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의 나

by 루비


어린 시절의 나는 내가 생각해도 귀엽기도 하고 짠하기도 하다. 초등학생 때 내 생활통지표에는 거의 항상 ‘허약하고 내성적이다’라는 말이 적혀있었다. 나는 몸이 약해서 툭하면 감기에 걸리고 말수가 적은 조용한 학생이었다.


그럼에도 공부를 잘해서 선생님들과 친구들이 믿음직한 학생으로 기억해 주었던 것 같다. 5학년 때는 선생님이 특별히 이벤트로 앉고 싶은 학생의 이름을 적어서 서로 마음이 통하면 짝으로 만들어 준 적이 있다. 그때 내가 적은 남학생이 내 이름을 적어서 우리 둘만 짝꿍이 되어서 한동안 친구들에게 놀림을 받아야 했다.


또한 나는 그림을 잘 그려서 종종 상을 받곤 했는데 한 번은 내 동생이 조회대 위에 올라가서 상을 받고 나도 같이 이름이 불려서 그 아래에서 상을 받았던 기억이 난다. 6학년 때는 반 학생이 직접 그린 그림을 복도에 전시한다고 했는데 친구들이 나를 추천해 줘서 내 그림이 1년 동안 교실 앞 복도에 걸려있었다.


미술 시간에도 만들기를 하면 썩 잘 해내곤 했다. 한 번은 생활용품을 만드는 시간이었는데 내가 수수깡을 연결할 때 쓰는 핀으로 전화기의 번호판을 보석처럼 꾸며서 완성하니깐 선생님이 아이디어가 좋다며 칭찬해 주셨다.


이렇게 좋은 점만 있는 건 아니다. 나는 통지표에 선생님이 써 주신 대로 매우 소심하고 내성적인 학생이었다. 하루는 친구들과 같은 반 주유소를 하는 친구네 집에 놀러 갔는데 5학년이던 그때 난 난생처음 버스를 부모님 없이 타게 됐다. 그때 너무 걱정이 되어서 친구들한테 몇 번이고 확인하면서 안심하고 같이 처음 버스를 탔던 기억이 난다. 그때까진 난 피아노 학원버스가 태워주는 차로 통학하곤 했다. 하지만 한 번 처음 버스를 타고나니깐 겁이 없어지고 자신감이 생겼다.


난 친구들과 갈등이 생기는 게 너무 힘들었다. 6학년 때는 나까지 세 명이서 친했는데 홀수인 관계 안에서 특별히 누구와 더 친해지지도 못하고 갈팡질팡하며 힘들어하곤 했다. 그때 친구들하고는 중학생이 되면서 멀어졌는데 나의 모난 부분이 오래 유지할 수 없게 만든 것 같아서 죄책감이 든다.


오랜 시간이 흘러 그 친구들 중 한 명을 다시 만났었는데 그 당시 나는 마음이 너무 아파 휴직했을 때여서 예전처럼 잘 지낼 수가 없어서 마음이 다시 아파왔다. 하지만 아주 먼 훗날에는 내가 완전히 회복되어서 다시 웃고 잘 지냈으면 좋겠다.


초등학교 졸업식 때는 작은 시골학교여서 그런지 우수한 성적을 거둔 나는 상을 제일 많이 받았는데 지금도 내 방 책상 책꽂이 한 칸은 그때 받은 상장증서로 빼곡히 가득 차 있다. 그렇게 난 뿌듯함과 성취감을 차곡차곡 쌓아왔다.


나는 친화력이 좋아서 선생님께 예쁨 받는 학생은 아니었지만 모범적이고 공부를 잘해서 신뢰를 받는 학생이었다. 실제로 5학년 때 담임 선생님은 학부모 상담을 오신 우리 어머니께 6학년 때도 임원선거에 꼭 나가라며 앉고 싶은 짝 적을 때 이름이 많이 적혔다고 일러주었다. 4학년 때 여자 친구들한테 따돌림을 받은 경험이 있어서 주로 남학생들이 많은 적은 것 같긴 하다. 그래도 내 학창 시절이 마냥 어둡거나 힘든 건 아니었기에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6학년 때는 풍물반으로 활동하며 시군대회에 나가 우리 학교가 최우수상을 받아 여러 곳에 나가 공연도 많이 했었다. 나는 장구를 쳤었는데 그때 꽹과리를 치던 친구는 지금 수녀원에 들어가 있다. 그때 풍물반을 지도해 주신 선생님은 갓 발령 난 젊은 여선생님이었는데 정말 예쁜 미모를 지니셔서 더 좋아하곤 했었다.

너무 아련한 옛 기억이지만, 이렇게 추억 가득한 나의 모교에서 언젠가 학생이 아닌 선생님의 신분으로 다시 근무해 보는 게 내 위시리스트다. 그날이 오기 전까지 부단히 갈고닦아 미래에 만날 내 제자들에게 좋은 선생님이 되어줄 만반의 준비를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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