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에게 배우는 교사

by 루비


겨울방학이 끝나고 오랜만에 학교에 갔을 때 아빠가 통화 중에 물었다.

“오랜만에 애들 보니깐 좋지?”

나는 선뜻 대답이 나오지 않았다. 그건 애들을 좋아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언제나 나한텐 진심의 무게가 목 부분을 꽉 눌렀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말 아이들과 함께하면 좋은 점이 많다. 가장 좋은 건, 시대 감각이 젊어진다는 것이다.

내 첫 제자들과 함께 나는 자꾸만 나이가 들어가도 내가 새로 만난 제자는 언제나 가장 어리고 젊다. 그래서인지 나도 그들의 문화에 자연스럽게 동화되어 간다.


내가 작년과 재작년 3-4학년(재작년은 2-3학년)을 연임하면서 아이들을 통해 새롭게 알게 된 것들을 떠올려 본다.


아이들은 쉬는 시간에 자주 아이브의 노래를 틀어달라고 하곤 했다. 아이브 노래가 나오면 눈빛이 반짝반짝했다. 아이브 춤을 따라 하고 노래 부르고. 포켓 카드를 꺼내 들고 자랑하고. 덕분에 아이브 노래를 나도 정말 많이 들었다.


스퀴시도 그랬다. 내가 어릴 땐 스킬자수라고 한 땀 한 땀 바느질 비슷한 것을 했던 것 같은데 요즘 우리 반 아이들은 스퀴시를 만들었다. 종이 도안을 오려서 그 안에 솜을 잔뜩 넣고 테이프로 봉하면 말랑말랑한 애착인형이 된다. 우리 반은 소인수 정예라 아이들이 원할 때마다 도안을 출력해 주었다.


그 밖에 유미어스, 흔한 남매, 빨간 내복 야코 등 일일이 나열하기 힘들 정도로 새롭게 알게 된 아이들만의 문화가 많다.


물론 이 모든 문화를 공유하지는 않는다. 어른으로서 재미와 흥미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가까이하고 관심을 가지면 학생들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나는 학습자 중심의 교수법을 좋아한다. 내가 무언가를 배우고 싶어서 레슨을 받으러 가면 강사 선생님들은 언제나 자신이 제일 잘하는 것을 내세우며 가르치고자 하곤 했다. 나는 그게 늘 불만이었다. 내가 배우고 싶은 곡이나 분야가 있는데 레슨샘들은 언제나 자신이 제일 잘하고 유리한 걸 가르치고자 한다. 그럼 전문가가 목표가 아니라 단순 취미생 입장으로서는 조금 아쉬움이 남는다. 우리의 시간과 에너지는 한정돼 있기 때문이다.


나는 이런 식으로 학생들과 친밀감을 유지하고 마음에 귀 기울이고 학생들의 편에서 교육을 계획해 나간다. 나는 제도적, 공교육으로서의 학교와 서머힐 학교의 자유로운 숨결을 조화시키고 싶다. 그렇게 해서 간디학교의 교가처럼 많이 배우면서도 행복한 학교를 만들어 나가고 싶다.


배운다는 건 꿈을 꾸는 것
가르친다는 건 희망을 노래하는 것
우린 알고 있네 우린 알고 있네


이제는 아빠의 질문에 확실히 대답할 수 있을 것 같다. - 어, 정말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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