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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친구가 많지 않다. 내가 맨 처음 정신과 치료를 받게 됐을 때 병원에서는 질문지를 나눠줬는데 거기에는 친구가 몇 명 있는지 적는 칸이 있었다. 그때 난 10명이라 적으며, 마음속으로 정말 친구가 많다는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그건 전조에 불과했고, 내가 그렇게 힘들고 아플 때 정작 그 친구들은 내 곁에 없었다는 것, 오히려 나를 조롱했다는 것을 깨닫고 모두 손절을 하게 됐다. 그래서 현재 만나는 친구는 별로 없게 됐다.
그런 일련의 과정을 통해 나는 친구라는 존재에 대해 큰 기대가 없다. 백아절현이라는 고사성어처럼 마음을 다해 나누는 절친한 벗은 큰 욕심이란 생각이 든다. 나에게 친구란 그때그때 도움이 되고 서로의 필요를 충족시켜 주는 존재다. 어려울 때 힘이 되어주되 가족이나 연인이 해줄 수 있는 것 이상으로 기대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앤셜리와 다이애나처럼 서로에 대한 끈끈한 우정은 둘 다 순수한 마음으로 가득 찼을 때만 가능한지 오늘날은 그런 순수한 마음은 찾아보기 힘들다. 내 경험 상 약삭빠르게 자신의 이익부터 챙기는 사람이 다반사다.
그래서 나에게 친구란 간간이 안부를 전하고 내가 성장하는데 도움이 되는 존재다. 현재 고등학교 친구들과 SNS로 서로의 안부를 확인하고 1년에 1~2번 만나고 있다. 가끔 만나지만 대화를 통해서 몰랐던 정보도 얻고 세상에 대한 통찰을 깨우친다.
그밖에 성경공부하는데 응원해 주는 수녀님, 영어공부에 도움을 주었던 과외선생님, 그밖에 모임에서 만났던 분들과도 서로 격려하며 성장해 나가는데 큰 힘을 얻고 있다. 친구가 많지 않다는 건, 가끔 내가 문제가 있는 게 아닐까란 의심이 들기도 하지만, 친구가 많을 때도 늘 자기 의심에 사로잡혔기에 차라리 간소한 인간관계가 나은 것 같다. 곁에 있으면서도 위로가 되고 도움이 되기보다 이용하고 헐뜯고 질투하고 깎아내리기만 하는 친구는 없는 게 나은 것 같다.
친구란 가족이 될 수도 있고, 연인이 될 수도 있고, 내가 믿는 신앙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살면서 나를 알아주고 전적으로 지지해 주고 믿어주는 사람을 만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그건, 오은영 박사님이 말씀하신 식대로 과거에 만난 classmate일 필요는 없다. 나이 들수록 건강도 악화되고 병으로 고생하기도 하고 세상을 떠나는 사람도 생기고 있다. 그런 인생의 사이클에서 진짜 친구는 결국 곁에 남는다고 생각한다. 좋은 친구들과 함께 하기 위해 나를 다듬고 안목을 키우고 더욱 지혜로운 사람이 되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