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성 시뮬레이션 게임을 하다 보면 내가 마치 게임 캐릭터가 된 듯 착각을 할 때가 있다. 가상 세계에 뛰어들었다가 컴퓨터 전원을 끄면 바로 현실 세계로 돌아오긴 하지만, 가끔은 그러한 가상 세계가 현실에서 이어진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곤 상상하곤 한다.
특히 나는 심즈 게임을 할 때 그런 대리만족을 많이 느꼈던 것 같다. 고등학생 때, 나는 심즈 게임을 하면서 무엇보다 심들이 살 집을 지어주는 걸 너무 재미있어했다. 이건 내가 오프라인에서 레고 블럭으로 매일 가정집을 만들고 부수던 걸 반복한 일에서 가상 세계로 확장된 것이었다. 아빠가 건축업에 종사해서 나도 자연스럽게 내 집은 내가 짓고 싶다는 생각을 막연히 했었던 것 같다. 아빠가 일하시는 것을 지켜보면 모눈종이에 여러 공학 자를 이용해서 설계도를 그리곤 했다. 비록, 현실에서는 다른 꿈을 꾸게 됐지만 가상 세계에서는 공상을 이룰 수 있었다.
심즈 게임을 할 때 또 재밌었던 건 확장팩이 계속 출시돼서 골라서 플레이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확장팩으로 <멍멍이와 야옹이>도 갖고 싶었지만 내가 마음을 빼앗긴 것은 <두근두근 데이트>였다. 결국 엄마를 졸라서 구매하게 되었을 땐 정말 들떴었다. 심들을 키우고 교외지로 나가서 데이트를 시키고 프러포즈를 하고 결혼을 시키는 게 재밌었다. 현실에서는 여고를 다니며 집과 학교만 매일 오가며 공부에 찌든 학생이었지만 가상에서는 낭만적인 로맨스를 실현시킬 수 있었다.
심즈와 비슷한 게임으로 조이시티와 해피시티를 한 적이 있다. 그때 새벽에 게임에 접속했을 때 어느 공간으로 이동했는데 흘러나온 베토벤의 비창 2악장이 너무 좋아서 감동의 물결이 밀려오기도 했다. 모두가 잠든 어두컴컴한 방 안을 피아노의 선율이 부드럽게 감싸주는 느낌을 받았다. 너무 오래되어서 기억나진 않지만, 그 게임도 나만의 침실처럼 개인적인 공간이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후에 큐플레이로 바뀐 퀴즈퀴즈는 퀴즈를 풀면서 자기만의 아바타를 레벨업 시키는 게임이었다.
이렇게 내가 만약 진짜 게임 캐릭터가 된다면, 나는 지극히 현실적이면서도 로맨스를 꿈꾸는 낭만적인 여자로 살아가지 않을까 싶다. 나는 소소하게 집을 꾸미고, 나의 매력을 가꾸고, 사랑하는 사람과 행복을 일구는 지극히 소박한 삶에 만족하는 감성적이고도 낭만적인 캐릭터가 내 특징이 될 것 같다. 요즘 유행하는 육각형으로 분석해 본다면, 감성 100 지성 90 낭만 70 개방성 70 친밀성 80 정서 조절 90으로 분석해 주고 싶다. 낭만이 70인 이유는 빨강 머리 앤에게 매튜 아저씨가 말씀해 주신 것처럼 낭만이 너무 넘쳐흘러도 곤란할 것 같아서이다. 조금은 현실적인 면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서 70으로 줄였다.
요약하면, 나는 스타크래프트나 피파 시리즈 같은 게임을 좋아하는 남성들과는 정반대에 있는 아주 말랑말랑하고 아기자기한 것을 좋아하는 여자로 살아갈 것 같다. 한동안은 게임에서 멀어졌지만, 이런 게임을 또 발견하게 된다면 다시 한번 즐겨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