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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에게 공부를 강요하지 마세요

베스트원이 아닌 온리원이 되는 교육

by 루비

몇 년 전에 우리반 학생들과 함께 동시를 써보자고 했는데 한 학생이 감옥이라는 시를 써왔다. 인터넷에 떠돌던 시가 인상깊어서 그대로 외워서 쓴 걸로 보였다.


2018년 맡았던 3학년 아이가 쓴 시
감옥

학생이란 죄로
교실이란 감옥에 갇혀
공부란 벌을 받고
졸업이란 석방을 기다린다


나는 이 시를 읽고 무척 마음이 아팠다. 나는 최대한 아이들 입장에서 행복한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는데 여전히 부족하구나하는 생각에 마음이 쓰렸던 것이다. 결국 아이들이 쓴 시를 묶어서 동시집을 엮어 나눠주긴 했지만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3학년이었던 그때 제자들은 내가 그당시보다 6년전에 만났던 3학년 아이들과 다르게 너무나 권위에 도전적이었고 반항적이었고 개구쟁이들이 몰려 있어서 결국 병가를 쓸 수 밖에 없었다.


유튜버를 꿈꾸는 아이들이 많았던, 처음으로 내게 샌드박스 네트워크라는 회사를 알게 해준 알파세대들은 지금까지와는 또다른 교육을 필요로 했다.


지각대장존.jpg


그 아이들에게 나는 존 버닝햄의 그림책 <지각대장 존>의 선생님과 같지 않았을까라는 반성이 든다. 아이의 말을 믿어주지 않고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고집불통의 권위적인 선생님. 나는 그러한 선생님이 되지 않으려고 애쓰지만, 어쩔 수 없이 학교라는 조직의 부속품으로 기능하는 한 사람의 교사로서 주변 동료교사들, 관리자의 영향을 벗어나기란 쉽지 않다. 더더구나 저경력일 땐 그것이 더 심한데 지금은 내가 독자적으로 특별학급을 운영하고 있고, 경력이 많이 늘어서 나만의 개성적인 학급 운영 꾸리기가 조금 수월해진 면이 있다.


초등학생 5학년때까지 모범생이었던 나는 6학년 때부터 그 역할놀이를 벗어던졌다.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독서, 만화책, 게임, 컴퓨터, 피아노, 펜팔편지를 껴안으며 맘껏 자유의 세계를 유영했다. 벼락치기로 우수한 성적을 거두긴했지만 벼락치기여서인지 지나고나면 머릿속에 주입했던 지식들은 말끔히 리셋됐다. 그럼에도 사는 데는 아무 지장이 없었다. 앨빈 토플러가 한국의 학생들은 쓸모없는 지식에 너무 많은 시간을 낭비한다고 지적한 것처럼 내게 학교에서 배우는 지식들은 지루하고 시시한 사실들의 나열일 뿐이었다.


학생에게는 공부가 인생의 전부인 듯 양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성적에 민감하지 않으면 방임이라고까지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 사람들이 말하는 공부란 오로지 ‘우수한 성적 받기’이다. 그들은 생텍쥐페리의 <어린왕자> 속 어린왕자가 만났던 숫자놀이하는 사업가 같은 사람들이 아닐까? 앞으로는 베스트원이 아닌 온리원이 성공하는 시대라고 한다. 베스트원이 되고자 애쓰면 결국 수많은 베스트들과의 치열한 경쟁에서 또다시 서열이 나뉠 뿐이다. 하지만 남다른, 독특한, 유일한 온리원이 되면 나만의 독보적인 경쟁력을 갖추게 된다. 그것은 일률적인 학교 공부가 아닌, 스스로에게 특화된 맞춤형 공부를 해나갈 때 빛을 발휘할 수 있다. 그것은 우리나라가 중시하는 국영수 위주의 공부가 될 필요는 없다. 일러스트, 코딩, 유튜브, 음악, 요리, 경제, 여행 등 다양한 분야의 공부가 될 수도 있고, 그 모든 여러 가지를 융합해서 새로운 것을 창조할 수도 있다.


공부란 평생해야 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평생 공부가 되기 위해서는 호기심재미를 느껴야한다. 시험이라는 압박으로 일찍부터 공부에 대한 학생들의 흥미를 죽일 필요는 없지 않은가. 아이들에게 공부 그 자체를 즐길 줄 아는 힘을 길러주어야 한다. 학교 공부에 대한 새로운 관점이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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