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 VS 현실, 무엇이 답일까
“학생의 꿈과 소질, 적성을 찾아주는 교육을 하고 싶어요.”
라고 하면 주변의 많은 사람이 반문한다. “그러다 쪽박차면요?”
절대왕정과 혁명의 시기를 지나 지금은 평등사상을 외치는 시대가 도래하였지만, 여전히 성별, 인종, 교육 수준, 경제력 등에 의한 차별과 혐오는 난무한다. 겉으로는 평등을 외치지만 남 보기에 좋은 직업, 힘든 직업이 있다는 것은 암암리에 인정하고 있는 현실이다. 위의 반문은 바로 이러한 현실을 전제로 깔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학생들에게 꿈과 재능만을 믿고 나아가라고 대책 없이 말할 수 있느냐는 게 주변인들의 지적이다.
얼마 전에 만난 친구는 아들을 일류 명문대에 보내고 싶은데 남편은 도무지 관심이 없어서 대화가 안 통한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내 생각을 말해주면서 나도 한 가지 의문이 들었다. 정말로 학벌이 그렇게 중요할까? 석박사 학위가 있으면, 좋은 직업을 가지면, 비싼 동네에 사는 게 최고일까? 하지만 산업재해 현장에서 목숨을 잃는 노동자들, 거리의 부랑자들, 각종 흉악범죄사건을 보면 마냥 부정할 수밖에 없는 것도 사실이다. 그들이 정말 원해서 그렇게 위험한 일을 하고 노숙을 하는 것이 아닐 텐데도 사회의 현실은 차갑기만 하다.
최근에 <공정하다는 착각>을 펴낸 마이클 샌델은 우리가 공정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답한다. 학력이나 대학 학위와 관계없이 일의 존엄성을 중시하는 사회 말이다. 지금의 명문대 학벌과 전문직을 최고로 치는 사회에서는 꿈과 같은 이상적인 말이다. 그런 사회가 도래한다면, 나와 같은 교사가 학생이 “선생님, 제 꿈은 버스 운전사예요.”라고 했을 때 무조건적인 지지를 보내줄 수 있을 것이다. (버스를 자주 타는 저는 운전사님께 늘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습니다) 지금 같은 사회에서 무조건적인 지지를 보내면 ‘아이에게 무관심한 교사’, ‘대책 없는 교사’, ‘무능한 교사’ 취급을 받는다. 또 반대로 그 나이 때 학생에게 충고나 조언을 하면 ‘우리 마음을 몰라주는 교사’, ‘차별적인 의식을 지닌 교사’, ‘나쁜 어른’ 취급을 받는다. 그렇기 때문에 마이클 샌델이 EBS <위대한 수업> 강의에서 한 교사로부터 “사회적으로 인기 없는 재능을 가진 학생들의 진로 지도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라고 질문을 받았을 때, “어려운 질문이네요.”라고 답한 것일 것이다. 마찬가지로 나에게도 늘 고민되고 갈등하게 되는 문제의식이었다.
2016년, 현장체험학습으로 동물원을 다녀오면서 내게 “선생님은 제 꿈을 이뤄주셨어요.”라고 말하는 1학년 꼬마의 생글생글한 미소처럼, 아이들이 어떤 사회적 지위나 명예나 보수와 상관없이 자신의 꿈을 소중히 여길 수 있도록, 값진 것으로 만들어나갈 수 있도록 정말 공정한 사회를 만들어나가는 데 함께 해야겠다. 사회는 점점 더 나아지고 있다는 것을 믿는다. 마이클 샌델은 말한다. “우리는 공동선을 추구하는 사회를 만들어야 합니다. 사회적 인정과 명예, 존중을 약속하는 사회죠.” 그러한 사회를 위해서 나 한 사람부터 주변을 돌아보고 관심과 실천으로 변화를 일으키는 작은 발걸음을 내딛어야겠다.
사실, 쉽지는 않다. 당장의 갈등이 쉽사리 해결되기에는 알랭드 보통이 <불안>이라는 책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평등하다고 보이는 사회에서의 격차가 많은 불안과 시기와 경쟁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사회적 차별과 불평등에서 오는 분노와 적의가 약자인 희생양으로 향하는 세태에서 대화와 존중의 자리는 설 자리를 잃어버린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끝내 대화와 존중, 평화의 힘을 지켜나가야겠다. 꿈과 이상을 쫓으면서도 현실에 디딘 발을 떼지 않는 자세, 그것만이 세상을 더 나은 쪽으로 이끌어갈 것이다. 언젠가는 정말로 각자가 꿈꾸는 그 모든 것들이 소중히 인정받는 사회가 도래했으면 좋겠다.
*EBS 위대한 수업 -마이클 샌델- 편 3부 강의를 보고 제 경험을 떠올려 작성했습니다!!! 혹시라도 제 글이 불쾌하시다면 의견 남겨 주시면 수정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