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가 읽은 동화 <나쁜 어린이 표>

by 루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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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선미 작가의 동화 중 <마당을 나온 암탉>과 <나쁜 어린이 표>는 모두 100만 부 이상 판매되었다. 둘 다 학교 독서퀴즈대회에서도 많이 활용되던 동화다. 나는 <나쁜 어린이 표> 읽기를 여러 차례 주저하곤 했었다. 이 동화에서 묘사하는 학교에 대한 부정적인 정서가 별로 공감이 되진 않을 것 같아서였다. 나는 학교에서 나쁜 어린이표를 활용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막상 이 동화를 오늘 읽고 나니, 어린이들의 마음을 좀 더 세심하게 살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초등학교 6학년 때, 착한 어린이표가 있었다. 나는 우리 반에서 착한 어린이표를 제일 많이 모으곤 했었다. 그게 경쟁이 붙어서 내 단짝친구는 내가 착한 어린이표를 받으면, 조금 후에, 자신도 이러이러한 일로 착한 어린이표를 선생님께 달라곤 했었다. 나는 그게 꼭 경쟁심처럼 느껴져서 불편했었다. 그런데 사실 그런 구도안에서는 누구나 비교하는 마음이 생길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이 동화에서는 반대로 '나쁜 어린이표를' 선생님이 낙인처럼 나눠주면서 더 깊은 상처를 남긴다. 실제로 황선미 작가가 한 어린이가 나쁜 어린이표를 받고 속상해하는 이야기를 듣고 이 동화를 썼다고 한다.


황선미 작가의 동화는 과장하거나 허무맹랑하지 않게, 현실을 사실적으로 따스하게 그려내는 점이 좋다. <어느 날 구두에게 생긴 일>이나 <초대받은 아이들>에서는 학교에서 벌어지는 '따돌림'에 관한 소재를 다룬다. 실제로 마음 여린 어린 독자들의 마음을 섬세하게 어루만져줄 수 있는 눈시울 붉어지는 따뜻한 이야기다. 이 동화 <나쁜 어린이표>도 건우의 속마음을 따라가다 보면 건우의 억울한 마음도 이해가 가고 다정하게 보듬어주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얼마나 속상했으면 '나쁜 선생님표'를 만들었을까?


나는 반에서 '도장 찍기', '쿠폰'과 '머쓱 일지'라는 것을 활용한다. 잘한 일이 있을 때는 도장이나 쿠폰을 모으고 나쁜 어린이표처럼 칠판에 붙이는 건 아니지만, 잘못한 일이 있을 때는 '머쓱 일지' 공책에 기록하는 용도로 활용한다. 체벌 금지법이 생길 때, 교사들 사이에서도 논란이 많이 있었는데 난 그때부터 쭉 체벌 반대의 견해를 가지고 왔고, 그 대안으로 생각한 것이 '모래시계'나 '머쓱 일지'를 활용하는 것이었다. 우리 반에서는 잘못한 일이 있을 때 '모래시계'를 뒤집어서 모래시계가 다 떨어질 때까지 생각할 시간을 갖고 그것을 머쓱 일지에 기록해 나간다. 이것도 학생들에게 그리 유쾌한 경험은 아닐 것이다. 그래서 되도록이면 칭찬을 더 많이 활용하려고 한다.


이 동화는 비록 어린이의 시각에서 쓰인 어린이의 학교 생활이 담긴 동화지만 어른들이 읽어도 그 마음에 깊이 공감할 수 있다. 건우가 선생님에게 계속 오해를 사고 나쁜 어린이표를 받은 것처럼, 어른들도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억울한 오해를 받고 부정적인 낙인이 찍힌 경험이 있다면, 건우의 마음에 더 깊이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쓰라린 아픔이 결국에 선생님과의 원만한 관계로 잘 해소가 되어서 다행이다. 그건 아마도 건우의 담임 선생님이 본래 악한 심성을 가진 분이 아니고 자신의 실수를 되돌아볼 수 있는 분이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이 동화처럼, 사람과 사람 사이에 작은 오해나 상처, 갈등이 생겼을 때, 그 마음이 파괴적으로 흐르지 않고 서로를 깊이 이해하는 방향으로 잘 해결되었으면 좋겠다. 그건 동화처럼 낭만적이기만 한 것이 아니라 분명 현실에서도 이루어낼 수 있는 따뜻한 대화와 소통으로 가능할 것이다. 서로에 대한 사랑과 이해하는 마음만 있다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