의 발행일을 보니 바로 내 동생이 세상을 떠난 날이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선종하신 날이자 내 동생이 좋아했던 노래인, <나는 반딧불>을 소재로 한 책이 출간된 날.


이 책을 읽으면서 만약 동생이 이 곡을 추천했을 때, 나도 너무 좋아하며 공감하고 일찌감치 황가람 님의 팬이 되어서 이 책을 동생에게 선물했다면 어땠을까란 생각에까지 미쳤다. 황가람 님은 책에서 시종일관 자신은 평범한 사람이라고 밝힌다. 가수지만 노래도 못 불렀다고 하신다. 그렇다고 꿈을 못 꿀 이유는 없다고 용기를 불어넣어 주신다. 내 동생은 그림도 정말 잘 그리고 애니메이션도 잘 만들었다. 다만, 세상에서 폭력적인 사건을 많이 겪어서 트라우마가 심하고 자신감이 없는 아이였다. 그게 가슴이 아프다.


나는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하늘나라에 간 내 동생이 우리에게 참 많은 선물을 주는구나 하고 말이다. 어쩌면 방송작가의 출연제안은 황가람 님의 팬이었던 동생이 마법을 부린 것일지도 모른다. 이 책에 내 손에 온 것도 마찬가지다. 동생은 노래로, 책으로 우리 가족을 위로하고 싶었던 것이다. 자신은 고통 없는 세상에서 평온히 잘 지내고 있다고...


황가람 님의 이야기처럼, 조금 재능이 부족해도, 운이 따라주지 않아도 우리는 꿈꿀 자격이 있다. 내가 벌레 같아도, 지극히 평범해도 밤하늘의 빛나는 별로 착각한다고 해도 스스로 행복하면 된 거 아닐까? 노래하는 순간, 그냥 꿈꾸는 것 자체가 행복하다고 말하는 황가람 님처럼, 나도 내 꿈을 놓지 말아야겠다. 포기하지 말아야겠다. 이제야 동생이 왜 <나는 반딧불> 노래를 그토록 좋아했는지 알겠다. 동생은 누구보다 꿈에 대해 진심이었고 순수했고 열정을 쏟아부었다. 그 간절함, 그토록 절박했음을 누나는 눈치채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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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직 살면서 반딧불이를 직접 본 적이 한 번도 없다. 노래 속 가사처럼 우주에서 내려온 반딧불이를 언젠가 무주에서 보게 된다면, 꼭 기억해야겠다. 반딧불이는 개. 똥. 벌레임에도 눈부시니깐, 빛나니깐, 괜찮다고. 평범해도 괜찮다고. 언젠가 꼭 반짝반짝 빛나는 별처럼 꿈을 이룰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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