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선택

일을 줄이겠습니다.

토요일 아침을 선택하기로 했다

by 루비

나는 작년에 영재학급 강사가 되고 싶어서 부산에서까지 연수를 듣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았다. 여름방학 일주일간 부산에 머물면서 영재학급 강사로서 가져야 할 소양, 구체적인 업무 지침, 영재 학생들의 특성에 대해서 연수를 들었다. 직접 지도안도 짜보고 실습까지 어우러진 연수였는데 큰 도움을 받았던지 그해 겨울에 모집한 대구문예창작영재교육원 강사에 최종합격했다.

일 년 동안 영재학급 강사로 일하면서 나 또한 많은 것을 배웠다. 나는 중학생들을 지도했는데 기본적으로 영재학생들이라 그런지 실력이 뛰어난 학생들이 많았다. 시, 에세이, 소설을 넘나들며 수준급의 작품들을 갈무리해 나갔다. 나는 기본 강의와 실습 과제 제시를 병행하며 그들과의 시간을 함께 해나갔다. 연말에는 내년도 영재학생 선발을 위한 면접과 필기고사 채점업무도 하게 되었다. 이 모든 시간들이 나에겐 많은 성장을 가져다준 것 같다.


그런데 영재학급강사는 영재학생 선발과 마찬가지로 매 해 새로 뽑는다. 만약 내년에도 계속하길 원하면 새로 또다시 지원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난 이미 새로 지원하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1년 간의 경험은 나에게 유익하고 행복한 시간이었지만, 많은 시급에도 불구하고 토요일마다 4시간씩 더 일을 한다는 게 나한텐 큰 부담으로 남았기 때문이다.


내가 만약 집이 대구고 교통편이 편하다면 1년 더 지원해서 합격시켜 준다면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런데 일단 난 서울과 대구를 왔다 갔다 하느라 교통비도 너무 많이 쓰고 새벽같이 일어나 졸린 눈을 겨우 깨우며 힘들게 다녀야 했다. 토요일 4시간 수업 준비를 위해 평일에는 고전을 읽고, 나 또한 강의를 들으며 수업 자료 만드는 것에 매진했다. 그러면서 문득 유대인 이야기에서 읽었던 일화가 생각났다.


물고기를 잡는 어부가 가족들과 행복하게 사는데, 누군가가 와서 사업을 크게 일으키고 돈을 더 많이 벌면 여생을 더 편안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다고 하자, 어부가 “내가 지금 그렇게 살고 있지 않소.” 일하는 그 장면이 떠올랐다. 아등바등 주말에도 일하면서 시간을 쓸 바에, 금요일 오후에 바로 집에 와서 토요일 시간도 온전하게 가족과 보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영재학급 강사 경험은 앞에서도 적었듯 나에게 많은 것들을 배우게 해 줬다. 영재학생들의 괄목할 만한 실력과 새롭게 접한 고전들, 글쓰기에 관한 강의와 책들이 나에게도 많은 배움을 안겨주었다. 학생들과의 교감과 소통도 즐거웠다. 그러나 이제 그러한 것들을 편안하게 가족과 시간을 보내면서 따듯한 내 방에서 함께 하고 싶다. 작년에 온라인 강의가 제안 들어왔었는데 그것에 대해도 검토해보고 싶다.


돈을 많이 버는 것보다 적게 벌어도 안락한 내 시간이 많으면 좋겠다는 게 내 솔직한 바람이 되었다. 우리의 시간은 한정돼 있고, 시간을 어떻게 쓸지는 나의 삶의 철학과 연관된다. 난 토요일 아침, 느즈막이 일어나 커피를 내리는, 그런 여유로운 삶을 선택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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