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해 본 나의 또 다른 인생 다섯 가지

by 루비

소설 <미드나잇 라이브러리>는 주인공 노라가 서른다섯에 죽음을 결심하다가 미스터리한 도서관 ‘미드나잇 라이브러리’에서 다양한 삶을 경험해 보는 이야기다. 주인공 노라는 수많은 삶을 살아보다 현재의 자신이 가장 좋다는, 펄펄 살아있는 자신의 인생을 사랑해도 좋다는 결론에 이른다.

만약 나도 노라처럼 다양한 삶을 가상으로 살아본다면 다음의 다섯 가지를 꼽아보고 싶다. 바로, ‘여행 작가’, ‘소설가’, ‘동화작가’, ‘시인’, ‘상담사’다. 사실은 가상이긴 하지만, 내가 지금 조금씩 하고 있는 것들이라서 현재의 삶의 반경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는다.


여행작가의 삶을 상상하다


먼저 ‘여행작가’로 살아간다면 세계 여러 나라를 여행하게 될 것이다. 내가 처음 서른 살에 유럽여행을 다녀와서는 사표 쓰고 여행작가가 되겠다고 꿈꾸었던 적이 있었다. 여기저기 떠벌리자 사람들은 그건 위험하다며 차라리 몇 년만 더 근무하다 휴직을 하고 가라고 조언해 주었다. 지금 와서 돌이켜보니 그때 그건 정말 뼈가 되고 살이 되는 조언이었다. 살아보니 직장을 버린다는 게 얼마나 무모한 일인지 뼈저리게 깨달았기 때문이다. 런던에서 뮤지컬을 보고 나서는 언젠가 런던에 여행 가서 런던 뮤지컬을 모조리 휩쓸고 와야지 다짐했지만, 사실 그보다는 영어 실력을 높이는 것이 우선순위인 것 같다. 아무튼 그 후로 정말 영어공부를 열심히 하고 있다. 아직 CEFR 레벨 B1 수준이지만 꾸준히 공부해서 C1, C2로 올리고 싶다. 사실 유럽여행 가서 영어로 의사소통하는 데는 그다지 어려움은 없었다. 우리가 한국에서 외국인들의 어색한 문법이 포함된 회화도 눈치로 다 알아채듯이 외국인들도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다 알아듣는다. 다만, 내가 정말 답답했던 순간은 로마 안의 바티칸 공화국을 여행했을 때이다. 이탈리어로 주로 소통하다 보니 대화가 전혀 통하지 않아 정말 막막함과 두려움이 느껴졌었다. 게다가 시간에 쫓겨 성당 내부를 둘러보지 못한 아쉬움이 남아있다. 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를 꼭 보고 싶었는데 말이다. 아마, 다음번에 이탈리아 여행을 다시 하게 된다면 바티칸시국의 시스티나 성당에 있는 천지창조와 최후의 심판을 꼭 보고 올 것이다. 또한, 3개 국어, 4개 국어를 하는 사람들처럼, 조금씩 제2외국어도 공부해보고 싶다.


여행을 좋아하긴 하지만, 여행작가가 된 상상을 해보니 여행작가는 나에게 어울리는 직업은 아닌 것 같다. 일단 난 체력이 엄청 약하다. 그래서 요새는 수영을 배우며 체력향상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타고난 약체로 쉽게 뻗어버리곤 한다. 유럽여행당시에도 중간중간 여행지 쉼터나 카페 같은 곳에서 쪽잠에 빠지며 체력을 보충해야만 다음 여행지로 이동할 수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나에겐 여행작가는 한때의 로망으로만 남겨둬야만 할 것 같다. 다만, 전문여행작가는 아니더라도 언젠가 취미로는 도전해보고 싶다.

글을 쓰는 사람으로서의 나


두 번째는 소설가와 동화작가, 시인을 해보고 싶다. 사실 지금 조금씩 습작을 쓰며 모두 연습하고 있는 것들이다. 단편소설을 몇 편 써보았고, 오디오북 동화 5권을 출간했다. 시도 매일 꾸준히 쓰고 있고 현재 브런치북에도 연재하고 있다. 글을 쓰는 것을 정말 즐겁고 행복한 일이다. 내 안의 창조성을 샘솟게 하고, 주변을 돌아보고 사유할 수 있도록 도우며 공감대를 형성하는 이들과 연결될 수도 있다. 게다가 후에 길이 남는 명문장들은 작가를 위대한 반열에 위치시키고 오래도록 사람들에게 감동을 준다. 나는 그런 아름다운 글을 쓰고 싶다.

아직은 걸음마 단계고 배워야 할 것들이 많지만 꾸준히 해서 꼭 멋진 작가로 이름을 알리고 싶다. 그 길에 브런치스토리는 참 매력적인 공간이다.

누군가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 상담사


세 번째는 ‘상담사’를 꼽아보고 싶다. 나는 정신과치료도 오래 받았고, 상담도 오래 받은 경험이 있다. 그러면서 정신과 의사나 상담사분들이 건네준 공감과 위로, 격려의 말들이 오래도록 따스하게 스며들었고, 나도 언젠가 누군가에게 그런 존재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보았다. 나는 이 나이에도 청소년관람불가 영화는 잘 못 보고 특히 무섭고 잔인한 건 눈을 감고 소리만 들어도 무서워하는데 그래서 사실 상담이 두렵기도 했다. 예전에 한 번 상담사님과 자해에 관한 영화를 봤는데 너무 음울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불안과 우울감이 높았던 우리 반 학생을 상담해 주면서 나조차도 힘겹긴 했지만, 그 학생들은 나에게 “선생님 사랑해요, 고마워요.”라고 응답해주기도 했고, 나 또한 도움이 된다는 사실에 기쁘기도 했다. 그래서 만약 내가 상담가가 된다면, 나는 심각하고 파괴적인 내담자보다는 삶을 응원하고 지원하고 격려해 주는 행복한 상담가가 될 수는 있을 것 같다. 마치 미하엘 엔데의 <모모>처럼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사람이면 좋을 것 같다. 그래서 여행작가처럼 정식으로 상담가로 일하진 못하더라도 소소하게 누군가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다.


이상, 가상으로 나의 또 다른 직업을 상상해 보았다. 나름 재미있는 작업이었고 나의 강점과 약점을 파악하게 됐다. 무엇보다 내 꿈인 소설가, 동화작가, 시인으로서 더욱 성장할 수 있도록 꾸준히 노력해야겠다고 마음속에서 무언가 꿈틀대는 것이 느껴졌다. 앞으로도 <아티스트 웨이> 책과 함께하며 내 안의 창조성을 끌어올리는 작업을 계속해서 해나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